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역대 최악의 ‘과수화상병’ 확산에 애끊는 농심…확산 이유는?

입력 2020.06.25 (08:26) 수정 2020.06.2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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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많이들 고단하시죠.

이런 시기에 과수농가는 나무가 불에 탄 것처럼 변하는 과수화상병이 확산하며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치료 약이 없는 터라 감염되면 매몰할 수밖에 없다 보니 과수 코로나 또 과수 구제역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수년간 공들여 키워온 나무들을 눈앞에서 갈아엎어야 하는 피해 농민들의 마음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충북 충주의 한 사과 과수원.

방역복을 입은 무리가 과수원 안으로 들어갑니다.

말라비틀어진 잎을 봉지에 넣어 시료를 채취한 뒤 검사를 하는데요.

과수화상병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섭니다.

[이재성/사과 재배 농민 : "어제 한숨도 못 잤어요. 너무 걱정되니까……."]

사과나 배나무가 주로 걸리는 세균 병인 과수화상병.

나뭇가지는 물론 잎과 열매 모두 불에 탄 듯 타들어 갑니다.

[이재성/사과 재배 농민 : "며칠 전에 소독하다가 보니까 몇 가지가 시들더라고요. 사과나무가 가끔 시들고 해요. 가지가 이제 죽고 하는 게 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한 3~4일 지나다 보니까 옆 나무로 번지게 되고 그런 나무가 많아지고……."]

단 2분 만에 나온 결과는 양성. 눈앞이 캄캄해지는데요.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과수원 전체를 매몰해야 합니다.

[이재성/사과 재배 농민 : "귀농해서 6년 차인데 사과 농사짓고 열심히 한번 좀 해보려고 왔더니 이게 이렇게 되어버리니까. (농사를) 못 짓는다면서요, 바로 ……."]

세균이 땅에 남을 수 있어다보니 앞으로 3년간은 나무를 심을 수 없습니다.

3년이 지나 다시 시작하더라도 6~7년은 키워야 열매를 딸 수 있기 때문에 수확까지는 최소 십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재성/사과 재배 농민 : "(귀농해서) 제2의 인생인데 보람도 느끼면서 이렇게 왔는데 이게 또 전부 다 이렇게 해서 3년 동안 농사 못 짓는다고 하면 전 또 도시로 올라갈 수밖에 또 없고. 이제 그런 부분이 사실 너무나 실망스럽죠."]

충주의 또 다른 사과 과수원

예년 같으면 사과 솎아내기 작업이 한창일 땐데 올해는 일꾼 대신 굴착기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바로, 과수화상병 진단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유병태/사과 재배 농민 : "매몰 작업이죠. 사과가 이제 병났으니까 파묻는 거죠, 이거를."]

15년간 열심히 키운 사과나무 300그루. 한순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자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유병태/사과 재배 농민 : "처음에는 걸렸다고 생각해서 시원찮았는데 (검사) 와서 확진을 받으니까 눈물이 다 쏟아져요. 이제 나이 들어서 이것만 가지고 이제 슬슬 하려고 했는데 일거리가 없어지니까……."]

국내에서 과수화상병이 처음 발견된 건 2015년.

당시 경기도 안성과 충북 제천, 충남 천안의 농가 40여 곳을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하며, 현재까지 전국 500개 농가가 과수화상병 진단을 받았는데요.

충북 충주와 제천을 중심으로 경기와 강원, 전북까지 퍼져가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갑자기 늘어난 걸까요?

[오창식/경희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 "작년 겨울 날씨가 굉장히 따뜻했고 올해 3월부터 온도를 보면 상당히 높게 유지가 되면서 병원균의 밀도가 굉장히 높게 유지될 환경이, 조건이 만들어졌고요. 4월경에 냉해가 오면서 나무들이 굉장히 많이 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나무들이 굉장히 약해져서 병에 걸리기 굉장히 좋은 조건이 됐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충북, 제천 지역에 심어지고 있는 게 대부분 사과나무인데 이 품종들이 화상병에 굉장히 약하다……."]

특히 이 과수화상병이 무서운 건 감염력이 높은 반면 치료제가 없다는 겁니다.

바람이나 꿀벌 등 자연 요인은 물론 사람을 통해서도 감염이 쉽게 되는데요.

나무 한 그루만 걸려도 과수원 전체로 금세 퍼지고 이런 과수원이 동네에 한 곳만 있어도 주변은 전부 비상입니다.

'과수 구제역' '과수 코로나'란 이름이 붙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데요.

감염이 확인되면 빨리 매몰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오창식/경희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 "약제 살포는 어디까지나 나무를 병원균으로부터 보호하는 거고요. 이미 병원균이 나무에 침입한 상태라면 약제 방제 효과는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염된 나무를 빨리 제거를 하는 게……."]

발견 즉시 감염원을 차단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올해는 그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천영/사과 재배 농민 : "(증세를 확인하고) 신고부터 했는데 신고하고 제가 확진 판정을 받는데 십 며칠이 걸렸어요. 그때는 이미 (매몰 기준인) 5%를 넘더라고요."]

자식같이 키운 나무들을 눈앞에서 묻어버린 농민들.

보상이라도 현실성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천영/사과 재배 농민 : "진흥청에서 정한 보상액 가지고는 만약에 예를 들어서 3년 후에 사과나무 다시 심는다고 그러면 3년 후에 심고 한 4, 5년 정도 지나야지 이제 소득으로 올릴 수 있는데 그때까지 과수원 관리하는 비용 정도밖에 안 됩니다. 생계 유지비는 없는 거죠. 저희가 다시 이제 농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어떤 현실감 있는 적정 보상을 해주는 게 최우선이라고 보고요."]

농업진흥청은 최근 과수화상병의 기세가 꺾였다며 8월 이후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또 치료제 개발 연구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생계 수단을 잃은 채 망연자실한 피해 농가들.

이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해결할 묘책은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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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역대 최악의 ‘과수화상병’ 확산에 애끊는 농심…확산 이유는?
    • 입력 2020-06-25 08:29:12
    • 수정2020-06-25 0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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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많이들 고단하시죠.

이런 시기에 과수농가는 나무가 불에 탄 것처럼 변하는 과수화상병이 확산하며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치료 약이 없는 터라 감염되면 매몰할 수밖에 없다 보니 과수 코로나 또 과수 구제역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수년간 공들여 키워온 나무들을 눈앞에서 갈아엎어야 하는 피해 농민들의 마음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충북 충주의 한 사과 과수원.

방역복을 입은 무리가 과수원 안으로 들어갑니다.

말라비틀어진 잎을 봉지에 넣어 시료를 채취한 뒤 검사를 하는데요.

과수화상병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섭니다.

[이재성/사과 재배 농민 : "어제 한숨도 못 잤어요. 너무 걱정되니까……."]

사과나 배나무가 주로 걸리는 세균 병인 과수화상병.

나뭇가지는 물론 잎과 열매 모두 불에 탄 듯 타들어 갑니다.

[이재성/사과 재배 농민 : "며칠 전에 소독하다가 보니까 몇 가지가 시들더라고요. 사과나무가 가끔 시들고 해요. 가지가 이제 죽고 하는 게 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한 3~4일 지나다 보니까 옆 나무로 번지게 되고 그런 나무가 많아지고……."]

단 2분 만에 나온 결과는 양성. 눈앞이 캄캄해지는데요.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과수원 전체를 매몰해야 합니다.

[이재성/사과 재배 농민 : "귀농해서 6년 차인데 사과 농사짓고 열심히 한번 좀 해보려고 왔더니 이게 이렇게 되어버리니까. (농사를) 못 짓는다면서요, 바로 ……."]

세균이 땅에 남을 수 있어다보니 앞으로 3년간은 나무를 심을 수 없습니다.

3년이 지나 다시 시작하더라도 6~7년은 키워야 열매를 딸 수 있기 때문에 수확까지는 최소 십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재성/사과 재배 농민 : "(귀농해서) 제2의 인생인데 보람도 느끼면서 이렇게 왔는데 이게 또 전부 다 이렇게 해서 3년 동안 농사 못 짓는다고 하면 전 또 도시로 올라갈 수밖에 또 없고. 이제 그런 부분이 사실 너무나 실망스럽죠."]

충주의 또 다른 사과 과수원

예년 같으면 사과 솎아내기 작업이 한창일 땐데 올해는 일꾼 대신 굴착기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바로, 과수화상병 진단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유병태/사과 재배 농민 : "매몰 작업이죠. 사과가 이제 병났으니까 파묻는 거죠, 이거를."]

15년간 열심히 키운 사과나무 300그루. 한순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자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유병태/사과 재배 농민 : "처음에는 걸렸다고 생각해서 시원찮았는데 (검사) 와서 확진을 받으니까 눈물이 다 쏟아져요. 이제 나이 들어서 이것만 가지고 이제 슬슬 하려고 했는데 일거리가 없어지니까……."]

국내에서 과수화상병이 처음 발견된 건 2015년.

당시 경기도 안성과 충북 제천, 충남 천안의 농가 40여 곳을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하며, 현재까지 전국 500개 농가가 과수화상병 진단을 받았는데요.

충북 충주와 제천을 중심으로 경기와 강원, 전북까지 퍼져가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갑자기 늘어난 걸까요?

[오창식/경희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 "작년 겨울 날씨가 굉장히 따뜻했고 올해 3월부터 온도를 보면 상당히 높게 유지가 되면서 병원균의 밀도가 굉장히 높게 유지될 환경이, 조건이 만들어졌고요. 4월경에 냉해가 오면서 나무들이 굉장히 많이 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나무들이 굉장히 약해져서 병에 걸리기 굉장히 좋은 조건이 됐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충북, 제천 지역에 심어지고 있는 게 대부분 사과나무인데 이 품종들이 화상병에 굉장히 약하다……."]

특히 이 과수화상병이 무서운 건 감염력이 높은 반면 치료제가 없다는 겁니다.

바람이나 꿀벌 등 자연 요인은 물론 사람을 통해서도 감염이 쉽게 되는데요.

나무 한 그루만 걸려도 과수원 전체로 금세 퍼지고 이런 과수원이 동네에 한 곳만 있어도 주변은 전부 비상입니다.

'과수 구제역' '과수 코로나'란 이름이 붙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데요.

감염이 확인되면 빨리 매몰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오창식/경희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 "약제 살포는 어디까지나 나무를 병원균으로부터 보호하는 거고요. 이미 병원균이 나무에 침입한 상태라면 약제 방제 효과는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염된 나무를 빨리 제거를 하는 게……."]

발견 즉시 감염원을 차단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올해는 그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천영/사과 재배 농민 : "(증세를 확인하고) 신고부터 했는데 신고하고 제가 확진 판정을 받는데 십 며칠이 걸렸어요. 그때는 이미 (매몰 기준인) 5%를 넘더라고요."]

자식같이 키운 나무들을 눈앞에서 묻어버린 농민들.

보상이라도 현실성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천영/사과 재배 농민 : "진흥청에서 정한 보상액 가지고는 만약에 예를 들어서 3년 후에 사과나무 다시 심는다고 그러면 3년 후에 심고 한 4, 5년 정도 지나야지 이제 소득으로 올릴 수 있는데 그때까지 과수원 관리하는 비용 정도밖에 안 됩니다. 생계 유지비는 없는 거죠. 저희가 다시 이제 농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어떤 현실감 있는 적정 보상을 해주는 게 최우선이라고 보고요."]

농업진흥청은 최근 과수화상병의 기세가 꺾였다며 8월 이후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또 치료제 개발 연구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생계 수단을 잃은 채 망연자실한 피해 농가들.

이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해결할 묘책은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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