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파리, 인구보다 많은 ‘쥐 소탕 전쟁’

입력 2020.02.21 (10:48) 수정 2020.02.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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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쥐가 양곡 생산의 20%를 먹어치운다는 지적이 제기돼 '쥐잡기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는데요.

프랑스 파리시에선 몇 해 전부터 도시에 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쥐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해가 저물고 어둑해지면 파리를 점령한 새 주인들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어디 숨다 나온 건지 몇 분 사이에 여러 마리가 눈에 띕니다.

거리로 나온 쥐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거리에 떨어진 음식을 먹으며 배를 채웁니다.

현재 파리 시내에는 최소 400만 마리의 쥐가 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파리 인구가 230만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주민보다 쥐가 더 많은데요.

현재 파리를 뒤덮은 쥐는 살모넬라균이나 급성 열성 질환인 렙토스피라증 전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의 보건 안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는데요.

[질 데모디세/시청 직원 : "쥐는 여러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공중보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건 최근 몇 년 새입니다.

유럽연합의 독성 쥐약 사용 규제가 개체 수 조절에 막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시민과 관광객이 버리는 음식물이 주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쓰레기통이나 길가에 쥐가 먹을 만한 음식이 넘쳐나니 생존율이 높아져 쥐덫도 소용이 없어진 건데요.

[스테판 브라스/쥐 소탕 조합 대변인 :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먹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쥐들은 도시에 익숙해져 두려움 없이 살고 있습니다."]

시 당국은 비상 태세에 돌입했습니다.

쥐 소탕을 위해 몇 차례 주요 공원을 돌아가며 폐쇄했고, 곳곳에 친환경 쥐덫을 설치하고, '비둘기나 쥐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캠페인도 전개했습니다.

쥐들이 쓰레기통을 타고 올라가지 못하게끔 디자인 개선 작업도 진행했는데요.

[안 이달고/파리 시장 : "이전 쓰레기통의 문제를 발견해 교체했고, 거리를 깨끗이 하기 위해 청소기도 사들였습니다."]

그러나 대대적인 쥐 잡기 운동에도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쥐 소탕'은 다음 달 있을 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도 떠올랐습니다.

[스테판 브라스/쥐 소탕 조합 대변인 : "쥐 소탕 운동은 모두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선거 당선자 역시 어떤 조처를 하든 이를 독려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할 겁니다."]

여당에선 쥐가 접근할 수 없는 쓰레기통을 보급하겠다 약속했고,

[폴 시몬돈/파리 시청 위생보건 담당 : "모든 공원의 쓰레기통을 바꿔 쥐의 접근을 막고, 쓰레기가 거리에 떨어지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야당에선 쥐의 위치를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개했습니다.

[제프로이 불라드/파리 17구 구청장 : "주민들의 제보를 받을 수 있는 홈페이지를 열어 어느 구역에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는지 명확히 할 것입니다."]

한편 일각에선 쥐잡기 운동에 반대하는 여론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쥐 학살을 멈추라'는 동물 권리 옹호론자들인데요.

전문가들은 쥐의 완전한 박멸이 아닌 개체 수 조절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파리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 평균적으로 인구 1명당 1.75마리의 쥐와 공생하고 있는데요.

'쥐 소탕'이 표심을 좌우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파리 시.

쥐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자가 다음달 표심 전쟁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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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파리, 인구보다 많은 ‘쥐 소탕 전쟁’
    • 입력 2020-02-21 10:44:21
    • 수정2020-02-21 11:07:04
    지구촌뉴스
[앵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쥐가 양곡 생산의 20%를 먹어치운다는 지적이 제기돼 '쥐잡기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는데요.

프랑스 파리시에선 몇 해 전부터 도시에 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쥐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해가 저물고 어둑해지면 파리를 점령한 새 주인들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어디 숨다 나온 건지 몇 분 사이에 여러 마리가 눈에 띕니다.

거리로 나온 쥐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거리에 떨어진 음식을 먹으며 배를 채웁니다.

현재 파리 시내에는 최소 400만 마리의 쥐가 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파리 인구가 230만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주민보다 쥐가 더 많은데요.

현재 파리를 뒤덮은 쥐는 살모넬라균이나 급성 열성 질환인 렙토스피라증 전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의 보건 안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는데요.

[질 데모디세/시청 직원 : "쥐는 여러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공중보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건 최근 몇 년 새입니다.

유럽연합의 독성 쥐약 사용 규제가 개체 수 조절에 막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시민과 관광객이 버리는 음식물이 주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쓰레기통이나 길가에 쥐가 먹을 만한 음식이 넘쳐나니 생존율이 높아져 쥐덫도 소용이 없어진 건데요.

[스테판 브라스/쥐 소탕 조합 대변인 :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먹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쥐들은 도시에 익숙해져 두려움 없이 살고 있습니다."]

시 당국은 비상 태세에 돌입했습니다.

쥐 소탕을 위해 몇 차례 주요 공원을 돌아가며 폐쇄했고, 곳곳에 친환경 쥐덫을 설치하고, '비둘기나 쥐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캠페인도 전개했습니다.

쥐들이 쓰레기통을 타고 올라가지 못하게끔 디자인 개선 작업도 진행했는데요.

[안 이달고/파리 시장 : "이전 쓰레기통의 문제를 발견해 교체했고, 거리를 깨끗이 하기 위해 청소기도 사들였습니다."]

그러나 대대적인 쥐 잡기 운동에도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쥐 소탕'은 다음 달 있을 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도 떠올랐습니다.

[스테판 브라스/쥐 소탕 조합 대변인 : "쥐 소탕 운동은 모두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선거 당선자 역시 어떤 조처를 하든 이를 독려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할 겁니다."]

여당에선 쥐가 접근할 수 없는 쓰레기통을 보급하겠다 약속했고,

[폴 시몬돈/파리 시청 위생보건 담당 : "모든 공원의 쓰레기통을 바꿔 쥐의 접근을 막고, 쓰레기가 거리에 떨어지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야당에선 쥐의 위치를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개했습니다.

[제프로이 불라드/파리 17구 구청장 : "주민들의 제보를 받을 수 있는 홈페이지를 열어 어느 구역에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는지 명확히 할 것입니다."]

한편 일각에선 쥐잡기 운동에 반대하는 여론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쥐 학살을 멈추라'는 동물 권리 옹호론자들인데요.

전문가들은 쥐의 완전한 박멸이 아닌 개체 수 조절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파리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 평균적으로 인구 1명당 1.75마리의 쥐와 공생하고 있는데요.

'쥐 소탕'이 표심을 좌우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파리 시.

쥐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자가 다음달 표심 전쟁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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