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인류 최후의 날 저장고’를 아시나요?

입력 2020.02.27 (10:46) 수정 2020.02.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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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화요일 '세계 종자보관소'에 씨앗이 대량 입고됐습니다.

세계 종자보관소는 인류에 대재앙이 닥쳐도 후손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각종 씨앗을 저장하는 곳인데요.

기후변화에 잘 대응해 씨앗이 바깥으로 나오지 않도록 해야겠죠.

지구촌 인입니다.

[리포트]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의 북쪽 끝에 있는 롱위에아르뷔엔.

영토의 절반 이상이 빙하로 일 년 내내 영하 10도가 넘는 '녹지 않는 땅'인데요.

도시 자체가 마치 거대한 냉동고 같은 이곳은 사람보다 북극곰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아름다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도시의 북쪽 끝, 북극해를 마주한 곳엔 눈 속에 파묻힌 듯한 현대적인 건물이 있습니다.

북극점에서 약 1,300km 떨어진 곳에 세워진 '국제 종자보관소'입니다.

2008년 유엔 세계작물 다양성 재단의 주도로 만들어졌는데요.

세계 주요 식량 종자를 보관하는 장소로 '인류 최후의 날 저장고'로도 불립니다.

전쟁, 전염병,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에 대재앙이 닥칠 것에 대비해 세워졌기 때문인데요.

[Brian Lainoff, Vault Spokesperson : "Obviously took a lot of care in making this deposit, but it also shows the true global nature of this seed vault. When you're in the vault politics don't matter, what matters is keeping the seeds safe."]

현재 씨앗 금고에선 100만 점이 넘는 작물 씨앗을 보관하고 있는데요.

이틀 전, 인도, 말리, 페루 등 30여 곳에서 종자 6만여 점을 더 보내왔습니다.

종자보관소는 평소엔 닫혀 있다가 씨앗이 들어갈 때만 개방되는데요.

[벤테 네버달/건물 관리자 : "외부 침입과 도난 방지 알람이 가동 중인데 한 번도 울린 적은 없습니다. 금고에 침입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딱 한 번 방출을 위해 문이 열린 적이 있습니다.

2015년 내전 중인 시리아에 보관 중이던 씨앗을 빼내 돌려준 건데요.

지역 종자 은행을 반군이 장악하면서 레바논과 모로코에 유전자은행을 새로 열게 됐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코흐/국제 작물 다양성 재정국장 : "시리아와 알레포에서 온 씨앗들입니다. 레바논과 모로코로 보내질 예정입니다. 국제 작물 보호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 거죠."]

저장고는 터널 창고 형태로 발아를 막기 위해 항상 영하 18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진은 물론, 핵폭발과 소행성 충돌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내진 설계도 되어있는데요.

하지만 북극에 닥친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2017년 여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입구 쪽에 물이 새어 들어온 겁니다.

북극에 눈이 녹을 것은 상상도 못 해 방수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탓이었는데요.

지난해 10월 노르웨이 정부는 1,100만 달러를 들여 시설을 개보수했습니다.

[킴 홀먼/노르웨이 극지 연구소장 : "북극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입니다. 책임감을 느끼고 문제 해결에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북극은 지구의 기후변화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가 2배 빨리 진행돼 바다와 육지의 얼음이 급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는데요.

향후 200년 내다보고 만든 인류 최후의 희망, 국제 종자보관소.

그러나 이대로라면 금고의 씨앗은 더 빨리 바깥으로 나오게 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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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인류 최후의 날 저장고’를 아시나요?
    • 입력 2020-02-27 10:51:23
    • 수정2020-02-27 1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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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화요일 '세계 종자보관소'에 씨앗이 대량 입고됐습니다.

세계 종자보관소는 인류에 대재앙이 닥쳐도 후손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각종 씨앗을 저장하는 곳인데요.

기후변화에 잘 대응해 씨앗이 바깥으로 나오지 않도록 해야겠죠.

지구촌 인입니다.

[리포트]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의 북쪽 끝에 있는 롱위에아르뷔엔.

영토의 절반 이상이 빙하로 일 년 내내 영하 10도가 넘는 '녹지 않는 땅'인데요.

도시 자체가 마치 거대한 냉동고 같은 이곳은 사람보다 북극곰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아름다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도시의 북쪽 끝, 북극해를 마주한 곳엔 눈 속에 파묻힌 듯한 현대적인 건물이 있습니다.

북극점에서 약 1,300km 떨어진 곳에 세워진 '국제 종자보관소'입니다.

2008년 유엔 세계작물 다양성 재단의 주도로 만들어졌는데요.

세계 주요 식량 종자를 보관하는 장소로 '인류 최후의 날 저장고'로도 불립니다.

전쟁, 전염병,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에 대재앙이 닥칠 것에 대비해 세워졌기 때문인데요.

[Brian Lainoff, Vault Spokesperson : "Obviously took a lot of care in making this deposit, but it also shows the true global nature of this seed vault. When you're in the vault politics don't matter, what matters is keeping the seeds safe."]

현재 씨앗 금고에선 100만 점이 넘는 작물 씨앗을 보관하고 있는데요.

이틀 전, 인도, 말리, 페루 등 30여 곳에서 종자 6만여 점을 더 보내왔습니다.

종자보관소는 평소엔 닫혀 있다가 씨앗이 들어갈 때만 개방되는데요.

[벤테 네버달/건물 관리자 : "외부 침입과 도난 방지 알람이 가동 중인데 한 번도 울린 적은 없습니다. 금고에 침입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딱 한 번 방출을 위해 문이 열린 적이 있습니다.

2015년 내전 중인 시리아에 보관 중이던 씨앗을 빼내 돌려준 건데요.

지역 종자 은행을 반군이 장악하면서 레바논과 모로코에 유전자은행을 새로 열게 됐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코흐/국제 작물 다양성 재정국장 : "시리아와 알레포에서 온 씨앗들입니다. 레바논과 모로코로 보내질 예정입니다. 국제 작물 보호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 거죠."]

저장고는 터널 창고 형태로 발아를 막기 위해 항상 영하 18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진은 물론, 핵폭발과 소행성 충돌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내진 설계도 되어있는데요.

하지만 북극에 닥친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2017년 여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입구 쪽에 물이 새어 들어온 겁니다.

북극에 눈이 녹을 것은 상상도 못 해 방수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탓이었는데요.

지난해 10월 노르웨이 정부는 1,100만 달러를 들여 시설을 개보수했습니다.

[킴 홀먼/노르웨이 극지 연구소장 : "북극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입니다. 책임감을 느끼고 문제 해결에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북극은 지구의 기후변화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가 2배 빨리 진행돼 바다와 육지의 얼음이 급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는데요.

향후 200년 내다보고 만든 인류 최후의 희망, 국제 종자보관소.

그러나 이대로라면 금고의 씨앗은 더 빨리 바깥으로 나오게 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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