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남미, 빈곤층은 더 큰 고통

입력 2020.04.04 (21:45) 수정 2020.04.0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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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남미 대륙의 확진자도 빠르게 증가해 2만 명을 넘었습니다.

특히, 중남미는 빈곤층 밀집 지역이 많아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함께 경제적 고통이 크다고 합니다.

브라질 상파울루 연결합니다.

이재환 특파원, 중남미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죠,

특히,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된 인디오 원주민들까지 감염됐다구요?

[기자]

네,지금까지 중남미 대륙에 코로나19 확진자는 30여 개국 2만여 명에 달합니다.

국가별로는 브라질이 6천 8백여 명으로 가장 많은데요,

하루 천여 명이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칠레 3천 백여명, 에콰도르 2천 7백여 명 순입니다.

사망자는 브라질 241명 등 모두 600여 명에 달합니다.

특히,브라질에서는 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는 인디오 원주민 20살 여성이 첫 원주민 확진자로 판정됐구요,

콜롬비아에서도 2명의 원주민이 감염됐습니다.

이들은 같은 부족끼리 집단생활을 하고 있어 코로나19 확산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앵커]

중남미는 원주민들도 그렇지만 빈곤층이 한데 모여 사는 지역이 많죠,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더욱 위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그렇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중남미 빈곤층은 밀집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본격화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높은거죠.

각국 정부가 상점을 폐쇄하는 등 사회적 격리 기간을 연장하면서 사실상 집에 머물게 했는데요,

빈곤층은 하루벌어 하루 사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코로나19에 일자리를 잃은 뒤 집에 머물수 만은 없는 형편입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막막한 생계의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시에 고층 고급 아파트 주위로 벌건 벽돌로 지어진 집들이 빼곡하게 자리했습니다.

파벨라로 불리는 브라질 빈민가입니다.

젊은 여성들이 모여 밥과 콩죽 등을 넣고 도시락을 만들고 있습니다.

파벨라에 사는 빈민층 가운데 최근 코로나19에 일자리를 잃어 생계를 잇기 힘든 가정을 위해 부녀회가 자발적으로 나선 겁니다.

[엘리자니/상파울루 빈민가 부녀회장 : "코로나19때문에 나가서 일할 수 없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먹을것 뿐 아니라 조리할 가스조차 없습니다."]

좁은 골목 사이로 낡고 허름한 집들이 즐비한 파벨라, 도시락을 받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주 정부 방침에 따라 상점과 식당이 문을 닫고 각종 공사가 중단되자 실직자가 된 주민들입니다.

[안토니오/건설공사 일용직 근로자 : "저는 목수입니다. 모든 일이 다 멈췄어요."]

이곳에 사는 빈민층은 10만 여명, 주민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가구수는 2만 가구, 좁은 집안에 평균 5명이 모여 사는데다 밤이면 수돗물 공급이 끊기는 등 위생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10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티아니/상파울루 빈민가 주민 : "코로나19에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딸이 아파서 면역이 약해져 있는데, 내가 나가서 감염되면 딸한테 옮길 겁니다."]

10가구 가운데 4가구는 여성들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지만, 사회적 격리가 강화되면서 가사도우미 일조차 끊겼습니다.

[비비아니/상파울루 빈민가 주민 : "모든 일이 멈췄습니다. 결혼식,생일잔치 이런 행사 일자리가 다 없어졌습니다."]

세계적 관광도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서양 해안 고급 아파트 밀집지역과 대비해 뒤로는 산 주변에 파벨라로 불리는 빈민가가 자리했습니다.

이곳에 사는 빈민층은 20만 명으로 역시,코로나19 감염과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브라질의 파벨라 주민들은 인구의 6% 정도인 천 3백만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코로나19 검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우송 호드리게스/상파울루 파벨라 주민 대표 : "사회적 격리는 가짜 뉴스입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집에 머물수 있겠지만, 이곳 주민들은 보셨듯이 나와서 돌아다니고 상황이 심각합니다."]

"오늘 밤 8시입니다. 길에 나와 있는 주민들은 처벌됩니다."]

이 파벨라에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린 것은 행정당국이 아닌 파벨라안에서 무기와 마약을 밀매하는 범죄조직입니다.

이들은 주민들에게 통행금지령을 어길 경우, 폭력으로 처벌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이어지면 자신들의 범죄 활동에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에콰도르 남서쪽 제1의 경제도시 과야킬.

도로에서 불에 태우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시신입니다.

거리에 시신이 방치되고, 자동차 정비공장에도 비닐에 쌓인 시신들이 놓여 있는 영상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시신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장례식장에 문제가 있어서, 지금 보듯이시신이 집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의료기관은 과부하가 걸려 환자를 받아주지 않고, 장례식장은 감염을 우려해 시신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에콰도르 정부가 밝힌 코로나19 사망자는 100여 명이지만 정확한 집계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과야킬 시민 : "집안에 시신이 있습니다. 도와 주세요."]

상점은 문을 닫고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중남미 경제는 휘청거리는 상황,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은 멈출 수 없다며 격리를 풀고 경제활동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보우소나루/브라질 대통령 : "This total isolation, if it goes on like this, in the future we will have a serious problem with the brutal amount of unemployment,"]

정부 안에서도 대통령의 입장과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데다, 집에 머물라고 강조하고 있는 주 정부와도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주엉 도리아/브라질 상파울루 주지사 : "So, President, as he said, in a respectful way, it's not a little flu, it's not a little cold, it's a serious matter."]

대통령이 우려하는 점은 경제 외에도 취약계층의 생활고와 이들의 소요 사태입니다.

해마다 화려한 삼바 축제가 펼쳐지는 퍼레이드 경기장이 노숙자들의 쉼터로 바뀐 이유입니다.

브라질 당국은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프로축구가 중단된 축구장에 임시 병동을 마련하면서 코로나19 감염의 가파른 확산세와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상파울루에서 이재환입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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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중남미, 빈곤층은 더 큰 고통
    • 입력 2020-04-04 21:48:47
    • 수정2020-04-04 22:29:03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중남미 대륙의 확진자도 빠르게 증가해 2만 명을 넘었습니다.

특히, 중남미는 빈곤층 밀집 지역이 많아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함께 경제적 고통이 크다고 합니다.

브라질 상파울루 연결합니다.

이재환 특파원, 중남미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죠,

특히,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된 인디오 원주민들까지 감염됐다구요?

[기자]

네,지금까지 중남미 대륙에 코로나19 확진자는 30여 개국 2만여 명에 달합니다.

국가별로는 브라질이 6천 8백여 명으로 가장 많은데요,

하루 천여 명이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칠레 3천 백여명, 에콰도르 2천 7백여 명 순입니다.

사망자는 브라질 241명 등 모두 600여 명에 달합니다.

특히,브라질에서는 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는 인디오 원주민 20살 여성이 첫 원주민 확진자로 판정됐구요,

콜롬비아에서도 2명의 원주민이 감염됐습니다.

이들은 같은 부족끼리 집단생활을 하고 있어 코로나19 확산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앵커]

중남미는 원주민들도 그렇지만 빈곤층이 한데 모여 사는 지역이 많죠,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더욱 위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그렇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중남미 빈곤층은 밀집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본격화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높은거죠.

각국 정부가 상점을 폐쇄하는 등 사회적 격리 기간을 연장하면서 사실상 집에 머물게 했는데요,

빈곤층은 하루벌어 하루 사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코로나19에 일자리를 잃은 뒤 집에 머물수 만은 없는 형편입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막막한 생계의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시에 고층 고급 아파트 주위로 벌건 벽돌로 지어진 집들이 빼곡하게 자리했습니다.

파벨라로 불리는 브라질 빈민가입니다.

젊은 여성들이 모여 밥과 콩죽 등을 넣고 도시락을 만들고 있습니다.

파벨라에 사는 빈민층 가운데 최근 코로나19에 일자리를 잃어 생계를 잇기 힘든 가정을 위해 부녀회가 자발적으로 나선 겁니다.

[엘리자니/상파울루 빈민가 부녀회장 : "코로나19때문에 나가서 일할 수 없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먹을것 뿐 아니라 조리할 가스조차 없습니다."]

좁은 골목 사이로 낡고 허름한 집들이 즐비한 파벨라, 도시락을 받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주 정부 방침에 따라 상점과 식당이 문을 닫고 각종 공사가 중단되자 실직자가 된 주민들입니다.

[안토니오/건설공사 일용직 근로자 : "저는 목수입니다. 모든 일이 다 멈췄어요."]

이곳에 사는 빈민층은 10만 여명, 주민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가구수는 2만 가구, 좁은 집안에 평균 5명이 모여 사는데다 밤이면 수돗물 공급이 끊기는 등 위생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10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티아니/상파울루 빈민가 주민 : "코로나19에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딸이 아파서 면역이 약해져 있는데, 내가 나가서 감염되면 딸한테 옮길 겁니다."]

10가구 가운데 4가구는 여성들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지만, 사회적 격리가 강화되면서 가사도우미 일조차 끊겼습니다.

[비비아니/상파울루 빈민가 주민 : "모든 일이 멈췄습니다. 결혼식,생일잔치 이런 행사 일자리가 다 없어졌습니다."]

세계적 관광도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서양 해안 고급 아파트 밀집지역과 대비해 뒤로는 산 주변에 파벨라로 불리는 빈민가가 자리했습니다.

이곳에 사는 빈민층은 20만 명으로 역시,코로나19 감염과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브라질의 파벨라 주민들은 인구의 6% 정도인 천 3백만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코로나19 검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우송 호드리게스/상파울루 파벨라 주민 대표 : "사회적 격리는 가짜 뉴스입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집에 머물수 있겠지만, 이곳 주민들은 보셨듯이 나와서 돌아다니고 상황이 심각합니다."]

"오늘 밤 8시입니다. 길에 나와 있는 주민들은 처벌됩니다."]

이 파벨라에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린 것은 행정당국이 아닌 파벨라안에서 무기와 마약을 밀매하는 범죄조직입니다.

이들은 주민들에게 통행금지령을 어길 경우, 폭력으로 처벌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이어지면 자신들의 범죄 활동에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에콰도르 남서쪽 제1의 경제도시 과야킬.

도로에서 불에 태우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시신입니다.

거리에 시신이 방치되고, 자동차 정비공장에도 비닐에 쌓인 시신들이 놓여 있는 영상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시신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장례식장에 문제가 있어서, 지금 보듯이시신이 집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의료기관은 과부하가 걸려 환자를 받아주지 않고, 장례식장은 감염을 우려해 시신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에콰도르 정부가 밝힌 코로나19 사망자는 100여 명이지만 정확한 집계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과야킬 시민 : "집안에 시신이 있습니다. 도와 주세요."]

상점은 문을 닫고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중남미 경제는 휘청거리는 상황,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은 멈출 수 없다며 격리를 풀고 경제활동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보우소나루/브라질 대통령 : "This total isolation, if it goes on like this, in the future we will have a serious problem with the brutal amount of unemployment,"]

정부 안에서도 대통령의 입장과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데다, 집에 머물라고 강조하고 있는 주 정부와도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주엉 도리아/브라질 상파울루 주지사 : "So, President, as he said, in a respectful way, it's not a little flu, it's not a little cold, it's a serious matter."]

대통령이 우려하는 점은 경제 외에도 취약계층의 생활고와 이들의 소요 사태입니다.

해마다 화려한 삼바 축제가 펼쳐지는 퍼레이드 경기장이 노숙자들의 쉼터로 바뀐 이유입니다.

브라질 당국은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프로축구가 중단된 축구장에 임시 병동을 마련하면서 코로나19 감염의 가파른 확산세와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상파울루에서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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