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고용했으면서…“임금체불 신고한다고? 불법체류 맞신고”

입력 2020.03.23 (19:33) 수정 2020.03.2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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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법체류 노동자라도 인권침해 등을 받으면 피해가 구제될 때까지 강제추방을 미룹니다.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한단 건데요, 하지만 임금체불은 예외라 불법체류 사실을 신고한다며 악용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국적의 수지 씨는 천안의 한 음식점에서 1년 넘게 일했습니다.

고용 비자가 없어도 괜찮다는 식당업주 말을 믿었다고 합니다.

[수지 씨 : "(비자 있다고 거짓말하라고 했고) 안 그러면 손님들이 신고해서 출입국사무소가 단속할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월급은 자주 밀렸고 휴무일도 지켜지지 않자, 수지 씨는 태국으로 돌아가 한국 노동부에 진정을 냈습니다.

이후 해당 업주는 동네에 있는 수지 씨 지인들을 찾아가 진정을 취하시키라고 종용했습니다.

역시 불법체류상태인 지인들은 신고도 못 하고 떨어야 했습니다.

[수지 씨 지인 : "엄청 시끄러웠어요. 문을 두들겼고요. 경찰인지, 출입국사무소인지…. 신고한다고 했어요. 저희는 비자가 없으니까 경찰도 못 불렀어요."]

지난해 입국한 A 씨는 임금 체불 뿐 아니라 업주에게서 성추행까지 당했다고 호소합니다.

[A 씨/음성변조 : "사장님이 성추행할 때는 "괜찮아"라며 "왜? 왜 안돼?"라고 했어요."]

항의를 하자 업주는 해고를 통보하더니, '불법이니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불법체류 신분이 드러날까 꺼리던 A 씨는, 최근에서야 노동청에 임금체불을 진정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무서웠어요. 하지만 잡혀가더라도 돈은 받아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어요."]

외국인노동자는 불법체류 중일지라도 범죄 피해나 인권 침해를 당했으면 피해가 구제될 때까지 추방이 유예됩니다.

하지만 임금체불 피해로는 추방 유예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는 강제 추방을 우려해 노동청에 신고하길 꺼리고, 사업주는 이를 악용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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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 고용했으면서…“임금체불 신고한다고? 불법체류 맞신고”
    • 입력 2020-03-23 19:35:13
    • 수정2020-03-23 19:55:41
    뉴스 7
[앵커]

불법체류 노동자라도 인권침해 등을 받으면 피해가 구제될 때까지 강제추방을 미룹니다.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한단 건데요, 하지만 임금체불은 예외라 불법체류 사실을 신고한다며 악용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국적의 수지 씨는 천안의 한 음식점에서 1년 넘게 일했습니다.

고용 비자가 없어도 괜찮다는 식당업주 말을 믿었다고 합니다.

[수지 씨 : "(비자 있다고 거짓말하라고 했고) 안 그러면 손님들이 신고해서 출입국사무소가 단속할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월급은 자주 밀렸고 휴무일도 지켜지지 않자, 수지 씨는 태국으로 돌아가 한국 노동부에 진정을 냈습니다.

이후 해당 업주는 동네에 있는 수지 씨 지인들을 찾아가 진정을 취하시키라고 종용했습니다.

역시 불법체류상태인 지인들은 신고도 못 하고 떨어야 했습니다.

[수지 씨 지인 : "엄청 시끄러웠어요. 문을 두들겼고요. 경찰인지, 출입국사무소인지…. 신고한다고 했어요. 저희는 비자가 없으니까 경찰도 못 불렀어요."]

지난해 입국한 A 씨는 임금 체불 뿐 아니라 업주에게서 성추행까지 당했다고 호소합니다.

[A 씨/음성변조 : "사장님이 성추행할 때는 "괜찮아"라며 "왜? 왜 안돼?"라고 했어요."]

항의를 하자 업주는 해고를 통보하더니, '불법이니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불법체류 신분이 드러날까 꺼리던 A 씨는, 최근에서야 노동청에 임금체불을 진정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무서웠어요. 하지만 잡혀가더라도 돈은 받아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어요."]

외국인노동자는 불법체류 중일지라도 범죄 피해나 인권 침해를 당했으면 피해가 구제될 때까지 추방이 유예됩니다.

하지만 임금체불 피해로는 추방 유예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는 강제 추방을 우려해 노동청에 신고하길 꺼리고, 사업주는 이를 악용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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