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향란 씨의 따뜻한 밥상

입력 2020.02.08 (08:19) 수정 2020.02.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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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코너를 통해 어려운 상황의 탈북민 뿐 아니라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탈북민들도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분은 직접 지은 농작물로동료 탈북민과 어르신들을돕고 있다고 합니다.

매주 두 번씩 따뜻한 한 끼 밥을 나누고 의료 봉사까지 한다고 하는데요,

봉사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탈북민 이향란 씨의 하루, 채유나 리포터가 함께 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함양의 한 농장. 농장 주인인 탈북민 이향란 씨가 닭장을 찾았습니다.

[이향란/탈북민 : "오늘 알을 얼마나 많이 낳았나 보자."]

이 씨의 닭장에서는 매일 60여개의 신선한 달걀이 나온다는데요.

["(얘네 날아요.) 자 빨리 오세요. (얘네 날아요.) 날개 있으니까 날아야지. (근데 색깔이 다 다르네요. 초록색이에요.) 청계닭. 다음에 이건 오골계. 이건 토종닭. 이거 다른 계란에 비하면 (가격이) 10배로 하는 거라. 시중에 (개당) 천 원씩 팔려."]

농장 한 쪽에서는 쌀을 도정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쌀 잡숴봐 너무 맛있어.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응. 그래 먹어봐 맛있지. (고소한데요.) 우리 쌀은 비료가 안 들어가. 유기농으로 농사 하는 쌀이라. 그래서 이거 잡수는 사람들이 밥이 맛있다 그러지."]

생산에서 가공까지 직접 이 씨 손을 거친 농산물들이 차에 차곡차곡 실립니다. 탈북민과 어르신들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무료 급식에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직접 수확한 식재료를 가지고 이곳 식당 앞에 도착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받은 고마움과 감사함을 도로 정성껏 보답하겠다라는 뜻으로 효도식당으로 지었다는데요.

매주 두 번씩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무료로 식사를 대접한다고 합니다. 함께 가보실까요.

다가오는 점심시간.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이 바빠집니다.

250여 명을 위한 흰 쌀밥은 물론, 취향에 맞게 찾아 드시라고 반찬을 14가지나 준비합니다. 오늘은 특식으로 북한 함흥냉면도 준비했습니다.

[이향란/탈북민 : "이 면은 탈북민이 한국에 와서 직접 해서 북한식 냉면을 만든 거예요. 백두함흥냉면, 녹차냉면 쑥냉면 이렇게 해서 탈북민이 직접 만들었어요. 그래서 우리 어르신들한테 공급하고 있어요."]

곧이어 시작된 점심시간. 식당은 순식간에 어르신들로 가득 찼습니다.

["어르신들 식사가 다 준비됐습니다. 나와서 식사를 맛있게 드시면 되겠습니다. 맛있는 건 더 드셔도 돼요."]

정성껏 준비한 밥 한 그릇에 어르신들의 마음은 금새 훈훈해집니다.

[황성동/82세 : "노인들 위해서 노력 많이 합니다. (향란 씨가) 희생하는 정신이 대단하죠."]

["음식 부족한 거 없어요? 떡을 더 드려? 떡을 더 드려요? (고맙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탈북 11년 차인 이 씨.

정착해 자리를 잡기까지 식당일부터, 목욕탕, 장례식장 일까지 안해 본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어려움을 잘 알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무료 급식 봉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향란/탈북민 : "북한에 있을 때 한 끼 먹으면 다음 끼 한 끼 먹으면 다음 끼가 걱정스러웠고 하루에 한 끼도 맹물을 먹을 때가 (있었어요.) 오늘의 이 밥 한 그릇이 한 그릇이지만 어르신들한테 독거노인들 장애인들 주위의 어려운 분들한테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마음이 더 쓰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어머니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향란/탈북민 : "고향에 아직 어머니가 86세입니다. 아직 살아계시거든요. 이렇게 분단의 장벽이 높은 줄 몰랐어요. 늘 마음이 아픕니다."]

식사를 거르지 않길 바라는 마음 뿐 만이 아닙니다. 수년 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아프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또 다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삶

의 무게를 나눠지고 희망을 선사하려는 데에는 말 못할 어려움도 있다고 합니다.

이 씨는 인근 4개 요양원들과 수년 전부터 협약을 맺어 왔는데요.

이 씨가 해마다 대 여섯 차례 요양원에 식자재를 제공하는 대신 요양원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탈북민들이 무료로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윤외숙/65세/장유은혜병원 상임이사 : "(병원에서는) 비용부담을 절감시켜주고 (향란 씨가) 탈북민들이 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우리 병원에 한 달에 두 번 정도 와서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

탈북민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강혜란/84세/탈북민 : "북한에서 고생하다 여기 와서 천국에 와 있는 것 같아. 이렇게 좋단 말이야. 진짜 눈물 날 정도야."]

사실 향란 씨는 몸이 점점 굳어지고 말도 어눌해지는 파킨슨병을 6년째 앓고 있습니다.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할 정도로 아플 때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향란/탈북민 : "내가 아픈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의 심정을 알고 먼저 다가가는 거예요."]

24시간이 모자를 만큼 이웃돕기에 동분서주하는 이 씨. 어렵고 힘들 때에 비하면 지금의 자신은 부자라며, 부자는 베풀고 살아야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이향란/탈북민 : "북한에 배고픔을 달래며 사는 우리 자식들한테, 부모들한테 우리 형제들한테 배불리 먹이고픈 그런 마음이고 통일이 된다면 제가 농사한 쌀 가지고 가는 곳마다 밥을 해서 남한에서 지은 쌀이라고 다 드리고 싶어요. 전 앞으로도 그래요 계속 봉사하며 살 거예요."]

넉넉한 품으로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그녀의 노력이 남북통일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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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08 08:31:51
    • 수정2020-02-08 08: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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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코너를 통해 어려운 상황의 탈북민 뿐 아니라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탈북민들도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분은 직접 지은 농작물로동료 탈북민과 어르신들을돕고 있다고 합니다.

매주 두 번씩 따뜻한 한 끼 밥을 나누고 의료 봉사까지 한다고 하는데요,

봉사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탈북민 이향란 씨의 하루, 채유나 리포터가 함께 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함양의 한 농장. 농장 주인인 탈북민 이향란 씨가 닭장을 찾았습니다.

[이향란/탈북민 : "오늘 알을 얼마나 많이 낳았나 보자."]

이 씨의 닭장에서는 매일 60여개의 신선한 달걀이 나온다는데요.

["(얘네 날아요.) 자 빨리 오세요. (얘네 날아요.) 날개 있으니까 날아야지. (근데 색깔이 다 다르네요. 초록색이에요.) 청계닭. 다음에 이건 오골계. 이건 토종닭. 이거 다른 계란에 비하면 (가격이) 10배로 하는 거라. 시중에 (개당) 천 원씩 팔려."]

농장 한 쪽에서는 쌀을 도정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쌀 잡숴봐 너무 맛있어.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응. 그래 먹어봐 맛있지. (고소한데요.) 우리 쌀은 비료가 안 들어가. 유기농으로 농사 하는 쌀이라. 그래서 이거 잡수는 사람들이 밥이 맛있다 그러지."]

생산에서 가공까지 직접 이 씨 손을 거친 농산물들이 차에 차곡차곡 실립니다. 탈북민과 어르신들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무료 급식에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직접 수확한 식재료를 가지고 이곳 식당 앞에 도착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받은 고마움과 감사함을 도로 정성껏 보답하겠다라는 뜻으로 효도식당으로 지었다는데요.

매주 두 번씩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무료로 식사를 대접한다고 합니다. 함께 가보실까요.

다가오는 점심시간.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이 바빠집니다.

250여 명을 위한 흰 쌀밥은 물론, 취향에 맞게 찾아 드시라고 반찬을 14가지나 준비합니다. 오늘은 특식으로 북한 함흥냉면도 준비했습니다.

[이향란/탈북민 : "이 면은 탈북민이 한국에 와서 직접 해서 북한식 냉면을 만든 거예요. 백두함흥냉면, 녹차냉면 쑥냉면 이렇게 해서 탈북민이 직접 만들었어요. 그래서 우리 어르신들한테 공급하고 있어요."]

곧이어 시작된 점심시간. 식당은 순식간에 어르신들로 가득 찼습니다.

["어르신들 식사가 다 준비됐습니다. 나와서 식사를 맛있게 드시면 되겠습니다. 맛있는 건 더 드셔도 돼요."]

정성껏 준비한 밥 한 그릇에 어르신들의 마음은 금새 훈훈해집니다.

[황성동/82세 : "노인들 위해서 노력 많이 합니다. (향란 씨가) 희생하는 정신이 대단하죠."]

["음식 부족한 거 없어요? 떡을 더 드려? 떡을 더 드려요? (고맙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탈북 11년 차인 이 씨.

정착해 자리를 잡기까지 식당일부터, 목욕탕, 장례식장 일까지 안해 본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어려움을 잘 알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무료 급식 봉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향란/탈북민 : "북한에 있을 때 한 끼 먹으면 다음 끼 한 끼 먹으면 다음 끼가 걱정스러웠고 하루에 한 끼도 맹물을 먹을 때가 (있었어요.) 오늘의 이 밥 한 그릇이 한 그릇이지만 어르신들한테 독거노인들 장애인들 주위의 어려운 분들한테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마음이 더 쓰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어머니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향란/탈북민 : "고향에 아직 어머니가 86세입니다. 아직 살아계시거든요. 이렇게 분단의 장벽이 높은 줄 몰랐어요. 늘 마음이 아픕니다."]

식사를 거르지 않길 바라는 마음 뿐 만이 아닙니다. 수년 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아프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또 다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삶

의 무게를 나눠지고 희망을 선사하려는 데에는 말 못할 어려움도 있다고 합니다.

이 씨는 인근 4개 요양원들과 수년 전부터 협약을 맺어 왔는데요.

이 씨가 해마다 대 여섯 차례 요양원에 식자재를 제공하는 대신 요양원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탈북민들이 무료로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윤외숙/65세/장유은혜병원 상임이사 : "(병원에서는) 비용부담을 절감시켜주고 (향란 씨가) 탈북민들이 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우리 병원에 한 달에 두 번 정도 와서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

탈북민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강혜란/84세/탈북민 : "북한에서 고생하다 여기 와서 천국에 와 있는 것 같아. 이렇게 좋단 말이야. 진짜 눈물 날 정도야."]

사실 향란 씨는 몸이 점점 굳어지고 말도 어눌해지는 파킨슨병을 6년째 앓고 있습니다.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할 정도로 아플 때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향란/탈북민 : "내가 아픈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의 심정을 알고 먼저 다가가는 거예요."]

24시간이 모자를 만큼 이웃돕기에 동분서주하는 이 씨. 어렵고 힘들 때에 비하면 지금의 자신은 부자라며, 부자는 베풀고 살아야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이향란/탈북민 : "북한에 배고픔을 달래며 사는 우리 자식들한테, 부모들한테 우리 형제들한테 배불리 먹이고픈 그런 마음이고 통일이 된다면 제가 농사한 쌀 가지고 가는 곳마다 밥을 해서 남한에서 지은 쌀이라고 다 드리고 싶어요. 전 앞으로도 그래요 계속 봉사하며 살 거예요."]

넉넉한 품으로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그녀의 노력이 남북통일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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