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설가 김훈 대담…‘코로나 이후’를 말하다

입력 2020.07.13 (23:52) 수정 2020.07.1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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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예고한대로 오늘 뉴스라인에서는 저명한 소설가이자 이제는 사회적 운동가로도 활동중인 김훈 작가, 라인 초대석에 모셨습니다.

세상을 향한 죽비같은 그의 얘기 들어보시죠.

작가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책 얘기부터 해볼까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나라가 참혹한 전쟁을 벌이는데 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왜 싸우는 지를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답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끼리는 항상 먹고 먹히는 싸움이 계속 돼 온 것이 인간의 역사입니다. 그건 역사책에 다 써져있는 것이니까,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인간성의 한 중요한 측면이에요. 세상이 싸움하고 근원을 알 수 없는 적개심들끼리 부딪쳐서 혼돈을 일으키는 이런 세상에서 넘어서려는 그런 생명, 생명의 힘, 이런 것들을 생각했던 것이죠."]

[앵커]

최근 인류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코로나를 보니까, 한 6개월이 넘었잖아요. 인간이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으로는 코로나를 박멸할 수 없다는 게 확실해졌어요.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하는 방식으로 여기서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이 됐어요. 왜냐면 코로나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계속 가고 있으니까. 인간이 추적할 수 없는 것이죠. 국제적인 공조, 연대, 인류의 화합을 통해서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그랬잖아요. 이것이 전세계적인 교류망을 통해서 확산이 되니까. 근데 우리 지도자나 지식인들이 그런 말을 계속하면서 각 국은 자기네 나라만을 방어하려는 극단적인 배타적 이기주의로 가고 있는 거예요. 이런 게 양 극단의 모순으로 지금 인간이 가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인간은 정말 가혹한 심판대에 올라서고 있는 거예요. 인간은 인간성의 바탕이 뭔지를 드러나게 되는 거예요. 인간이 과연 어떤 존재인지가 머지않아 밝혀질 겁니다. 위기에 처한 것이죠."]

[앵커]

약육강식의 시대가 더 심화되다, 말씀, 이런 표현도 하셨어요.

[답변]

["우리나라 헌법에 두 가지 정신이 민주주의하고 우리가 시장경제의 원리라고 하잖아요. 헌법에 이념이 되어 있는 것이죠. 근데 그 두 개가 나란히 공존할 수가, 공존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우리가 알게 돼요. 시장의 자유를 한없이 방치해두면 민주주의를 할 수 없이 된다는 것을 우리가 이제 알았어요. 그게 둘 다 아름다운 인간의 원리고 헌법의 정신이지만 그것이 그렇게 평화롭게 공존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우리가 알게된 것이죠."]

[앵커]

이런 약육강식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해야 합니까?

[답변]

["코로나를 겪으면서 내가 알게된 것은 앞으로 우리는 어떤 미래가 되느냐. 우리는 훨씬 가난하게 살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죠. 지금보다 사람들은 더 가난하고 더 불편하고 덜 신바람나고 덜 재미있는 또 더 고통스러운 세계를 받아들일 각오를 해야 해요. 그 고통을 우리가, 미래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통의 양을 사회 각 계층에 어떻게 배분하느냐 문제를 생각해야 해요."]

[앵커]

["함께 져야 한다?"]

[답변]

["배분해야죠, 배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경제를 복구해서 옛날 코로나 전처럼 당신들을 잘먹고 잘살게 해주겠다 이렇게 말하지 말고, 우리에게 닥쳐올 고난과 가난을 대비하자 이런 말을 해야하는데 그런 말을 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이죠. 그러나 그런 말을 해야 할 날들이 다가오고 있는 게 보여요."]

[앵커]

["조금 주제를 바꿔볼까요. 선생님 최근에 거리에서도 많이 뵐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 노동자라든가 배달노동자라든가, 이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계신데요. 제가 듣기로는 배달 노동자가 사고당한 모습을 목격한 것이 이런 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답변]

["그것이 하나의 큰 충격인 것이죠. 중국집 배달하는 오토바이 라이더가 차에 부딪쳐서 쓰러졌는데, 그 배달통이 터져가지고 짬뽕 국물이 길바닥으로 쏟아져 나오고 짜장면이 튀어나오고, 단무지 조각이 아스팔트에 널려 있는데 젓가락도 튀어나오고. 라이더, 배달하는 청년이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나와서 젓가락에 중국집 이름이 붙어있는데 내가 자주 다니던 식당이었어요."]

[앵커]

["단골집이었군요?"]

[답변]

["네, 중국집. 그 배달원, 그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 현장을 보면 뭔가, 벼락을 맞듯이 알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이죠. // 내 눈 앞에 나타난 현장은 정말 인간으로서는 견딜 수 없구나. 견딜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기업 이윤의 틀 안에서 발생할 뿐만 아니라, 그 사고가 나면 그것이 이윤의 질서에 의해서 관리되고 수습되고 처리가 되는 거.. 이윤의 질서라는 건 하청에게 넘기는 것이죠."]

[앵커]

거리에 나와서 목소리를 높이셨는데요, 여러차례. 좀 반응이 옵니까?

[답변]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하기까지는 아직도 멀었어요. 그러나 어느정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서 약간의 여론을 모으는 데는 좀 힘이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앵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이라든가, 사회 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 중에서 인상적이셨거나 깊게 영향을 받으셨던 일이 혹시 있으실까요?

[답변]

["우리 헌법에는 고위 공직자가 집을 여러 채 가져도, 가져도 된다는 그런 모순이 헌법에 없어요. 우리 헌법은 그런 것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은 집이 없어서 고생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있는데 고위공직자가 집을 여러 채 가지면 안 된다는정신이 헌법에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이것은 시장경제에 어긋나고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하는 걸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러면 자기 집을 다 갖고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게 팔지 않고 갖고 고위직에서 내려오면 되는 거예요. 그냥 자유, 자유인으로 돌아가서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으면 되는 거죠. 남을 지도하면 안되는 거죠."]

[앵커]

앞으로 혹시 남은 집필 계획이라든가 있으신가요.

[답변]

["아이고 지금은 뭐, 없어요. 몇 달 쉬려고 합니다."]

[앵커]

김훈 작가님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답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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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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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4 00:22:29
    • 수정2020-07-14 00: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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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예고한대로 오늘 뉴스라인에서는 저명한 소설가이자 이제는 사회적 운동가로도 활동중인 김훈 작가, 라인 초대석에 모셨습니다.

세상을 향한 죽비같은 그의 얘기 들어보시죠.

작가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책 얘기부터 해볼까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나라가 참혹한 전쟁을 벌이는데 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왜 싸우는 지를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답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끼리는 항상 먹고 먹히는 싸움이 계속 돼 온 것이 인간의 역사입니다. 그건 역사책에 다 써져있는 것이니까,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인간성의 한 중요한 측면이에요. 세상이 싸움하고 근원을 알 수 없는 적개심들끼리 부딪쳐서 혼돈을 일으키는 이런 세상에서 넘어서려는 그런 생명, 생명의 힘, 이런 것들을 생각했던 것이죠."]

[앵커]

최근 인류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코로나를 보니까, 한 6개월이 넘었잖아요. 인간이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으로는 코로나를 박멸할 수 없다는 게 확실해졌어요.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하는 방식으로 여기서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이 됐어요. 왜냐면 코로나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계속 가고 있으니까. 인간이 추적할 수 없는 것이죠. 국제적인 공조, 연대, 인류의 화합을 통해서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그랬잖아요. 이것이 전세계적인 교류망을 통해서 확산이 되니까. 근데 우리 지도자나 지식인들이 그런 말을 계속하면서 각 국은 자기네 나라만을 방어하려는 극단적인 배타적 이기주의로 가고 있는 거예요. 이런 게 양 극단의 모순으로 지금 인간이 가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인간은 정말 가혹한 심판대에 올라서고 있는 거예요. 인간은 인간성의 바탕이 뭔지를 드러나게 되는 거예요. 인간이 과연 어떤 존재인지가 머지않아 밝혀질 겁니다. 위기에 처한 것이죠."]

[앵커]

약육강식의 시대가 더 심화되다, 말씀, 이런 표현도 하셨어요.

[답변]

["우리나라 헌법에 두 가지 정신이 민주주의하고 우리가 시장경제의 원리라고 하잖아요. 헌법에 이념이 되어 있는 것이죠. 근데 그 두 개가 나란히 공존할 수가, 공존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우리가 알게 돼요. 시장의 자유를 한없이 방치해두면 민주주의를 할 수 없이 된다는 것을 우리가 이제 알았어요. 그게 둘 다 아름다운 인간의 원리고 헌법의 정신이지만 그것이 그렇게 평화롭게 공존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우리가 알게된 것이죠."]

[앵커]

이런 약육강식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해야 합니까?

[답변]

["코로나를 겪으면서 내가 알게된 것은 앞으로 우리는 어떤 미래가 되느냐. 우리는 훨씬 가난하게 살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죠. 지금보다 사람들은 더 가난하고 더 불편하고 덜 신바람나고 덜 재미있는 또 더 고통스러운 세계를 받아들일 각오를 해야 해요. 그 고통을 우리가, 미래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통의 양을 사회 각 계층에 어떻게 배분하느냐 문제를 생각해야 해요."]

[앵커]

["함께 져야 한다?"]

[답변]

["배분해야죠, 배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경제를 복구해서 옛날 코로나 전처럼 당신들을 잘먹고 잘살게 해주겠다 이렇게 말하지 말고, 우리에게 닥쳐올 고난과 가난을 대비하자 이런 말을 해야하는데 그런 말을 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이죠. 그러나 그런 말을 해야 할 날들이 다가오고 있는 게 보여요."]

[앵커]

["조금 주제를 바꿔볼까요. 선생님 최근에 거리에서도 많이 뵐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 노동자라든가 배달노동자라든가, 이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계신데요. 제가 듣기로는 배달 노동자가 사고당한 모습을 목격한 것이 이런 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답변]

["그것이 하나의 큰 충격인 것이죠. 중국집 배달하는 오토바이 라이더가 차에 부딪쳐서 쓰러졌는데, 그 배달통이 터져가지고 짬뽕 국물이 길바닥으로 쏟아져 나오고 짜장면이 튀어나오고, 단무지 조각이 아스팔트에 널려 있는데 젓가락도 튀어나오고. 라이더, 배달하는 청년이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나와서 젓가락에 중국집 이름이 붙어있는데 내가 자주 다니던 식당이었어요."]

[앵커]

["단골집이었군요?"]

[답변]

["네, 중국집. 그 배달원, 그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 현장을 보면 뭔가, 벼락을 맞듯이 알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이죠. // 내 눈 앞에 나타난 현장은 정말 인간으로서는 견딜 수 없구나. 견딜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기업 이윤의 틀 안에서 발생할 뿐만 아니라, 그 사고가 나면 그것이 이윤의 질서에 의해서 관리되고 수습되고 처리가 되는 거.. 이윤의 질서라는 건 하청에게 넘기는 것이죠."]

[앵커]

거리에 나와서 목소리를 높이셨는데요, 여러차례. 좀 반응이 옵니까?

[답변]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하기까지는 아직도 멀었어요. 그러나 어느정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서 약간의 여론을 모으는 데는 좀 힘이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앵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이라든가, 사회 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 중에서 인상적이셨거나 깊게 영향을 받으셨던 일이 혹시 있으실까요?

[답변]

["우리 헌법에는 고위 공직자가 집을 여러 채 가져도, 가져도 된다는 그런 모순이 헌법에 없어요. 우리 헌법은 그런 것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은 집이 없어서 고생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있는데 고위공직자가 집을 여러 채 가지면 안 된다는정신이 헌법에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이것은 시장경제에 어긋나고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하는 걸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러면 자기 집을 다 갖고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게 팔지 않고 갖고 고위직에서 내려오면 되는 거예요. 그냥 자유, 자유인으로 돌아가서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으면 되는 거죠. 남을 지도하면 안되는 거죠."]

[앵커]

앞으로 혹시 남은 집필 계획이라든가 있으신가요.

[답변]

["아이고 지금은 뭐, 없어요. 몇 달 쉬려고 합니다."]

[앵커]

김훈 작가님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답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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