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인사이드] 폭력에 맞서는 멕시코 여성들

입력 2020.01.15 (20:38) 수정 2020.01.1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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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규연 캐스터,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답변]

네, 오늘은 멕시코 여성 문제 좀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폭력에 맞서는 여성들의 이야깁니다.

먼저 화면에 떠 있는 사진을 보겠습니다.

빨간 신발들이 바닥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11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의 모습인데요.

이날 광장에 저렇게 하이힐, 운동화 등 빨간 신발들을 놓은 이들은 멕시코 여성 활동 운동가들입니다.

멕시코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성 살해와 성범죄에 항의하기 위해 저렇게 빨간 신발을 광장에 가져다 놓고 퍼포먼스 시위를 벌인 겁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예술가이자 여성운동가 엘리나 차우베트는 지난 2009년 여동생이 남편에게 살해당한 이후 시위를 이어왔습니다.

차우베트는 붉은색은 희생자들의 피를 의미하는 동시에 사랑을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엘리나 차우베트/여성운동가 : "눈에 보이지 않는 불복종이나 불만으로는 변화를 이룰 수 없어서 시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희생자 유족들도 거리로 나와 성범죄 예방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엘리자베스 마추카 캄포스/여성운동가 : "저는 여동생만을 위해 외치는 게 아닙니다. 살해당한 모든 여성을 위해서입니다."]

[앵커]

저렇게 시위를 할 정도인 걸 보면 멕시코 여성에 가해지는 폭력이 상상 이상일 것 같은데요.

얼마나 심각한 건가요?

[답변]

세계보건기구 WHO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연애 상대, 동거인, 배우자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페미사이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한 해 3662명의 멕시코 여성이 '페미사이드'로 희생됐는데요.

이는 하루 10명꼴입니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 비율은 증가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또 이 중 범인이 잡혀 처벌받은 경우는 10%에도 못 미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살인 등 증오 범죄는 멕시코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볼까 하는데요.

아브릴 페레스라는 이 여성은 지난해 11월 멕시코시티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를 탄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용의자는 아직 붙잡히지 않았지만, 유족들은 페레스의 남편이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페레스의 남편은 아마존 멕시코법인 CEO를 지낸 후안 카를로스 가르시아로, 두 사람은 이혼과 양육권 다툼을 벌이는 중이었거든요.

게다가 지난해 초에는 이 남편이 야구 방망이로 잠들어 있는 페레스를 때려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그때 당시 페레스는 남편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주장했고, 남편 가르시아는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가 가정폭력으로 혐의가 낮춰져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습니다.

[페데리코 모스코/멕시코시티 고등법원 판사 :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합니다."]

보석 결정에 관여한 이 판사는 그전에도 여성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던 의사를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한 적 있어 이번 사건에 대한 논란이 더 커졌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해 유족들은 가르시아를 범인으로 확신하지만 그가 과연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의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멕시코에서 이런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가 뭘까요?

[답변]

여성운동가들은 멕시코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여성 살해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앞서 본 사례에서도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됐던 페레스 남편을 재판부가 가정폭력으로 혐의를 낮춰 보석으로 풀려나게 됐던 거 잖아요.

처벌이 약하다보니 가해자는 더 큰 폭력을 휘두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또한 멕시코 내 범죄조직들에 의해서 자행되는 성매매와 인신매매 등으로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가 많이 일어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급증할 때 '성폭력 경보'를 내려 여성 보호 등을 위해 지방 정부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합니다.

멕시코주에는 수년째 '성폭력 경보'가 내려져 있지만, 여성들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합니다.

[노르마 : "우리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어요. 거리에서 자유롭게 걷고 싶고, 모든 여성들에게 정의를 원합니다."]

지난 2018년 취임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페미사이드와 성범죄 척결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멕시코 여성들 스스로가 목소리를 높이며 거리로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들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을 내리고 또 여성을 이용한 범죄 조직단에 강력한 대응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성을 향한 성범죄와 살인은 멕시코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 세계의 난민 증가나 세계 곳곳에서 극우주의 성향이 강화된 것도 여성들에 대한 강력범죄 확산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물론 여성에 대한 폭력이 더 심각해졌다기 보다는 여성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 캠페인의 계기로 여성들이 피해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과거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있기도 합니다.

[앵커]

네, 최규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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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5 20:40:44
    • 수정2020-01-15 20: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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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연 캐스터,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답변]

네, 오늘은 멕시코 여성 문제 좀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폭력에 맞서는 여성들의 이야깁니다.

먼저 화면에 떠 있는 사진을 보겠습니다.

빨간 신발들이 바닥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11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의 모습인데요.

이날 광장에 저렇게 하이힐, 운동화 등 빨간 신발들을 놓은 이들은 멕시코 여성 활동 운동가들입니다.

멕시코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성 살해와 성범죄에 항의하기 위해 저렇게 빨간 신발을 광장에 가져다 놓고 퍼포먼스 시위를 벌인 겁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예술가이자 여성운동가 엘리나 차우베트는 지난 2009년 여동생이 남편에게 살해당한 이후 시위를 이어왔습니다.

차우베트는 붉은색은 희생자들의 피를 의미하는 동시에 사랑을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엘리나 차우베트/여성운동가 : "눈에 보이지 않는 불복종이나 불만으로는 변화를 이룰 수 없어서 시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희생자 유족들도 거리로 나와 성범죄 예방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엘리자베스 마추카 캄포스/여성운동가 : "저는 여동생만을 위해 외치는 게 아닙니다. 살해당한 모든 여성을 위해서입니다."]

[앵커]

저렇게 시위를 할 정도인 걸 보면 멕시코 여성에 가해지는 폭력이 상상 이상일 것 같은데요.

얼마나 심각한 건가요?

[답변]

세계보건기구 WHO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연애 상대, 동거인, 배우자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페미사이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한 해 3662명의 멕시코 여성이 '페미사이드'로 희생됐는데요.

이는 하루 10명꼴입니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 비율은 증가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또 이 중 범인이 잡혀 처벌받은 경우는 10%에도 못 미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살인 등 증오 범죄는 멕시코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볼까 하는데요.

아브릴 페레스라는 이 여성은 지난해 11월 멕시코시티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를 탄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용의자는 아직 붙잡히지 않았지만, 유족들은 페레스의 남편이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페레스의 남편은 아마존 멕시코법인 CEO를 지낸 후안 카를로스 가르시아로, 두 사람은 이혼과 양육권 다툼을 벌이는 중이었거든요.

게다가 지난해 초에는 이 남편이 야구 방망이로 잠들어 있는 페레스를 때려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그때 당시 페레스는 남편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주장했고, 남편 가르시아는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가 가정폭력으로 혐의가 낮춰져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습니다.

[페데리코 모스코/멕시코시티 고등법원 판사 :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합니다."]

보석 결정에 관여한 이 판사는 그전에도 여성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던 의사를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한 적 있어 이번 사건에 대한 논란이 더 커졌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해 유족들은 가르시아를 범인으로 확신하지만 그가 과연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의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멕시코에서 이런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가 뭘까요?

[답변]

여성운동가들은 멕시코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여성 살해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앞서 본 사례에서도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됐던 페레스 남편을 재판부가 가정폭력으로 혐의를 낮춰 보석으로 풀려나게 됐던 거 잖아요.

처벌이 약하다보니 가해자는 더 큰 폭력을 휘두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또한 멕시코 내 범죄조직들에 의해서 자행되는 성매매와 인신매매 등으로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가 많이 일어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급증할 때 '성폭력 경보'를 내려 여성 보호 등을 위해 지방 정부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합니다.

멕시코주에는 수년째 '성폭력 경보'가 내려져 있지만, 여성들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합니다.

[노르마 : "우리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어요. 거리에서 자유롭게 걷고 싶고, 모든 여성들에게 정의를 원합니다."]

지난 2018년 취임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페미사이드와 성범죄 척결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멕시코 여성들 스스로가 목소리를 높이며 거리로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들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을 내리고 또 여성을 이용한 범죄 조직단에 강력한 대응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성을 향한 성범죄와 살인은 멕시코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 세계의 난민 증가나 세계 곳곳에서 극우주의 성향이 강화된 것도 여성들에 대한 강력범죄 확산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물론 여성에 대한 폭력이 더 심각해졌다기 보다는 여성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 캠페인의 계기로 여성들이 피해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과거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있기도 합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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