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한 지하차도 지침…참사 불렀다

입력 2020.07.27 (07:33) 수정 2020.07.2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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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3일 기록적인 폭우로 부산은 도시 기능이 마비될 정도의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돌발성 집중호우였지만 교통통제지침과 재난 매뉴얼을 지켰더라면 피해를 막거나 줄일 수 있었는데요.

부산 재난 대응,무엇이 문제였는지 강예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길이 175m 초량 1지하차도엔 분당 20톤의 물을 퍼낼 수 있는 펌프가 3대 있습니다.

그런데 지형적 특성과 용량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배수시설이 없는 주변 물까지 저지대로 모이면 기록적 폭우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겁니다.

[추태호/부산대 토목공학과 교수 : "긴급하게 리얼타임(실시간)에 가깝게 대응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게 첫 번째고요. 강우량 자체가 설계용수량 강우량을 초과한 거 같아요."]

이같은 '돌발성 집중호우'에 대비해 행정안전부는 지난 2009년부터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아스팔트가 넓어진만큼 빗물 침투도 많아지자 저류시설을 만들어 침수 피해를 막는다'는 취집니다.

부산의 우수저류시설 8곳은 모두 해운대구 등 동부산에만 있습니다.

사고 발생 지역을 비롯해, 원도심에는 한 곳도 없습니다.

예산 때문입니다.

[부산시 관계자/음성변조 : "드물게 맞은 큰 폭우기 때문에, 그런 큰 대응할 수 있는 그런 시설들은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경제력이 안 되잖아요. 그런 정도로 하려면 어마머한 물통을 다 설치해도 (모자라고)."]

행정안전부가 지난 2월 마련한 '지하차도 침수 대응 지침'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지침에 따르면 호우경보 발효 시, 부산에선 초량 1지하차도를 비롯해 지하차도 30여 곳 통행이 즉시, 통제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 시각, 통제된 지하차도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특히 부산시는 2014년 '우장춘로 지하차도' 침수 사망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지하차도 침수 대응 지침'을 만들었지만 모르는 자치단체가 수두룩합니다.

[부산 동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오래돼서요…. 옛날에 근무도 안 해서 모르니까 찾아봐야 하거든요."]

경찰은 지하차도 대응 지침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한 뒤 담당 공무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예슬입니다.

촬영기자:최진백/영상편집:김종수/그래픽:조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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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있으나마나한 지하차도 지침…참사 불렀다
    • 입력 2020-07-27 07:36:59
    • 수정2020-07-27 08: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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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3일 기록적인 폭우로 부산은 도시 기능이 마비될 정도의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돌발성 집중호우였지만 교통통제지침과 재난 매뉴얼을 지켰더라면 피해를 막거나 줄일 수 있었는데요. 부산 재난 대응,무엇이 문제였는지 강예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길이 175m 초량 1지하차도엔 분당 20톤의 물을 퍼낼 수 있는 펌프가 3대 있습니다. 그런데 지형적 특성과 용량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배수시설이 없는 주변 물까지 저지대로 모이면 기록적 폭우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겁니다. [추태호/부산대 토목공학과 교수 : "긴급하게 리얼타임(실시간)에 가깝게 대응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게 첫 번째고요. 강우량 자체가 설계용수량 강우량을 초과한 거 같아요."] 이같은 '돌발성 집중호우'에 대비해 행정안전부는 지난 2009년부터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아스팔트가 넓어진만큼 빗물 침투도 많아지자 저류시설을 만들어 침수 피해를 막는다'는 취집니다. 부산의 우수저류시설 8곳은 모두 해운대구 등 동부산에만 있습니다. 사고 발생 지역을 비롯해, 원도심에는 한 곳도 없습니다. 예산 때문입니다. [부산시 관계자/음성변조 : "드물게 맞은 큰 폭우기 때문에, 그런 큰 대응할 수 있는 그런 시설들은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경제력이 안 되잖아요. 그런 정도로 하려면 어마머한 물통을 다 설치해도 (모자라고)."] 행정안전부가 지난 2월 마련한 '지하차도 침수 대응 지침'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지침에 따르면 호우경보 발효 시, 부산에선 초량 1지하차도를 비롯해 지하차도 30여 곳 통행이 즉시, 통제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 시각, 통제된 지하차도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특히 부산시는 2014년 '우장춘로 지하차도' 침수 사망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지하차도 침수 대응 지침'을 만들었지만 모르는 자치단체가 수두룩합니다. [부산 동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오래돼서요…. 옛날에 근무도 안 해서 모르니까 찾아봐야 하거든요."] 경찰은 지하차도 대응 지침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한 뒤 담당 공무원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예슬입니다. 촬영기자:최진백/영상편집:김종수/그래픽:조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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