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폭파정치’ 노림수는?…고비 돌파와 국제적 관심

입력 2020.06.18 (21:11) 수정 2020.06.18 (22:2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남북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어제(17일) 하루 중단됐던 비무장 지대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작업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역곡천이 휘감아 도는 작은 언덕.

하늘에서 보면 화살촉 모양이라 화살머리고지란 이름이 붙여졌죠.

1953년, 정전협정과 군사분계선 획정을 앞두고 이곳에선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피비린내 나는 고지전이 펼쳐졌습니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지난해부터 유해발굴 작업이 시작됐는데 지금까지 400구 가까이 유해를 모셨고, 한때 병사들의 온기 가득했을 유품들도 발견됐죠.

이름 새겨진 낡은 인식표와 총알이 관통한 철모, 녹슨 소총과 총탄 자국 가득한 수통은 치열했던 전투의 참상을 보여줍니다.

이달 초엔 세 살 아들을 남기고 입대했던 고 김진구 하사의 유해가 67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18일)도 소식 기다리는 가족들 위해 군은 경계 병력과 함께 남은 자들이 해야 할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한 순간에 폭파시키는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하면서 국제 사회는 물론 북한 내부에도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북한의 이른바 '폭파 정치',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어떤 효과를 노리는 건지 김경진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남북 관계의 상징이었던 건물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자, 전 세계의 주요 매체들은 이 장면을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중요한 고비 때마다 '폭파'라는 강렬한 시청각 장치를 활용했습니다.

2008년 6월 영변 냉각탑 폭파, 북한의 핵 불능화 의지에 의구심을 갖던 미국과 국제사회에, 믿음을 심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2018년 5월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로, 4·27 '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이번엔 관계를 단절하겠다며 남북 화해의 상징을 터트림으로써, 남측은 물론, 비핵화 협상이 중단된 미국의 관심까지 환기하려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한이 2년 동안 기다렸는데 좀 신경질적인 상황이 된 거죠. '알았다, 그러면 매우 세게 내가 한번 흔들어 줄게.'"]

'폭파 정치'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 19로 경제난이 심화하고,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 내부를 결속시키려 한다는 겁니다.

이번에 연출된 폭파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시한 지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김 부부장 지시에 따라 일사천리로 폭파까지 시행한 것은, 대남 전선 전면에 나선 김 부부장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이를 대내외로 알리려는 노림수로 읽힙니다.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北, ‘폭파정치’ 노림수는?…고비 돌파와 국제적 관심
    • 입력 2020-06-18 21:14:41
    • 수정2020-06-18 22:21:55
    뉴스 9
[앵커]

남북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어제(17일) 하루 중단됐던 비무장 지대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작업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역곡천이 휘감아 도는 작은 언덕.

하늘에서 보면 화살촉 모양이라 화살머리고지란 이름이 붙여졌죠.

1953년, 정전협정과 군사분계선 획정을 앞두고 이곳에선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피비린내 나는 고지전이 펼쳐졌습니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지난해부터 유해발굴 작업이 시작됐는데 지금까지 400구 가까이 유해를 모셨고, 한때 병사들의 온기 가득했을 유품들도 발견됐죠.

이름 새겨진 낡은 인식표와 총알이 관통한 철모, 녹슨 소총과 총탄 자국 가득한 수통은 치열했던 전투의 참상을 보여줍니다.

이달 초엔 세 살 아들을 남기고 입대했던 고 김진구 하사의 유해가 67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18일)도 소식 기다리는 가족들 위해 군은 경계 병력과 함께 남은 자들이 해야 할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한 순간에 폭파시키는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하면서 국제 사회는 물론 북한 내부에도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북한의 이른바 '폭파 정치',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어떤 효과를 노리는 건지 김경진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남북 관계의 상징이었던 건물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자, 전 세계의 주요 매체들은 이 장면을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중요한 고비 때마다 '폭파'라는 강렬한 시청각 장치를 활용했습니다.

2008년 6월 영변 냉각탑 폭파, 북한의 핵 불능화 의지에 의구심을 갖던 미국과 국제사회에, 믿음을 심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2018년 5월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로, 4·27 '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이번엔 관계를 단절하겠다며 남북 화해의 상징을 터트림으로써, 남측은 물론, 비핵화 협상이 중단된 미국의 관심까지 환기하려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북한이 2년 동안 기다렸는데 좀 신경질적인 상황이 된 거죠. '알았다, 그러면 매우 세게 내가 한번 흔들어 줄게.'"]

'폭파 정치'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 19로 경제난이 심화하고,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 내부를 결속시키려 한다는 겁니다.

이번에 연출된 폭파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시한 지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김 부부장 지시에 따라 일사천리로 폭파까지 시행한 것은, 대남 전선 전면에 나선 김 부부장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이를 대내외로 알리려는 노림수로 읽힙니다.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