[글로벌24 인사이드] 청년의 분노…전세계 시위물결

입력 2019.10.29 (20:34) 수정 2019.10.29 (20: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이재희 기자 지금 나온 영상, 영화 '조커' 속 한 장면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최근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실제 시위 모습이에요.

청년 시위대가 영화 조커의 영향을 받아 똑같은 분장을 하고 나온겁니다.

청년들은 홍콩과 칠레, 레바논 등 많은 국가에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데요.

젊은 세대가 시위를 이끄는 만큼 이렇게 영화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기존 시위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앵커]

대체 뭐가 이렇게 많은 청년들을 시위에 나서게 했을까요?

[기자]

네, 시위가 시작된 계기는 어찌보면 사소합니다.

레바논에선 정부가 메신저 앱에 세금을 부과했다가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어요.

재정난에 시달리던 정부가 청년층이 즐겨 쓰는 앱에 하루 20센트의 세금을 매겼다가 거센 반발을 산 건데요.

정부가 자신들의 실정을 반성하긴커녕 젊은 세대에게 고통을 떠넘긴다며 시위가 촉발됐습니다.

[모하메드/레바논 시위대 : "30년 내내 많은 세금을 내왔지만 정부에게 아무런 서비스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제 정부는 또 다른 세금을 더하려고 하고 있네요."]

이라크에서도 수도와 전기 등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분노한 청년들이 몰려나왔는데요.

거리에 총성까지 울려 퍼져 지금까지 백 명 넘는 시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 칠레는 지하철 요금을 50원 인상한 게 시위의 방아쇠가 됐습니다.

[앵커]

동전 몇 푼이나 정전 때문에 저렇게 큰 시위가 일어났다니 좀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기자]

그만큼 청년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크게 쌓여있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분노의 원인은 기성세대의 부정부패와 그로 인한 양극화였습니다.

레바논의 정치권은 약 30년 동안이나 거의 교체가 없었다고 해요.

여기에 정치인 등 0.1%의 부자들이 국민 소득의 10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양극화가 심한데요.

레바논 총리가 비키니 모델에게 187억 원 상당의 선물을 한 일이 폭로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100만 명 이상의 사상 최대 시위가 열린 칠레도 상황이 비슷한데요.

사실 칠레는 라틴 아메리카의 부국입니다.

하지만 OECD 회원국 중 소득 평등도가 가장 낮은, 가장 불평등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시위대는 수십 년 동안 악화된 불평등을 해결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르지오/칠레 시위대 : "칠레 정치에 질렸습니다. 더 이상 우리 것을 빼앗지 마세요. 우린 지쳤습니다."]

[앵커]

정리하면 가난한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는건데.

왠지 일자리 문제가 자리잡고 있을 것 같네요.

[기자]

정확하십니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시위 현장인데요.

정말 많죠?

상당수가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곳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레바논, 이라크가 있는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의 청년 실업률은 25~30%에 이릅니다.

IMF는 이 지역 사회적 긴장의 원인을 '실업 문제'라고 지목했습니다.

[이라크 시위대 : "우리 이라크인들은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직업을 원합니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전부입니다."]

안보 전문가 알리 H. 수판은 "젊은이들이 더는 참지 못한다"며 "신세대들은 부패한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변화를 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처음에 조커 분장을 한 청년 시위대의 모습 보여주셨는데.

이 밖에도 젊은층이 주도하는 시위인 만큼 새로운 모습이 많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가장 큰 특징은 시위의 원동력이 특정 인물이 아니라 SNS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옛날 시위는 리더가 있는 수직적인 구조였잖아요.

하지만 최근엔 사람들이 SNS를 통해 시위에 참가하고 연대하는 수평적인 구조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과거에는 시위를 조직하는 핵심 세력을 검거하면 시위가 멈췄다" 면서 하지만 최근엔 "각국이 리더 없는 시위를 가라앉히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SNS 중심의 시위는 빠르게 무너진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SNS를 매개로 신속히 결집하긴 하지만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비판입니다.

[앵커]

이렇게 각국 시위를 주도하는 계층이 청년층으로 바뀐 이유는 뭘까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청년층의 수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전 세계 인구가 77억 명인데 이 가운데 24세 이하가 41%라고 합니다.

높은 교육 수준도 시위에 영향을 미쳤는데요.

30년 전과 비교해 전문대졸 이상 청년층 비율이 칠레는 18%에서 90%, 홍콩은 13%에서 71%로 높아졌다고 하네요.

또 최근 청년층은 어렸을 적에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은 사람들이거든요.

일찌감치 경제 구조의 모순에 눈을 뜬 세대라는 거죠.

이처럼 각국에서 분노한 청년 '앵그리 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부패와 양극화에 지친 청년들에게 귀를 기울일 때가 온 것 같네요.

[앵커]

네, 이재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인사이드] 청년의 분노…전세계 시위물결
    • 입력 2019-10-29 20:41:19
    • 수정2019-10-29 20:53:45
    글로벌24
[앵커]

이재희 기자 지금 나온 영상, 영화 '조커' 속 한 장면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최근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실제 시위 모습이에요.

청년 시위대가 영화 조커의 영향을 받아 똑같은 분장을 하고 나온겁니다.

청년들은 홍콩과 칠레, 레바논 등 많은 국가에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데요.

젊은 세대가 시위를 이끄는 만큼 이렇게 영화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기존 시위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앵커]

대체 뭐가 이렇게 많은 청년들을 시위에 나서게 했을까요?

[기자]

네, 시위가 시작된 계기는 어찌보면 사소합니다.

레바논에선 정부가 메신저 앱에 세금을 부과했다가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어요.

재정난에 시달리던 정부가 청년층이 즐겨 쓰는 앱에 하루 20센트의 세금을 매겼다가 거센 반발을 산 건데요.

정부가 자신들의 실정을 반성하긴커녕 젊은 세대에게 고통을 떠넘긴다며 시위가 촉발됐습니다.

[모하메드/레바논 시위대 : "30년 내내 많은 세금을 내왔지만 정부에게 아무런 서비스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제 정부는 또 다른 세금을 더하려고 하고 있네요."]

이라크에서도 수도와 전기 등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분노한 청년들이 몰려나왔는데요.

거리에 총성까지 울려 퍼져 지금까지 백 명 넘는 시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 칠레는 지하철 요금을 50원 인상한 게 시위의 방아쇠가 됐습니다.

[앵커]

동전 몇 푼이나 정전 때문에 저렇게 큰 시위가 일어났다니 좀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기자]

그만큼 청년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크게 쌓여있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분노의 원인은 기성세대의 부정부패와 그로 인한 양극화였습니다.

레바논의 정치권은 약 30년 동안이나 거의 교체가 없었다고 해요.

여기에 정치인 등 0.1%의 부자들이 국민 소득의 10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양극화가 심한데요.

레바논 총리가 비키니 모델에게 187억 원 상당의 선물을 한 일이 폭로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100만 명 이상의 사상 최대 시위가 열린 칠레도 상황이 비슷한데요.

사실 칠레는 라틴 아메리카의 부국입니다.

하지만 OECD 회원국 중 소득 평등도가 가장 낮은, 가장 불평등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시위대는 수십 년 동안 악화된 불평등을 해결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르지오/칠레 시위대 : "칠레 정치에 질렸습니다. 더 이상 우리 것을 빼앗지 마세요. 우린 지쳤습니다."]

[앵커]

정리하면 가난한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는건데.

왠지 일자리 문제가 자리잡고 있을 것 같네요.

[기자]

정확하십니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시위 현장인데요.

정말 많죠?

상당수가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곳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레바논, 이라크가 있는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의 청년 실업률은 25~30%에 이릅니다.

IMF는 이 지역 사회적 긴장의 원인을 '실업 문제'라고 지목했습니다.

[이라크 시위대 : "우리 이라크인들은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직업을 원합니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전부입니다."]

안보 전문가 알리 H. 수판은 "젊은이들이 더는 참지 못한다"며 "신세대들은 부패한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변화를 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처음에 조커 분장을 한 청년 시위대의 모습 보여주셨는데.

이 밖에도 젊은층이 주도하는 시위인 만큼 새로운 모습이 많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가장 큰 특징은 시위의 원동력이 특정 인물이 아니라 SNS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옛날 시위는 리더가 있는 수직적인 구조였잖아요.

하지만 최근엔 사람들이 SNS를 통해 시위에 참가하고 연대하는 수평적인 구조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과거에는 시위를 조직하는 핵심 세력을 검거하면 시위가 멈췄다" 면서 하지만 최근엔 "각국이 리더 없는 시위를 가라앉히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SNS 중심의 시위는 빠르게 무너진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SNS를 매개로 신속히 결집하긴 하지만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비판입니다.

[앵커]

이렇게 각국 시위를 주도하는 계층이 청년층으로 바뀐 이유는 뭘까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청년층의 수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전 세계 인구가 77억 명인데 이 가운데 24세 이하가 41%라고 합니다.

높은 교육 수준도 시위에 영향을 미쳤는데요.

30년 전과 비교해 전문대졸 이상 청년층 비율이 칠레는 18%에서 90%, 홍콩은 13%에서 71%로 높아졌다고 하네요.

또 최근 청년층은 어렸을 적에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은 사람들이거든요.

일찌감치 경제 구조의 모순에 눈을 뜬 세대라는 거죠.

이처럼 각국에서 분노한 청년 '앵그리 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부패와 양극화에 지친 청년들에게 귀를 기울일 때가 온 것 같네요.

[앵커]

네, 이재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