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해고자’ 쌍용차 46명의 막다른 출근길

입력 2020.01.07 (21:41) 수정 2020.01.0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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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천명 넘는 노동자가 일터를 잃고, 서른 명이 생을 마감한 이른바 쌍용차 사태,

10년지 지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그리고 무급자로 떠돌다 복직자로 불렸다, 우리가 찾고 싶은 건 잃어버린 우리의 이름이다.

해고자 출신 이창근 씨가 SNS에 남긴 글입니다.

되찾고 싶었던 이름 '쌍용차 노동자'

2018년 사회적 합의 이후 순차적으로 복직이 이뤄졌지만, 결국 마지막 남은 마흔여섯 명은 이 이름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날아온 무기한 휴직 연장 합의문, 이 한 장의 서류 때문입니다.

그래도 오늘(7일) 첫 출근에 나섰다고 하는데요. 최은진 기자가 11년 만의 출근길에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가방을 챙기고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흔한 아침 풍경이지만 김득중 씨에겐 낯설기만 합니다.

11년 만에 나선 출근길, 마음도 발걸음도 무겁기만 합니다.

[김득중/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잘 못 잤어요. 저희가 부서 배치를 받고 들어가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2009년 해직된 이후, 해고 노동자로, 노조 지부장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싸움.

재작년 복직이 결정되고, 오늘(7일)만 기다렸지만, 또다시 휴직자가 됐습니다.

[김득중/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그래도 우리 좀 해보자. 일단 들어가 보자..."]

회사 근처 임시 사무실.

마지막 남은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강산이 변했습니다!"]

지금까지 버틴 건 '노동자'라는 이름 석자를, 내 일터를 되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민영/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가족들이 최고 걱정 많이 해주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조문경/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아빠 회사 첫 출근 할 때 드린다고 목도리를 손수 떠가지고. 씁쓸한 출근이긴 하지만..."]

공장으로 들어가기 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봅니다.

["다시 작업복을 입고 쌍용차를 만들겠다는 희망으로 10년을 버텨왔기 때문에..."]

결국 업무 배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장도 만났지만, 회사 경영상황 때문에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매일 출근하고, 부당휴직 구제신청 같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생각입니다.

[김득중/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오늘뿐만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계속 출근할 계획이에요."]

긴 기다림 끝에 또다시 찾아온 기다림, 이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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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해고자’ 쌍용차 46명의 막다른 출근길
    • 입력 2020-01-07 21:43:52
    • 수정2020-01-07 22:04:39
    뉴스 9
[앵커]

2천명 넘는 노동자가 일터를 잃고, 서른 명이 생을 마감한 이른바 쌍용차 사태,

10년지 지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그리고 무급자로 떠돌다 복직자로 불렸다, 우리가 찾고 싶은 건 잃어버린 우리의 이름이다.

해고자 출신 이창근 씨가 SNS에 남긴 글입니다.

되찾고 싶었던 이름 '쌍용차 노동자'

2018년 사회적 합의 이후 순차적으로 복직이 이뤄졌지만, 결국 마지막 남은 마흔여섯 명은 이 이름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날아온 무기한 휴직 연장 합의문, 이 한 장의 서류 때문입니다.

그래도 오늘(7일) 첫 출근에 나섰다고 하는데요. 최은진 기자가 11년 만의 출근길에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가방을 챙기고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흔한 아침 풍경이지만 김득중 씨에겐 낯설기만 합니다.

11년 만에 나선 출근길, 마음도 발걸음도 무겁기만 합니다.

[김득중/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잘 못 잤어요. 저희가 부서 배치를 받고 들어가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2009년 해직된 이후, 해고 노동자로, 노조 지부장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싸움.

재작년 복직이 결정되고, 오늘(7일)만 기다렸지만, 또다시 휴직자가 됐습니다.

[김득중/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그래도 우리 좀 해보자. 일단 들어가 보자..."]

회사 근처 임시 사무실.

마지막 남은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강산이 변했습니다!"]

지금까지 버틴 건 '노동자'라는 이름 석자를, 내 일터를 되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민영/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가족들이 최고 걱정 많이 해주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조문경/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아빠 회사 첫 출근 할 때 드린다고 목도리를 손수 떠가지고. 씁쓸한 출근이긴 하지만..."]

공장으로 들어가기 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봅니다.

["다시 작업복을 입고 쌍용차를 만들겠다는 희망으로 10년을 버텨왔기 때문에..."]

결국 업무 배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장도 만났지만, 회사 경영상황 때문에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매일 출근하고, 부당휴직 구제신청 같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생각입니다.

[김득중/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 "오늘뿐만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계속 출근할 계획이에요."]

긴 기다림 끝에 또다시 찾아온 기다림, 이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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