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과산화수소가 만병통치제?…현직 의사까지 거짓 광고

입력 2020.05.20 (08:26) 수정 2020.05.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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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생활 정보 얻으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가짜 정보들이 있어 경계하고 또 조심해야겠습니다.

구독자가 3만 명이 넘는 유튜버들이 식용이 금지된 소독제인 과산화수소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소개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과산화수소가 병을 고친다니 황당하게 들리시죠?

하지만 현직 의사까지 나서 이걸 광고하면서 속은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치료제로 둔갑한 과산화수소 피해사례를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사무실. 식약처 직원이 단속에 나섰습니다.

창고 한 쪽에 쌓여있는 2리터짜리 파란색 통들.

다른 창고에선 작은 통들이 줄줄이 나오는데요.

모두 농도 35%의 과산화수소입니다.

보통 살균제나 소독제로 사용되는 건데, 이 업체는 이걸 먹거나 바르는 치료제로 속여 팔다 적발됐습니다.

[김현선/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버조사단장 : "먹을 수 없는 35%의 과산화수소를 질병 예방 치료에 효과가 있고 식용 가능한 제품인 것처럼 불법 제조 판매한 두 곳을 적발하고 행정처분 및 고발 조치했습니다."]

문제의 업체들은 과산화수소를 식염수 등에 희석해 먹거나 바르면 무좀이나 아토피 등 각종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속였는데요.

먹을 수 없는 과산화수소를 ‘식용’이나 ‘식품첨가용’이라며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버젓이 판매했습니다.

20리터당 2만원하는 과산화수소를 60ml 작은 통에 나눠 담아 100배 이상 폭리를 취했는데요.

이 중 한 업체가 올 1월부터 석 달간 판매한 것만 해도 8천여 개.

무려 2억 원이 넘는 부당수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는데요.

[김현선/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버조사단장 : "과산화수소 함유 제품을 마시고 각혈, 하혈, 구토 등 피해가 발생했다는 내용 접수에 따른 조사 결과입니다. (피해자 중엔) 기저질환이 있으신 분들도 있고 나이가 많으신 노약자분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을 했습니다."]

지난 3월, 한 60대 남성은 지병인 당뇨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과산화수소 복용을 시작했는데요.

[피해자/음성변조 : "혈당 관리를 잘하고 있는데 항상 먹는 거 신경 쓰고, 운동을 꼭 신경 써서 하는데 (과산화수소를 마시면) 운동을 안 하고도 혈당이 잘 내려간대."]

하지만 시작부터 이상했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딱 먹으려고 하니까 거부감이 막 들고 냄새가 나더라고요. 속이 굉장히 매스꺼웠고……."]

복용 나흘째 구토를 했고 십여일이 지나자 각혈도 시작됐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피를 두 번 토했다니까요. 속이 얼마나 아픈지 그래서 한 달을 거의 죽을 먹고 살았어요. 체중이 한 3kg 이상 빠져버리고."]

심각한 위염 증세가 올 정도까지 십여일 넘게 복용을 계속한 이유, 다름아닌 이것 때문이었는데요.

[피해자/음성변조 : "유튜브에서 봤는데 몇 사람이 (과산화수소) 몇 방울을 섞어서 희석해서 먹었더니 눈이 밝아지고, 혈당도 좋아지고 막 그런 얘기를 하니까……."]

과산화수소를 치료제로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하지정맥이 있었는데요. 이게 거의 사라졌습니다. 비염도 사라졌습니다. 시력이, 눈이 아주 좋아진 것 같아요."]

["신종 코로나와 같은 그런 신종 바이러스들을 제거하는 데에 (희석한) 3% 과산화수소수를 하루에 3방울이나 5방울……."]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다는 등 허무맹랑한 주장까지 하는데요.

충격적인 건, 이 가운데 현직 의사도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과산화수소를 저도 먹고 있고 제가 활용하고 있으니까 영상을 찍었겠죠. 저는 병원에서 일을 하니까 (희석한) 3%짜리 과산화수소를 이렇게 해놨어요."]

[피해자/음성변조 : "의사가 먹으라고 했잖아요. 저도 의심이 (많고) 건강을 굉장히 챙기는 사람인데 의사까지 먹으라고 그러는데……."]

구독자 8만 명의 현직 의사도 직접 먹고 있다는 말에 의심을 풀었다는 피해자들.

이 의사는 심지어 7살 어린아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이 먹어도 된다며,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산화수소의 복용, 국소부위에 산소를 주입하는 방법 이런 것들을 총동원하면 검었던 암세포가 밝아지고 이게 암인가 싶을 정도로 모양이 변하게 됩니다. 이 원리를 알고 나서 활용하게 되니까 훨씬 더 많은 암 환자들이 치유가 굉장히 빨리 됩니다."]

실제로 피해자 중엔 암 4기 환자도 있었는데요.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우리 집사람이 암 투병 중이에요. 어느 날 이 사람이 유튜브를 본 것 같아 식용 과산화수소가 암을 억제하고 암에 좋다니까 구매를 해달라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구매를 해줬어요."]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복용한 후 4월 초에 혈액 검사를 다시 했거든요. 암 수치가 한 3배 정도 올라갔더라고요. 간 수치가 많이 올라가 있고 지금 입원을 안 하면 안 될 정도로 (병원에서) 심각하다 그래요."]

식약처는 이 의사를 포함해 구독자 3만 명 이상의 유튜버 3명을 고발 조치했습니다.

[김현선/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버조사단장 : "이 세 명의 경우에는 관련 제품의 판매와 연관성이 높다고 저희가 판단을 했고 이러한 사항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그런 사항입니다."]

이들 유튜버들 경우 제품 소개는 물론 구입처나 구입 방법까지 상세히 설명했는데요.

["절대로 약국에서 파는 과산화수소수를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35% 과산화수소수와 증류수를 희석해서 쓰는 방법을 알려드릴 겁니다."]

["XXX의 35%짜리예요. 35%짜리고 제가 써보니까 괜찮더라고요."]

전문가들은 과산화수소는 살균제로 쓰이는 만큼 절대 먹어선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이세라/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 : "제일 심한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위장 장애나 구강 쪽에 화상 같은 것을 입을 수 있고요. 심하면 사망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식약처 발표 이후에도 과산화수소를 치료제로 둔갑시켜 광고하거나 판매하는 곳들이 여전한데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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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과산화수소가 만병통치제?…현직 의사까지 거짓 광고
    • 입력 2020-05-20 08:27:52
    • 수정2020-05-21 09: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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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생활 정보 얻으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가짜 정보들이 있어 경계하고 또 조심해야겠습니다.

구독자가 3만 명이 넘는 유튜버들이 식용이 금지된 소독제인 과산화수소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소개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과산화수소가 병을 고친다니 황당하게 들리시죠?

하지만 현직 의사까지 나서 이걸 광고하면서 속은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치료제로 둔갑한 과산화수소 피해사례를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사무실. 식약처 직원이 단속에 나섰습니다.

창고 한 쪽에 쌓여있는 2리터짜리 파란색 통들.

다른 창고에선 작은 통들이 줄줄이 나오는데요.

모두 농도 35%의 과산화수소입니다.

보통 살균제나 소독제로 사용되는 건데, 이 업체는 이걸 먹거나 바르는 치료제로 속여 팔다 적발됐습니다.

[김현선/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버조사단장 : "먹을 수 없는 35%의 과산화수소를 질병 예방 치료에 효과가 있고 식용 가능한 제품인 것처럼 불법 제조 판매한 두 곳을 적발하고 행정처분 및 고발 조치했습니다."]

문제의 업체들은 과산화수소를 식염수 등에 희석해 먹거나 바르면 무좀이나 아토피 등 각종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속였는데요.

먹을 수 없는 과산화수소를 ‘식용’이나 ‘식품첨가용’이라며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버젓이 판매했습니다.

20리터당 2만원하는 과산화수소를 60ml 작은 통에 나눠 담아 100배 이상 폭리를 취했는데요.

이 중 한 업체가 올 1월부터 석 달간 판매한 것만 해도 8천여 개.

무려 2억 원이 넘는 부당수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는데요.

[김현선/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버조사단장 : "과산화수소 함유 제품을 마시고 각혈, 하혈, 구토 등 피해가 발생했다는 내용 접수에 따른 조사 결과입니다. (피해자 중엔) 기저질환이 있으신 분들도 있고 나이가 많으신 노약자분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을 했습니다."]

지난 3월, 한 60대 남성은 지병인 당뇨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과산화수소 복용을 시작했는데요.

[피해자/음성변조 : "혈당 관리를 잘하고 있는데 항상 먹는 거 신경 쓰고, 운동을 꼭 신경 써서 하는데 (과산화수소를 마시면) 운동을 안 하고도 혈당이 잘 내려간대."]

하지만 시작부터 이상했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딱 먹으려고 하니까 거부감이 막 들고 냄새가 나더라고요. 속이 굉장히 매스꺼웠고……."]

복용 나흘째 구토를 했고 십여일이 지나자 각혈도 시작됐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피를 두 번 토했다니까요. 속이 얼마나 아픈지 그래서 한 달을 거의 죽을 먹고 살았어요. 체중이 한 3kg 이상 빠져버리고."]

심각한 위염 증세가 올 정도까지 십여일 넘게 복용을 계속한 이유, 다름아닌 이것 때문이었는데요.

[피해자/음성변조 : "유튜브에서 봤는데 몇 사람이 (과산화수소) 몇 방울을 섞어서 희석해서 먹었더니 눈이 밝아지고, 혈당도 좋아지고 막 그런 얘기를 하니까……."]

과산화수소를 치료제로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하지정맥이 있었는데요. 이게 거의 사라졌습니다. 비염도 사라졌습니다. 시력이, 눈이 아주 좋아진 것 같아요."]

["신종 코로나와 같은 그런 신종 바이러스들을 제거하는 데에 (희석한) 3% 과산화수소수를 하루에 3방울이나 5방울……."]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다는 등 허무맹랑한 주장까지 하는데요.

충격적인 건, 이 가운데 현직 의사도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과산화수소를 저도 먹고 있고 제가 활용하고 있으니까 영상을 찍었겠죠. 저는 병원에서 일을 하니까 (희석한) 3%짜리 과산화수소를 이렇게 해놨어요."]

[피해자/음성변조 : "의사가 먹으라고 했잖아요. 저도 의심이 (많고) 건강을 굉장히 챙기는 사람인데 의사까지 먹으라고 그러는데……."]

구독자 8만 명의 현직 의사도 직접 먹고 있다는 말에 의심을 풀었다는 피해자들.

이 의사는 심지어 7살 어린아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이 먹어도 된다며,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산화수소의 복용, 국소부위에 산소를 주입하는 방법 이런 것들을 총동원하면 검었던 암세포가 밝아지고 이게 암인가 싶을 정도로 모양이 변하게 됩니다. 이 원리를 알고 나서 활용하게 되니까 훨씬 더 많은 암 환자들이 치유가 굉장히 빨리 됩니다."]

실제로 피해자 중엔 암 4기 환자도 있었는데요.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우리 집사람이 암 투병 중이에요. 어느 날 이 사람이 유튜브를 본 것 같아 식용 과산화수소가 암을 억제하고 암에 좋다니까 구매를 해달라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구매를 해줬어요."]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복용한 후 4월 초에 혈액 검사를 다시 했거든요. 암 수치가 한 3배 정도 올라갔더라고요. 간 수치가 많이 올라가 있고 지금 입원을 안 하면 안 될 정도로 (병원에서) 심각하다 그래요."]

식약처는 이 의사를 포함해 구독자 3만 명 이상의 유튜버 3명을 고발 조치했습니다.

[김현선/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버조사단장 : "이 세 명의 경우에는 관련 제품의 판매와 연관성이 높다고 저희가 판단을 했고 이러한 사항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그런 사항입니다."]

이들 유튜버들 경우 제품 소개는 물론 구입처나 구입 방법까지 상세히 설명했는데요.

["절대로 약국에서 파는 과산화수소수를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35% 과산화수소수와 증류수를 희석해서 쓰는 방법을 알려드릴 겁니다."]

["XXX의 35%짜리예요. 35%짜리고 제가 써보니까 괜찮더라고요."]

전문가들은 과산화수소는 살균제로 쓰이는 만큼 절대 먹어선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이세라/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 : "제일 심한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위장 장애나 구강 쪽에 화상 같은 것을 입을 수 있고요. 심하면 사망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식약처 발표 이후에도 과산화수소를 치료제로 둔갑시켜 광고하거나 판매하는 곳들이 여전한데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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