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균 엄마도, 장기 농성자도…함께 만드는 ‘거리의 차례상’

입력 2020.01.24 (21:24) 수정 2020.01.2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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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과 헤어져 길 위에서 명절을 맞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길게는 몇 년 씩 장기농성 중인 노동자들인데요,

이들을 위해 '거리의 차례상' 음식을 준비하는 곳에 김혜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고 김용균 씨의 엄마 김미숙 씨가 노동자 쉼터, 꿀잠을 찾습니다.

["안녕하세요."]

원래도 식구가 많은데, 오늘은 더 많이 모였습니다.

농성 중인 노동자를 위해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날입니다.

[유흥희/'비정규직이제그만' 집행위원장 : "일곱 군데, 아니면 여덟군데 정도? 세종호텔하고 일진다이아몬드, 그 다음에 문중원 열사, 그 다음에..."]

["아우, 매워."]

눈물을 참아가며 양파며 각종 채소를 다집니다.

호박전, 동태전이 익으면서 고소한 냄새가 퍼집니다.

[김미숙/故 김용균 씨 엄마 : "즐겁지가 않아요, 가족들 모여도. 이렇게 일하시는 분들 같이 하면 위로가 많이 돼요, 사실 그 아픔은 계속 꾸준한 거잖아요..."]

일진다이아몬드 장동준 씨는 농성한지 166일 쨉니다.

10여 명의 동료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서울 마포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장동준/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 : "명절이 끝나고 안전한 일터로 돌아가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게 안타까울 뿐이죠."]

지난해 4월 김도현 씨 동생 태규 씨는 공사장에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경찰, 검찰 수사까지 끝났지만, 재판을 받게된 건 단 2명 뿐.

누나는 너무 억울해서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김도현/故 김태규 씨 누나 : "제가 할 수 있는 거니까. 억울함을 풀어주면 좋겠지만, 그래도 제가 후회 안 하는 데까지는 하려고요."]

저녁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오은주 씨의 발걸음은 오늘도 무겁습니다.

["안녕하세요."]

오 씨의 남편 문중원 씨는, 마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며 지난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설 전에 꼭 남편 장례를 치르고 싶었는데, 기약이 없습니다.

[오은주/故 문중원 기수 아내 : "이제 설날이면 가족들과 함께 있어야되는데... 저는 애들한테 가지 못하는 게... 가장 마음이 아파요..."]

이들이 함께 만든 설 차례 음식은, 오늘도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농성중인 노동자에게 전달됩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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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균 엄마도, 장기 농성자도…함께 만드는 ‘거리의 차례상’
    • 입력 2020-01-24 21:27:31
    • 수정2020-01-24 21:36:54
    뉴스 9
[앵커]

가족과 헤어져 길 위에서 명절을 맞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길게는 몇 년 씩 장기농성 중인 노동자들인데요,

이들을 위해 '거리의 차례상' 음식을 준비하는 곳에 김혜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고 김용균 씨의 엄마 김미숙 씨가 노동자 쉼터, 꿀잠을 찾습니다.

["안녕하세요."]

원래도 식구가 많은데, 오늘은 더 많이 모였습니다.

농성 중인 노동자를 위해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날입니다.

[유흥희/'비정규직이제그만' 집행위원장 : "일곱 군데, 아니면 여덟군데 정도? 세종호텔하고 일진다이아몬드, 그 다음에 문중원 열사, 그 다음에..."]

["아우, 매워."]

눈물을 참아가며 양파며 각종 채소를 다집니다.

호박전, 동태전이 익으면서 고소한 냄새가 퍼집니다.

[김미숙/故 김용균 씨 엄마 : "즐겁지가 않아요, 가족들 모여도. 이렇게 일하시는 분들 같이 하면 위로가 많이 돼요, 사실 그 아픔은 계속 꾸준한 거잖아요..."]

일진다이아몬드 장동준 씨는 농성한지 166일 쨉니다.

10여 명의 동료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서울 마포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장동준/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 : "명절이 끝나고 안전한 일터로 돌아가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게 안타까울 뿐이죠."]

지난해 4월 김도현 씨 동생 태규 씨는 공사장에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경찰, 검찰 수사까지 끝났지만, 재판을 받게된 건 단 2명 뿐.

누나는 너무 억울해서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김도현/故 김태규 씨 누나 : "제가 할 수 있는 거니까. 억울함을 풀어주면 좋겠지만, 그래도 제가 후회 안 하는 데까지는 하려고요."]

저녁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오은주 씨의 발걸음은 오늘도 무겁습니다.

["안녕하세요."]

오 씨의 남편 문중원 씨는, 마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며 지난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설 전에 꼭 남편 장례를 치르고 싶었는데, 기약이 없습니다.

[오은주/故 문중원 기수 아내 : "이제 설날이면 가족들과 함께 있어야되는데... 저는 애들한테 가지 못하는 게... 가장 마음이 아파요..."]

이들이 함께 만든 설 차례 음식은, 오늘도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농성중인 노동자에게 전달됩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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