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연 353잔…커피에 푹 빠진 한국인

입력 2019.11.07 (08:18) 수정 2019.11.0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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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마치 연예인 팬 사인회 풍경 같죠?

이들이 3시간 넘게 기다린 건 다름 아닌 커피였습니다.

지난 5월 미국의 유명 커피 브랜드가 정식 영업을 개시한단 소식에 한국인들이 보인 반응은 열광에 가까웠습니다.

이날 많은 이들의 SNS에는 파란 물병 로고가 그려진 커피잔 인증샷이 무더기로 올라왔습니다.

모닝 커피로 시작해 점심을 먹은 뒤에도 커피 한 잔을 마셔야 뒷맛이 개운해지는 대한민국이 세계 3위 '커피 공화국'이 됐습니다.

커피 애호가들이 크게 늘면서 커피 전문점 매출액 규모에서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커피숍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커피가 이제는 기호 식품으로 정착하면서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예전 같으면 차 한 잔 하자 같은 인삿말이 요즘은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로 바뀌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이 인사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자`는 의미를 넘어 함께 만나서 교류 하자는 사교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요즘 ‘카공족'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특히 '스타벅스 지수’라는 경제 지표가 생겨날 정도로 스타벅스는 일상의 공간이 됐습니다.

여기엔 '커피 이상의 경험과 문화를 판다’는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의 경영철학이 주효했습니다.

[이정희/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 "우리나라 커피 소비는 선진국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지만 선진국의 성장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고 이제는 하나의 소비 트렌드를 넘어서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커피, 하루 몇 잔 정도 드시나요?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에 이릅니다.

거의 하루 한 잔 꼴로 마신 셈입니다.

세계 평균이 132잔이니까 2.7배에 달합니다.

격세지감을 느끼시겠지만 우리나라와 커피의 인연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구한말 외세가 조선을 호시탐탐 노리던 시기, 고종황제는 서양에서 전해온 음료 '가비'(커피)를 맛보고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왕이 되고부터 무얼 먹어도 쓴맛이 났다. 한데 '가비'의 쓴맛은 오히려 달게 느껴진다."

이후 우리와 커피의 인연은 다방으로 이어집니다.

커피를 좋아했던 시인 이상은 1930년대 중반 서울 종로에서 '제비 다방'을 직접 운영할 정도였습니다.

이어 70년대 등장한 믹스 커피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커피, 프리마, 설탕이 함께 들어있는 간편한 OOO 커피믹스."]

90년대부터는 아메리카노, 그리고 최근엔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까지 커피 취향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커피 품질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말합니다.

현재 전국의 커피 전문점은 7만 개에 이릅니다.

지난해에만 만4천 곳이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 커피점 할까?", 이 질문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창업한 커피점이 만4000곳인데, 폐업한 곳이 9000곳이나 됩니다.

폐업 매장의 절반 이상이 영업 기간 3년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전문가 얘기 잠시 볼까요,

“5년 전쯤부터 임대업자 사이에서 상가가 새로 생기면 커피전문점 하나는 무조건 입점한다 할 정도로 이미 공급 과잉”이라며 "무작정 창업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달달한 모닝커피로 하루 시작하고 계신 분들 있으실겁니다.

바쁜 일상 속 쉼표, 소통의 도구로, 사색을 돕는 친구로 다가온 커피의 향에는 서민의 애환도 함께 서려있다는 생각, 문득 해봅니다.

친절한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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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7 08:20:56
    • 수정2019-11-07 0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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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마치 연예인 팬 사인회 풍경 같죠?

이들이 3시간 넘게 기다린 건 다름 아닌 커피였습니다.

지난 5월 미국의 유명 커피 브랜드가 정식 영업을 개시한단 소식에 한국인들이 보인 반응은 열광에 가까웠습니다.

이날 많은 이들의 SNS에는 파란 물병 로고가 그려진 커피잔 인증샷이 무더기로 올라왔습니다.

모닝 커피로 시작해 점심을 먹은 뒤에도 커피 한 잔을 마셔야 뒷맛이 개운해지는 대한민국이 세계 3위 '커피 공화국'이 됐습니다.

커피 애호가들이 크게 늘면서 커피 전문점 매출액 규모에서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커피숍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커피가 이제는 기호 식품으로 정착하면서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예전 같으면 차 한 잔 하자 같은 인삿말이 요즘은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로 바뀌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이 인사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자`는 의미를 넘어 함께 만나서 교류 하자는 사교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요즘 ‘카공족'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특히 '스타벅스 지수’라는 경제 지표가 생겨날 정도로 스타벅스는 일상의 공간이 됐습니다.

여기엔 '커피 이상의 경험과 문화를 판다’는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의 경영철학이 주효했습니다.

[이정희/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 "우리나라 커피 소비는 선진국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지만 선진국의 성장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고 이제는 하나의 소비 트렌드를 넘어서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커피, 하루 몇 잔 정도 드시나요?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에 이릅니다.

거의 하루 한 잔 꼴로 마신 셈입니다.

세계 평균이 132잔이니까 2.7배에 달합니다.

격세지감을 느끼시겠지만 우리나라와 커피의 인연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구한말 외세가 조선을 호시탐탐 노리던 시기, 고종황제는 서양에서 전해온 음료 '가비'(커피)를 맛보고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왕이 되고부터 무얼 먹어도 쓴맛이 났다. 한데 '가비'의 쓴맛은 오히려 달게 느껴진다."

이후 우리와 커피의 인연은 다방으로 이어집니다.

커피를 좋아했던 시인 이상은 1930년대 중반 서울 종로에서 '제비 다방'을 직접 운영할 정도였습니다.

이어 70년대 등장한 믹스 커피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커피, 프리마, 설탕이 함께 들어있는 간편한 OOO 커피믹스."]

90년대부터는 아메리카노, 그리고 최근엔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까지 커피 취향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커피 품질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은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말합니다.

현재 전국의 커피 전문점은 7만 개에 이릅니다.

지난해에만 만4천 곳이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 커피점 할까?", 이 질문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창업한 커피점이 만4000곳인데, 폐업한 곳이 9000곳이나 됩니다.

폐업 매장의 절반 이상이 영업 기간 3년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전문가 얘기 잠시 볼까요,

“5년 전쯤부터 임대업자 사이에서 상가가 새로 생기면 커피전문점 하나는 무조건 입점한다 할 정도로 이미 공급 과잉”이라며 "무작정 창업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달달한 모닝커피로 하루 시작하고 계신 분들 있으실겁니다.

바쁜 일상 속 쉼표, 소통의 도구로, 사색을 돕는 친구로 다가온 커피의 향에는 서민의 애환도 함께 서려있다는 생각, 문득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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