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백인 1명 불편해…흑인 18명 자리 빼!”

입력 2019.11.08 (10:49) 수정 2019.11.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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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 '그린북'.

1960년대 미국 사회를 살아가는 흑인들의 씁쓸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50년도 더 된 영화 속 현실과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지구촌 인입니다.

[리포트]

지난 2일,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생일 파티를 위해 집 근처 치킨집을 찾은 일행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던 중 직원으로부터 좌석을 옮겨달라는 요청을 받은 건데요.

그 이유가 문제였습니다.

[저스틴 바알/자리 이동 요청받은 고객 : "직원이 말하길, '옆 좌석의 백인 단골이 근처에 흑인들이 앉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흑인 일행은 18명, 자리 이동을 요청한 백인 고객은 단 한 명이었습니다.

요청을 거부하자 이번엔 매니저가 다가와 '단골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자리 이동을 재차 요청했는데요.

결국, 일행은 매장을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마커스 라일리/자리 이동 요청받은 고객 : "아이 중의 한 명이 '무슨 일이에요? 우리 쫓겨나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답했죠. 우리는 존중받지 못했기에 돌아 나왔습니다."]

이 사실은 SNS 통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게시글에 8,000여 명이 반응하고, 6,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요.

해당 매장이 있는 지역은 백인 73%, 아시아계 18%, 흑인 5% 등으로 구성된 중산층 동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행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애슐리 스미스/자리 이동 요청받은 고객 어머니 : "누군가 당신이 흑인이기 때문에 옆에 앉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아이들도 흑인입니다. 아이들이 흑인인 것이 괜찮을까요. 그렇게 두는 것이 괜찮을까요. "]

변호사까지 선임해 강경한 대응에 나섰는데요.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프랜차이즈 회사의 인종차별 관련 직원 교육을 촉구했습니다.

[캐논 램버트/변호사 : "합의가 이뤄진다면 소송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회사가 합의하지 않는다면 옳지 않은 방향을 선택한 것이고, 합의한다면 결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뒤늦게 수습에 나선 회사 측은 관련 직원들을 해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포용적 환경을 중시하며 어떤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사건을 접한 네이퍼빌 시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문제를 진중하게 받아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스티브 치리코/네이퍼빌 시장 : "우리 도시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덕분에 밖으로 알려질 수 있었는데,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이것이 우리 도시의 현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미국에선 여전히 식당,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의 인종차별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8월 미국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선 이슬람교도 복장을 한 손님에게 'ISIS'라고 적힌 음료가 제공됐습니다.

앞서 이 매장에선 흑인 남성 두 명이 주문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에선 음료를 주문할 때 고객의 이름을 묻곤 하는데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한인 남성의 영수증에 '재키 챈'이라고 표기하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는 '검둥이'(nigger)라고 적어 놓아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1776년, 미국 독립 선언문에 새겨진 문구인데요.

2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한 인종차별적 사건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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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백인 1명 불편해…흑인 18명 자리 빼!”
    • 입력 2019-11-08 10:40:29
    • 수정2019-11-08 11:16:21
    지구촌뉴스
[앵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 '그린북'.

1960년대 미국 사회를 살아가는 흑인들의 씁쓸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50년도 더 된 영화 속 현실과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지구촌 인입니다.

[리포트]

지난 2일,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생일 파티를 위해 집 근처 치킨집을 찾은 일행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던 중 직원으로부터 좌석을 옮겨달라는 요청을 받은 건데요.

그 이유가 문제였습니다.

[저스틴 바알/자리 이동 요청받은 고객 : "직원이 말하길, '옆 좌석의 백인 단골이 근처에 흑인들이 앉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흑인 일행은 18명, 자리 이동을 요청한 백인 고객은 단 한 명이었습니다.

요청을 거부하자 이번엔 매니저가 다가와 '단골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자리 이동을 재차 요청했는데요.

결국, 일행은 매장을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마커스 라일리/자리 이동 요청받은 고객 : "아이 중의 한 명이 '무슨 일이에요? 우리 쫓겨나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답했죠. 우리는 존중받지 못했기에 돌아 나왔습니다."]

이 사실은 SNS 통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게시글에 8,000여 명이 반응하고, 6,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요.

해당 매장이 있는 지역은 백인 73%, 아시아계 18%, 흑인 5% 등으로 구성된 중산층 동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행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애슐리 스미스/자리 이동 요청받은 고객 어머니 : "누군가 당신이 흑인이기 때문에 옆에 앉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아이들도 흑인입니다. 아이들이 흑인인 것이 괜찮을까요. 그렇게 두는 것이 괜찮을까요. "]

변호사까지 선임해 강경한 대응에 나섰는데요.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프랜차이즈 회사의 인종차별 관련 직원 교육을 촉구했습니다.

[캐논 램버트/변호사 : "합의가 이뤄진다면 소송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회사가 합의하지 않는다면 옳지 않은 방향을 선택한 것이고, 합의한다면 결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뒤늦게 수습에 나선 회사 측은 관련 직원들을 해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포용적 환경을 중시하며 어떤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사건을 접한 네이퍼빌 시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문제를 진중하게 받아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스티브 치리코/네이퍼빌 시장 : "우리 도시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덕분에 밖으로 알려질 수 있었는데,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이것이 우리 도시의 현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미국에선 여전히 식당,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의 인종차별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8월 미국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선 이슬람교도 복장을 한 손님에게 'ISIS'라고 적힌 음료가 제공됐습니다.

앞서 이 매장에선 흑인 남성 두 명이 주문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에선 음료를 주문할 때 고객의 이름을 묻곤 하는데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한인 남성의 영수증에 '재키 챈'이라고 표기하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는 '검둥이'(nigger)라고 적어 놓아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1776년, 미국 독립 선언문에 새겨진 문구인데요.

2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한 인종차별적 사건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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