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2차 가해”…구하라·레깅스 판결 논란

입력 2019.11.29 (21:33) 수정 2019.11.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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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원이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은 성희롱 관련 사건을 판결하면서 이 '성인지 감수성'을 처음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사법부의 '성인지 감수성'이 잇달아 도마 위에 올랐죠.

판사들 교육, 다시 시키라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동영상을 촬영한 구하라 씨의 전 연인에 대한 판결과 레깅스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 대한 판결이 너무 관대했다는 겁니다.

재판'과정'이 무신경했단 지적도 있습니다.

선재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성 적폐 사법부가 여성 안전 위협한다."]

고 구하라 씨의 전 남자친구 최 씨에 대한 재판에 항의하는 이들이 법원 앞에 모였습니다.

재판 당시 첨예하게 다뤄진 쟁점은 성관계 동영상을 최씨가 불법 촬영했는지 여부.

구 씨 측은 2차 피해를 우려해 재판부에 동영상을 보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판사는 직접 영상을 보고 성관계 장소와 횟수를 판결문에 기재했습니다.

또한, 가해자의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습니다.

[유승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 "(촬영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불법 촬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문제이다. 판사는 재판 과정과 판결문으로 고인을 명백히 모욕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판사가 동영상을 확인했다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왔습니다.

지난달엔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게 법원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에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강제로 촬영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심과 달리 2심에선 "촬영 부위가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면서, 해당 판결문에 무단 촬영된 피해자 사진까지 실었습니다.

[윤석희/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 : "종전의 대법원에서 판시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재고 없이 기계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상당히 아쉬운 판결이라고 봅니다."]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성적인 수치심이나 분노를 충분히 감안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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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부가 2차 가해”…구하라·레깅스 판결 논란
    • 입력 2019-11-29 21:35:50
    • 수정2019-11-29 21:40:13
    뉴스 9
[앵커]

"법원이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은 성희롱 관련 사건을 판결하면서 이 '성인지 감수성'을 처음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사법부의 '성인지 감수성'이 잇달아 도마 위에 올랐죠.

판사들 교육, 다시 시키라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동영상을 촬영한 구하라 씨의 전 연인에 대한 판결과 레깅스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 대한 판결이 너무 관대했다는 겁니다.

재판'과정'이 무신경했단 지적도 있습니다.

선재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성 적폐 사법부가 여성 안전 위협한다."]

고 구하라 씨의 전 남자친구 최 씨에 대한 재판에 항의하는 이들이 법원 앞에 모였습니다.

재판 당시 첨예하게 다뤄진 쟁점은 성관계 동영상을 최씨가 불법 촬영했는지 여부.

구 씨 측은 2차 피해를 우려해 재판부에 동영상을 보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판사는 직접 영상을 보고 성관계 장소와 횟수를 판결문에 기재했습니다.

또한, 가해자의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습니다.

[유승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 "(촬영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불법 촬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문제이다. 판사는 재판 과정과 판결문으로 고인을 명백히 모욕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판사가 동영상을 확인했다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왔습니다.

지난달엔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게 법원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에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강제로 촬영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심과 달리 2심에선 "촬영 부위가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면서, 해당 판결문에 무단 촬영된 피해자 사진까지 실었습니다.

[윤석희/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 : "종전의 대법원에서 판시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재고 없이 기계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상당히 아쉬운 판결이라고 봅니다."]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성적인 수치심이나 분노를 충분히 감안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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