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내용만 보도”…영화 ‘1987’ 속 보도지침 민낯 공개

입력 2020.06.08 (19:32) 수정 2020.06.0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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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전두환 정권이 언론 통제를 위해 전달한 보도지침은 1986년 한 월간지를 통해 세상에 폭로됐습니다.

이 사건은 이듬해 6.10 항쟁의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당시 내용이 폭로된 보도지침의 원본 자료가 오늘 공개됐습니다.

이세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화 <1987> 중 : "(특별취재반 구성해서 왜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 샅샅이 밝혀내.) 부장, 그럼 이거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제대로 취재하라는 부장의 지시에 기자들이 망설인 이유는 바로 칠판에 적힌 글 때문이었습니다.

'서울대생 사망 보도 금지'... 전두환 정권은 이런 구체적인 지침을 언론사에 매일 내려보냈습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권인숙 의원이 겪은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이에 대해 정권은 '검찰이 발표한 조사 결과만 보도'하고, '발표 외 독자적인 취재내용은 불가'라고 지시했습니다.

같은 학생 시위라도 보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학생의날 관련된 데모기사 보도하지 말고, 대신 학생대축전은 보도 가능하다고 쓰여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집무실의 '목민심서'가 눈길을 끈다는 내용의 찬양 기사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급하게 받아 쓴 흔적이 역력하고 빨간 펜으로 수정도 했습니다.

당시 한국일보 기자였던 김주언 씨는 1985년 10월부터 열 달간 편집국에 내려온 보도지침 584건을 확보해뒀다가 한 월간지를 통해 폭로했습니다.

[김주언/전 한국일보 기자/보도지침 문서 공개 : "보도지침이란 것이 언론이 정권 홍보 도구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자괴심을 느꼈고..."]

그동안 내용은 알려졌지만 실물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시 폭로는 이듬해 6.10항쟁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지선/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 "(언론의) 비판이라는 기능을 다시 움직이게 했습니다. 보도지침 폭로사건은 뜨거웠던 6월을 가능하게 한 초석이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정리 작업을 거쳐 시민들에게도 보도지침 원본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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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수사 내용만 보도”…영화 ‘1987’ 속 보도지침 민낯 공개
    • 입력 2020-06-08 19:36:00
    • 수정2020-06-08 19:40:31
    뉴스 7
[앵커]

과거 전두환 정권이 언론 통제를 위해 전달한 보도지침은 1986년 한 월간지를 통해 세상에 폭로됐습니다.

이 사건은 이듬해 6.10 항쟁의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당시 내용이 폭로된 보도지침의 원본 자료가 오늘 공개됐습니다.

이세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화 <1987> 중 : "(특별취재반 구성해서 왜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 샅샅이 밝혀내.) 부장, 그럼 이거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제대로 취재하라는 부장의 지시에 기자들이 망설인 이유는 바로 칠판에 적힌 글 때문이었습니다.

'서울대생 사망 보도 금지'... 전두환 정권은 이런 구체적인 지침을 언론사에 매일 내려보냈습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권인숙 의원이 겪은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이에 대해 정권은 '검찰이 발표한 조사 결과만 보도'하고, '발표 외 독자적인 취재내용은 불가'라고 지시했습니다.

같은 학생 시위라도 보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학생의날 관련된 데모기사 보도하지 말고, 대신 학생대축전은 보도 가능하다고 쓰여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집무실의 '목민심서'가 눈길을 끈다는 내용의 찬양 기사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급하게 받아 쓴 흔적이 역력하고 빨간 펜으로 수정도 했습니다.

당시 한국일보 기자였던 김주언 씨는 1985년 10월부터 열 달간 편집국에 내려온 보도지침 584건을 확보해뒀다가 한 월간지를 통해 폭로했습니다.

[김주언/전 한국일보 기자/보도지침 문서 공개 : "보도지침이란 것이 언론이 정권 홍보 도구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자괴심을 느꼈고..."]

그동안 내용은 알려졌지만 실물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시 폭로는 이듬해 6.10항쟁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지선/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 "(언론의) 비판이라는 기능을 다시 움직이게 했습니다. 보도지침 폭로사건은 뜨거웠던 6월을 가능하게 한 초석이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정리 작업을 거쳐 시민들에게도 보도지침 원본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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