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산사태’ 사전 점검까지 했지만…“문제 없어”

입력 2020.08.13 (06:08) 수정 2020.08.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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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집중호우 때 산사태로 희생된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자연재해라고 넘어가기에는 산사태 관리, 예방 정책에 문제점이 적지 않습니다.

주민 5명이 산사태로 숨진 전남 곡성의 경우 산사태 발생 전 현장 점검이 있었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등 전문성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먼저 송락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엿새 전 산사태로 주민 5명이 숨진 전남 곡성의 성덕마을입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원래 주택이 있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토사와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리면서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산사태의 원인으로 마을 뒷산과 인접한 15번 국도 확장 공사를 지목합니다.

도로 주변부 지반이 90도 가까이 내려앉은 게 확연하게 보이고, 흙과 공사 구조물들이 마을 주변까지 굴러 내려왔다는 게 그 근거입니다.

[정규원/산림기술사 : "전체적으로 보면 이 계곡부는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토사가) 급격하게 내려올 일은 아닌데 콘크리트 구조물 무게에 의해 슬라이딩 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KBS 취재 결과 곡성군은 이번 집중호우가 내리기 전 한 차례 현장 점검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곡성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산사태) 예방단원이 안 그래도 사고 있기 전에도 근처를 예찰을 했는데 그때도 크게 (산사태 가능성) 그런 건 없었다고…."]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산사태 예방단'.

취재진 확인 결과 5명 모두 곡성군 주민들로 구성됐고 산사태와 관련해 이렇다할 경력이나 경험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곡성군청 관계/음성변조 : "(이분들은 다 산림 전문가로 이뤄진 분들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역 주민들…. 취약 지역인 곳은 더 보고, 또 주변에 둘러보고 하는 형식으로 예찰을 하는 것이죠."

곡성군은 사고가 난 장소가 산사태 위험 5등급, 즉 '매우 낮음'으로 지정돼 주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이 등급은 도로 확장 공사 전에 매겨진 것이었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산) 전체가 마치 지진 때 지반이 내려앉은 것처럼 터지면서 마을까지 치고 내려왔는데 여기는 거의 재론의 여지 없이 현장에서 모든 것이 다 설명되고 있습니다."]

비전문 인력이 형식적으로 현장 점검을 하는 이런 사정은 곡성군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사태를 통합 관리하고 예방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 김선오/영상편집:사명환/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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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곡성 산사태’ 사전 점검까지 했지만…“문제 없어”
    • 입력 2020-08-13 06:09:13
    • 수정2020-08-13 08:35:37
    뉴스광장 1부
[앵커]

이번 집중호우 때 산사태로 희생된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자연재해라고 넘어가기에는 산사태 관리, 예방 정책에 문제점이 적지 않습니다.

주민 5명이 산사태로 숨진 전남 곡성의 경우 산사태 발생 전 현장 점검이 있었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등 전문성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먼저 송락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엿새 전 산사태로 주민 5명이 숨진 전남 곡성의 성덕마을입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원래 주택이 있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토사와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리면서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산사태의 원인으로 마을 뒷산과 인접한 15번 국도 확장 공사를 지목합니다.

도로 주변부 지반이 90도 가까이 내려앉은 게 확연하게 보이고, 흙과 공사 구조물들이 마을 주변까지 굴러 내려왔다는 게 그 근거입니다.

[정규원/산림기술사 : "전체적으로 보면 이 계곡부는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토사가) 급격하게 내려올 일은 아닌데 콘크리트 구조물 무게에 의해 슬라이딩 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KBS 취재 결과 곡성군은 이번 집중호우가 내리기 전 한 차례 현장 점검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곡성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산사태) 예방단원이 안 그래도 사고 있기 전에도 근처를 예찰을 했는데 그때도 크게 (산사태 가능성) 그런 건 없었다고…."]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산사태 예방단'.

취재진 확인 결과 5명 모두 곡성군 주민들로 구성됐고 산사태와 관련해 이렇다할 경력이나 경험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곡성군청 관계/음성변조 : "(이분들은 다 산림 전문가로 이뤄진 분들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역 주민들…. 취약 지역인 곳은 더 보고, 또 주변에 둘러보고 하는 형식으로 예찰을 하는 것이죠."

곡성군은 사고가 난 장소가 산사태 위험 5등급, 즉 '매우 낮음'으로 지정돼 주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이 등급은 도로 확장 공사 전에 매겨진 것이었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산) 전체가 마치 지진 때 지반이 내려앉은 것처럼 터지면서 마을까지 치고 내려왔는데 여기는 거의 재론의 여지 없이 현장에서 모든 것이 다 설명되고 있습니다."]

비전문 인력이 형식적으로 현장 점검을 하는 이런 사정은 곡성군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사태를 통합 관리하고 예방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 김선오/영상편집:사명환/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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