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단절’…시신 위임서 794건 전수 분석

입력 2019.12.25 (21:32) 수정 2019.12.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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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금 보신 무연고 장례는 1년 365일 거의 매일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이 있는데도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 그 가족들은 어떤 이유로 장례조차 포기하는 걸까요?

유족들이 장례를 포기할 때 써야 하는 '시신 위임서'라는 게 있는데요,

KBS가 이 시신위임서를 입수해 분석해봤습니다.

계속해서 이세중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열린 '성북 네 모녀'의 장례식장.

자원봉사자 두 명만이 빈소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식장 한켠에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는 이웃 주민들의 쪽지들이 붙어 있습니다.

유족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서 치러진 무연고 장례입니다.

올해 상반기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1,362명입니다.

이 가운데 895명은 유족이 시신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전체의 65%입니다.

무연고 장례를 치를 때 유족들은 시신을 지자체에 넘긴다는 '시신 위임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가족이지만 어떤 이유로 시인 인수마저 포기했는지, 올 상반기 전국 지자체에 접수된 시신 위임서 794건을 모두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부모님 이혼 후 20년 넘게 본 적이 없다", "지체 1급 장애자로 혼자선 아무 일도 못 한다", "몸이 많이 아프고 힘들다. 눈물만 난다"

그들이 직접 쓴 글에는 숨진 무연고자만큼이나 힘들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어떤 단어가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지 분석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관계'와 '가족', 그리고 '단절'이 뒤를 이었습니다.

대부분 수십 년간 연락이 두절됐다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상위 키워드 10개 중 절반은 이처럼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로 가족의 해체가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장례 비용이 부담된다는 경제적인 이유도 상당수였습니다.

[송인주/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 : "오랫동안 그렇게 관계망이 단절된 상태에서는 그런 어떤 정서적인 책임, 경제적인 책임, 그 다음에 이런 장례를 치르거나 이런 거와 관련된 책임을 묻는 것이 좀 어렵게 되는 것이 아닐까..."]

지난 4년 사이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더 이상 가족에게만 부양과 장례의 부담을 지우긴 어려운 현실이 늘고 있습니다.

[박진옥/시민단체 '나눔과나눔' 상임이사 : "예비 무연고 사망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이미 사회에 많다는 겁니다. 걱정하면서 삶을 마무리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함께 공동의 애도를 할 것인지는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고요..."]

시신 위임서에 적힌 수 많은 사연들.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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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관계·단절’…시신 위임서 794건 전수 분석
    • 입력 2019-12-25 21:36:47
    • 수정2019-12-25 21:40:37
    뉴스 9
[앵커]

방금 보신 무연고 장례는 1년 365일 거의 매일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이 있는데도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 그 가족들은 어떤 이유로 장례조차 포기하는 걸까요?

유족들이 장례를 포기할 때 써야 하는 '시신 위임서'라는 게 있는데요,

KBS가 이 시신위임서를 입수해 분석해봤습니다.

계속해서 이세중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10일 열린 '성북 네 모녀'의 장례식장.

자원봉사자 두 명만이 빈소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식장 한켠에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는 이웃 주민들의 쪽지들이 붙어 있습니다.

유족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서 치러진 무연고 장례입니다.

올해 상반기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1,362명입니다.

이 가운데 895명은 유족이 시신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전체의 65%입니다.

무연고 장례를 치를 때 유족들은 시신을 지자체에 넘긴다는 '시신 위임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가족이지만 어떤 이유로 시인 인수마저 포기했는지, 올 상반기 전국 지자체에 접수된 시신 위임서 794건을 모두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부모님 이혼 후 20년 넘게 본 적이 없다", "지체 1급 장애자로 혼자선 아무 일도 못 한다", "몸이 많이 아프고 힘들다. 눈물만 난다"

그들이 직접 쓴 글에는 숨진 무연고자만큼이나 힘들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어떤 단어가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지 분석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관계'와 '가족', 그리고 '단절'이 뒤를 이었습니다.

대부분 수십 년간 연락이 두절됐다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상위 키워드 10개 중 절반은 이처럼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로 가족의 해체가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장례 비용이 부담된다는 경제적인 이유도 상당수였습니다.

[송인주/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 : "오랫동안 그렇게 관계망이 단절된 상태에서는 그런 어떤 정서적인 책임, 경제적인 책임, 그 다음에 이런 장례를 치르거나 이런 거와 관련된 책임을 묻는 것이 좀 어렵게 되는 것이 아닐까..."]

지난 4년 사이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더 이상 가족에게만 부양과 장례의 부담을 지우긴 어려운 현실이 늘고 있습니다.

[박진옥/시민단체 '나눔과나눔' 상임이사 : "예비 무연고 사망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이미 사회에 많다는 겁니다. 걱정하면서 삶을 마무리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함께 공동의 애도를 할 것인지는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고요..."]

시신 위임서에 적힌 수 많은 사연들.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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