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당일까지 가해자들에 절망한 故 최숙현 선수

입력 2020.07.02 (23:41) 수정 2020.07.0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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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소속팀에서 폭행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철인3종 유망주 고 최숙현 씨의 억울한 죽음에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진상 규명이 촉구하는 등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직접 얘기나눠보겠습니다.

강재훈 기자, 고 최숙현 씨 사건에 대한 파장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네요.

[기자]

어제 최 씨의 억울한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습니다.

특히, 폭행 피해가 생생하게 담겨있는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쏟아졌습니다.

지난해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전 소속팀 지도자들에게 폭행 당하는 순간을 고인이 직접 녹음한 건데요,

체중조절을 하라고 했는데 몰래 음식물을 먹었다면서 때린 겁니다.

팀 닥터는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감독은 겁에 질린 고인을 협박했는데요.

충격적인 것은 두 사람이 당시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음성파일은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널리 알려달라면서 유가족들이 취재팀에 직접 전달해 왔습니다.

[가해자 녹취/음성변조 : "너 오늘 거짓말해서 걸렸지? 이빨 깨물어. 여기로 와. 뒤로 돌아. 죽을래? (아닙니다) 푸닥거리할래? 나하고? (아닙니다) 죽을래? 나한테? (아닙니다) 나 봐라. 죽을래? (아닙니다) 딴 데 나갈래? 나하고? 살고 싶지? (네). 그건 다 먹었습니다. 와인 또 있습니다. 이건 막걸릿잔이라서요. 제가 남아있습니다. 아직."]

[앵커]

이런 가혹행위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돼 온 건 가요?

[기자]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고인은 7년 전 KBS와의 인터뷰에서 철인 3종의 재미를 막 느끼기 시작한 꿈나무 소녀였습니다.

[최숙현 선수/2013년 KBS 뉴스 인터뷰 당시 : "긴 시간동안 숨이 차지만, 자신을 이길 수 있는 과정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의 유망주인 고인은 2017년 경주시청팀에 입단했습니다.

고인이 남긴 훈련 일지에는 가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고통을 당해 온 참담한 심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괴롭힘에 이듬해인 2018년 운동을 포기하기도 했는데, 지도자의 설득으로 1년 만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바뀐 것은 없었고 결국 올초 부산시체육회로 팀을 옮겼습니다.

이적 이후인 3월, 경주시청팀 감독과 팀 닥터, 그리고 팀 동료였던 선배 선수 2명을 형사고소했습니다.

4월에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도움을 청했고, 진척이 없자 6월에는 대한철인3종협회에 진정까지 냈습니다.

그리고, 진정을 낸지 일주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고인은 사건 당일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가해자들의 뻔뻔한 태도에 절망했다고 합니다.

[고 최숙현 선수 팀 동료/음성변조 : "(대한체육회) 인권위에서 연락이 왔는데 가해자들이 부인을 하고 있다 라고 얘기를 했죠. 기분이 바닥을쳤다. 내가 죽어야 이 싸움이 크게 될려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언니가 말했어요."]

[앵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진상 규명을 지시하고 나섰죠?

[기자]

청와대 홈페이지에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는 국민청원도 올라왔고, 수만 여명이 분노를 표했습니다.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고 대통령까지 나서자, 결국 최윤희 문체부 차관이 대한체육회를 찾았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조사 중이라도 선제적 처벌로 철퇴를 가하겠다며 뒤늦게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습니다.

고인의 진정을 받고도 미온적이던 철인3종협회 역시 오는 6일 스포츠공정위를 열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수영선수 출신인 최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최윤희/문체부 2차관 :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선 선수 출신으로서, 체육 행정을 담당하는 2차관으로서 누구보다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특별조사단을 꾸려서 철저히 원인 규명을 하고 다시는 이런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앵커]

경주시체육회는 오늘 경주시청 팀 감독에 대해 직무 정지 결정을 내렸다고요?

[기자]

고인에 대한 가혹 행위 의혹과 관련해 경주시체육회가 운영위원회를 열었는데요.

경주시청 감독 김 모 씨와 선배 선수 2명을 불러 두 시간 넘게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김 감독이 선수단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정지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가혹 행위에 대해서는 김 감독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유족과 선수들의 의견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난달 초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대구지검은 사건을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앵커]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스포츠계 폭력 문제, 해법은 없는 걸까요?

[기자]

지난해 스포츠미투 사건이 터지면서 대한체육회는 다시 한 번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체육계가 내놓은 폭력, 성폭력 등의 비위행위 방지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입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대한체육회나 철인3종협회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수사권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말인데 그러면 대안은 사법처리지만 현역 운동선수가 좁은 체육계에서 지도자를 고소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실제, 고인의 죽음 이후에야 최 씨의 동료 선수 2명이 용기를 내 같은 피해를 당했다면서 형사고소에 나섰습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선수 인권 침해 문제 해결을 위해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설립 추진단 구성을 마친 스포츠윤리센터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센터 설립이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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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2 23:47:58
    • 수정2020-07-02 23: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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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소속팀에서 폭행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철인3종 유망주 고 최숙현 씨의 억울한 죽음에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진상 규명이 촉구하는 등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직접 얘기나눠보겠습니다.

강재훈 기자, 고 최숙현 씨 사건에 대한 파장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네요.

[기자]

어제 최 씨의 억울한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습니다.

특히, 폭행 피해가 생생하게 담겨있는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쏟아졌습니다.

지난해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전 소속팀 지도자들에게 폭행 당하는 순간을 고인이 직접 녹음한 건데요,

체중조절을 하라고 했는데 몰래 음식물을 먹었다면서 때린 겁니다.

팀 닥터는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감독은 겁에 질린 고인을 협박했는데요.

충격적인 것은 두 사람이 당시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음성파일은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널리 알려달라면서 유가족들이 취재팀에 직접 전달해 왔습니다.

[가해자 녹취/음성변조 : "너 오늘 거짓말해서 걸렸지? 이빨 깨물어. 여기로 와. 뒤로 돌아. 죽을래? (아닙니다) 푸닥거리할래? 나하고? (아닙니다) 죽을래? 나한테? (아닙니다) 나 봐라. 죽을래? (아닙니다) 딴 데 나갈래? 나하고? 살고 싶지? (네). 그건 다 먹었습니다. 와인 또 있습니다. 이건 막걸릿잔이라서요. 제가 남아있습니다. 아직."]

[앵커]

이런 가혹행위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돼 온 건 가요?

[기자]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고인은 7년 전 KBS와의 인터뷰에서 철인 3종의 재미를 막 느끼기 시작한 꿈나무 소녀였습니다.

[최숙현 선수/2013년 KBS 뉴스 인터뷰 당시 : "긴 시간동안 숨이 차지만, 자신을 이길 수 있는 과정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의 유망주인 고인은 2017년 경주시청팀에 입단했습니다.

고인이 남긴 훈련 일지에는 가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고통을 당해 온 참담한 심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괴롭힘에 이듬해인 2018년 운동을 포기하기도 했는데, 지도자의 설득으로 1년 만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바뀐 것은 없었고 결국 올초 부산시체육회로 팀을 옮겼습니다.

이적 이후인 3월, 경주시청팀 감독과 팀 닥터, 그리고 팀 동료였던 선배 선수 2명을 형사고소했습니다.

4월에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도움을 청했고, 진척이 없자 6월에는 대한철인3종협회에 진정까지 냈습니다.

그리고, 진정을 낸지 일주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고인은 사건 당일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가해자들의 뻔뻔한 태도에 절망했다고 합니다.

[고 최숙현 선수 팀 동료/음성변조 : "(대한체육회) 인권위에서 연락이 왔는데 가해자들이 부인을 하고 있다 라고 얘기를 했죠. 기분이 바닥을쳤다. 내가 죽어야 이 싸움이 크게 될려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언니가 말했어요."]

[앵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진상 규명을 지시하고 나섰죠?

[기자]

청와대 홈페이지에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는 국민청원도 올라왔고, 수만 여명이 분노를 표했습니다.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고 대통령까지 나서자, 결국 최윤희 문체부 차관이 대한체육회를 찾았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조사 중이라도 선제적 처벌로 철퇴를 가하겠다며 뒤늦게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습니다.

고인의 진정을 받고도 미온적이던 철인3종협회 역시 오는 6일 스포츠공정위를 열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수영선수 출신인 최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최윤희/문체부 2차관 :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선 선수 출신으로서, 체육 행정을 담당하는 2차관으로서 누구보다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특별조사단을 꾸려서 철저히 원인 규명을 하고 다시는 이런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앵커]

경주시체육회는 오늘 경주시청 팀 감독에 대해 직무 정지 결정을 내렸다고요?

[기자]

고인에 대한 가혹 행위 의혹과 관련해 경주시체육회가 운영위원회를 열었는데요.

경주시청 감독 김 모 씨와 선배 선수 2명을 불러 두 시간 넘게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김 감독이 선수단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정지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가혹 행위에 대해서는 김 감독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유족과 선수들의 의견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난달 초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대구지검은 사건을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앵커]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스포츠계 폭력 문제, 해법은 없는 걸까요?

[기자]

지난해 스포츠미투 사건이 터지면서 대한체육회는 다시 한 번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체육계가 내놓은 폭력, 성폭력 등의 비위행위 방지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입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대한체육회나 철인3종협회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수사권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말인데 그러면 대안은 사법처리지만 현역 운동선수가 좁은 체육계에서 지도자를 고소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실제, 고인의 죽음 이후에야 최 씨의 동료 선수 2명이 용기를 내 같은 피해를 당했다면서 형사고소에 나섰습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선수 인권 침해 문제 해결을 위해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설립 추진단 구성을 마친 스포츠윤리센터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센터 설립이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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