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코로나19 “함께 이겨 내요”

입력 2020.03.21 (08:18) 수정 2020.03.21 (08: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코로나19로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가 힘들어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도움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데요.

탈북민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직접 만든 마스크를 나누기도 하고 대구 지역 의료진들을 위한 성금을 모아 기탁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도움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는 탈북민들을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 보시죠.

[리포트]

전라북도의 한 조용한 마을. 자동차 정비소 한 쪽에 놓여진 컨테이너 안에 작은 수선집이 있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오시느라 수고하셨네요."]

탈북민 김진희 씨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재봉틀을 다룹니다.

재단된 흰 천을 재봉질 해 모양을 잡아가는데요,

이웃과 함께 나눠 쓰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할 마스크를 직접 만드는 겁니다.

[김진희/탈북민 : "약국에 가서 사람들 줄 서고 마스크 때문에 엄청 고초 겪은 사람 많았잖아요. 마스크 한 장이면 고칠 수 있는 사람도 죽어나는 사람도 있고 하니까.."]

중국 군수품 공장에서 일하면서 재봉틀 다루는 법을 배웠다는 김 씨.

마스크 하나 만드는데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사실 탈북 과정에서 다쳐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데요,

[김진희/탈북민 : "(한쪽 눈으로 마스크 만드시기 힘들지 않으세요?)힘들어도 그래도 괜찮아요. 이거 하는 시간은 잡생각이 없잖아요. 그래도 견딜만한데. 눈이 하나 없어도 한쪽 눈 오른쪽 눈이 있잖아요."]

수선집 옆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 남편이 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송우종/김진희 씨 남편 :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집에 가서 포장하고 실밥 다듬는 일을 도와줬습니다."]

한 때는 수선 일도 제쳐두고 마스크 제작만 했는데, 지금은 마스크용 필터를 구할 길이 없어 아쉽기만 합니다.

[김진희/탈북민 : "우리 장수군에도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 노인분들 생각하는 한 사람이 있구나 이런 생각으로 자식 같은, 딸내미 하나 있다 이렇게 생각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손재주로 만들어 봤다는데요,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 손수 완성한 이 마스크는 그 어떤 바이러스라도 막아낼 듯하네요.

모두가 어려운 시기, 이렇게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친구, 이웃이 있다면 좀 더 든든하겠죠!

[진희야~ 뭐해? (뭐 만들고 있구먼. 언니네들 마스크 좀 주려고.)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못 하는 게 없어."]

김 씨가 마스크를 만들어 나누어 준다는 소식에 이웃들이 모였습니다.

[배봉덕/이웃 주민 : "사실 처음 사러 갔는데, 몇 번 사러 갔는데도 못 샀어요. 사지를 못하고 계속 그랬는데 이 친구가 준다 해서 부리나케 쫓아왔지 지금."]

[배봉덕/이웃 주민 : "(착용해보시니까 어떠세요?)너무 좋아요. 대화하는데도 그렇고 다른 건 마스크가 입에 달라붙고 그런데 얘는 두꺼워서 안전하고 숨쉬기도 편하네."]

외롭고 서툰 한국 생활에 김치도 나눠주고 말동무도 되어준 고마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진희/탈북민 : "언니가 잘 쓰면 나도 감사하지."]

[추기쁨/이웃 주민 : "정말 고마워. 이웃에 있어서 너무 예뻐. 마음이 너무 예쁘다니까. 나도 재봉틀을 하지만 생각도 못 했어. 얼마 전에 마스크 만든다고 하길래 정말 예쁘다 그랬지. 이렇게 예쁘게 만들 줄은 몰랐지."]

김 씨는 군청에 마스크 300장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장수군은 마스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 많아 더욱 귀한 선물이 됐다고 합니다.

[김진숙/보건의료원 의료지원과장 : "아무래도 마스크를 혼자서 만드신다는 게 어려울 텐데 그럼에도 이웃사랑하는 마음으로 혼자서 300장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고 존경스럽고 이 마스크는 건강취약계층에게 꼭 배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배송 준비 작업이 마무리되면 지역 내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우편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광섭/장수군청 기획조정실 홍보팀장 : "마스크도 고맙지만 그분 마음이 또 서로 함께 이겨내자는 마음이 생길 수 있어서 어르신들한테도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푼 두 푼 아껴뒀던 쌈짓돈을 십시일반 모아 대구를 위해 써달라고 기탁한 탈북민들도 있는데요,

작지만 큰 도움 행렬 앞에 그들이 탈북민인지 아닌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경기도 군포시의 한 물류센터. 봉사단원들이 트럭에 물건을 옮기느라 분주합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네 안녕하세요."]

[장세율/겨레얼통일연대 대표 : "(뭐하고 계신 거예요?)여기 지금 우리가 탈북 어르신들 구호물자 싣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이 만든 봉사단체인데요, 평소 대기업들이 기탁한 물품을 취약계층에 나누어주는 활동을 합니다.

최근 이 단체 회원들은 코로나 19로 대구가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료진들을 위한 성금을 모았습니다.

[정진화/탈북민 : "뉴스에서 코로나 때문에 의사들이 가운도 없이 고생한다는 걸 듣고 진짜 가슴이 아파서 저도 동참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먼저 동참하게 됐어요."]

1차로 전달한 돈은 110여 만원. 큰 돈은 아니지만 봉사단원 뿐 아니라, 지원을 받고 계시는 어르신들까지 만 원이라도 돕겠다며 정성을 보탰습니다.

앞으로도 돈이 백만원 단위로 모일 때마다 전달할 예정입니다.

[장세율/겨레얼통일연대 대표 : "우리가 어려울 때, 정착이 어려울 때 그래도 국민들이 도와줬는데 대구 시민들이 이렇게 고생을 한다는데 우리도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자. 이렇게 해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 조금이나마 가진 것을 나누며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탈북민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더욱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통일로 미래로] 코로나19 “함께 이겨 내요”
    • 입력 2020-03-21 08:24:41
    • 수정2020-03-21 08:28:31
    남북의 창
[앵커]

코로나19로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가 힘들어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도움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데요.

탈북민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직접 만든 마스크를 나누기도 하고 대구 지역 의료진들을 위한 성금을 모아 기탁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도움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는 탈북민들을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 보시죠.

[리포트]

전라북도의 한 조용한 마을. 자동차 정비소 한 쪽에 놓여진 컨테이너 안에 작은 수선집이 있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오시느라 수고하셨네요."]

탈북민 김진희 씨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재봉틀을 다룹니다.

재단된 흰 천을 재봉질 해 모양을 잡아가는데요,

이웃과 함께 나눠 쓰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할 마스크를 직접 만드는 겁니다.

[김진희/탈북민 : "약국에 가서 사람들 줄 서고 마스크 때문에 엄청 고초 겪은 사람 많았잖아요. 마스크 한 장이면 고칠 수 있는 사람도 죽어나는 사람도 있고 하니까.."]

중국 군수품 공장에서 일하면서 재봉틀 다루는 법을 배웠다는 김 씨.

마스크 하나 만드는데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사실 탈북 과정에서 다쳐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데요,

[김진희/탈북민 : "(한쪽 눈으로 마스크 만드시기 힘들지 않으세요?)힘들어도 그래도 괜찮아요. 이거 하는 시간은 잡생각이 없잖아요. 그래도 견딜만한데. 눈이 하나 없어도 한쪽 눈 오른쪽 눈이 있잖아요."]

수선집 옆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 남편이 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송우종/김진희 씨 남편 :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집에 가서 포장하고 실밥 다듬는 일을 도와줬습니다."]

한 때는 수선 일도 제쳐두고 마스크 제작만 했는데, 지금은 마스크용 필터를 구할 길이 없어 아쉽기만 합니다.

[김진희/탈북민 : "우리 장수군에도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 노인분들 생각하는 한 사람이 있구나 이런 생각으로 자식 같은, 딸내미 하나 있다 이렇게 생각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손재주로 만들어 봤다는데요,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 손수 완성한 이 마스크는 그 어떤 바이러스라도 막아낼 듯하네요.

모두가 어려운 시기, 이렇게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친구, 이웃이 있다면 좀 더 든든하겠죠!

[진희야~ 뭐해? (뭐 만들고 있구먼. 언니네들 마스크 좀 주려고.)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못 하는 게 없어."]

김 씨가 마스크를 만들어 나누어 준다는 소식에 이웃들이 모였습니다.

[배봉덕/이웃 주민 : "사실 처음 사러 갔는데, 몇 번 사러 갔는데도 못 샀어요. 사지를 못하고 계속 그랬는데 이 친구가 준다 해서 부리나케 쫓아왔지 지금."]

[배봉덕/이웃 주민 : "(착용해보시니까 어떠세요?)너무 좋아요. 대화하는데도 그렇고 다른 건 마스크가 입에 달라붙고 그런데 얘는 두꺼워서 안전하고 숨쉬기도 편하네."]

외롭고 서툰 한국 생활에 김치도 나눠주고 말동무도 되어준 고마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진희/탈북민 : "언니가 잘 쓰면 나도 감사하지."]

[추기쁨/이웃 주민 : "정말 고마워. 이웃에 있어서 너무 예뻐. 마음이 너무 예쁘다니까. 나도 재봉틀을 하지만 생각도 못 했어. 얼마 전에 마스크 만든다고 하길래 정말 예쁘다 그랬지. 이렇게 예쁘게 만들 줄은 몰랐지."]

김 씨는 군청에 마스크 300장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장수군은 마스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 많아 더욱 귀한 선물이 됐다고 합니다.

[김진숙/보건의료원 의료지원과장 : "아무래도 마스크를 혼자서 만드신다는 게 어려울 텐데 그럼에도 이웃사랑하는 마음으로 혼자서 300장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고 존경스럽고 이 마스크는 건강취약계층에게 꼭 배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배송 준비 작업이 마무리되면 지역 내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우편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광섭/장수군청 기획조정실 홍보팀장 : "마스크도 고맙지만 그분 마음이 또 서로 함께 이겨내자는 마음이 생길 수 있어서 어르신들한테도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푼 두 푼 아껴뒀던 쌈짓돈을 십시일반 모아 대구를 위해 써달라고 기탁한 탈북민들도 있는데요,

작지만 큰 도움 행렬 앞에 그들이 탈북민인지 아닌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경기도 군포시의 한 물류센터. 봉사단원들이 트럭에 물건을 옮기느라 분주합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네 안녕하세요."]

[장세율/겨레얼통일연대 대표 : "(뭐하고 계신 거예요?)여기 지금 우리가 탈북 어르신들 구호물자 싣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이 만든 봉사단체인데요, 평소 대기업들이 기탁한 물품을 취약계층에 나누어주는 활동을 합니다.

최근 이 단체 회원들은 코로나 19로 대구가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료진들을 위한 성금을 모았습니다.

[정진화/탈북민 : "뉴스에서 코로나 때문에 의사들이 가운도 없이 고생한다는 걸 듣고 진짜 가슴이 아파서 저도 동참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먼저 동참하게 됐어요."]

1차로 전달한 돈은 110여 만원. 큰 돈은 아니지만 봉사단원 뿐 아니라, 지원을 받고 계시는 어르신들까지 만 원이라도 돕겠다며 정성을 보탰습니다.

앞으로도 돈이 백만원 단위로 모일 때마다 전달할 예정입니다.

[장세율/겨레얼통일연대 대표 : "우리가 어려울 때, 정착이 어려울 때 그래도 국민들이 도와줬는데 대구 시민들이 이렇게 고생을 한다는데 우리도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자. 이렇게 해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 조금이나마 가진 것을 나누며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탈북민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더욱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