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먹방’ 금지한 중국…왜?

입력 2020.08.24 (18:02) 수정 2020.08.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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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유튜브 1인 방송 참 다양한데요,

음식 방송인 소위 '먹방'이 인기를 끄는 경우 많습니다.

그런데요, 최근 중국에서는 이 '먹방'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아예 '전면 금지'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는데요.

이유가 뭔지, <글로벌ET> 은준수 기자와 얘기 이어가 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저도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먹방' 관련 영상이 천만 개가 넘는다면서요?

[기자]

네. '먹방'은 영어로도 한국식 발음인 '먹방(MUKBANG)'이거든요.

구글 검색 결과만 그 정도고요,

'먹방'을 보는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중국인들도 이 '먹방'에 푹 빠졌습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건 기본이고요,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쉬지 않고 먹기도 합니다.

실제로, 혼자서 가재 천 마리,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먹어치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중국에서만 연간 16억 명이 먹방을 시청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중국은 '먹방' 스케일도 남다릅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먹방'을 하지도 말고, 보지도 말라는 건가요?

[기자]

모든 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 한 마디에서 시작됐습니다.

[관영 중앙(CCTV) 보도 : "(시 주석은) 음식물 낭비 현상이 끔찍하고 가슴 아프다고 지적했습니다."]

관영 CCTV는 시 주석이 코로나19로 식량 안보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음식 낭비를 막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에서는 2015년에만 천8백만 톤가량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졌는데요,

최대 5천만 명이 일 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앵커]

'먹방' 규제에 대한 중국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사실, 우리나라도 2018년에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한다며 '먹방 규제'를 꺼내 들었다가 역풍을 맞았는데요.

중국은 우리나라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중국의 한 동영상 앱입니다.

'먹방', '대식가' 등으로 검색하면, "식량을 소중히 여기자" 이런 문구가 같이 뜹니다.

음식을 산처럼 쌓아놓고 먹는 먹방 콘텐츠들은 아예 삭제되고 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특히, '가짜 먹방'을 '음식 낭비'와 연결 짓는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는데요.

실제 일부 먹방의 경우, 음식을 뱉고선 마치 다 먹은 것처럼 교묘하게 편집하거나, 쌍둥이가 1인 행세를 하며 먹방을 하다가 들통 난 적도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먹방' 단속한다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요?

중국 정부가 2013년부터 잔반 줄이기 캠페인을 벌였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요?

[기자]

우리나라에선 음식을 싹 비우는 게 예의인데, 중국은 정반댑니다.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도 많이 남겨야 미덕으로 여깁니다.

일종의 '과시'인 셈인데요,

중국의 음식 낭비는 이러한 식탁 문화와 관련이 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윱니다.

중국 외식업계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필요한 양만큼 덜어서 먹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잔반 양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남은 음식을 싸가면 할인해주는 식당도 생겨났습니다.

["보통 가지볶음에 4위안(700원)을 썼는데, 오늘은 3.7위안(640원)을 냈어요. 음식물 쓰레기가 남지 않고도 (양이) 충분하네요."]

일부 지방 정부에선 손님 수보다 1인분 덜 주문하자는, 캠페인도 시작했는데요.

배달업계 또한 고객에게 일 인분씩 소규모 포장을 독려하는 등 잔반 줄이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앵커]

음식 낭비 안 하면 좋은 거긴 한데요,

이런 정책들이 최근 들썩이고 있는 식탁 물가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요?

[기자]

네, 중국에선 여름 내내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습니다.

한국 국토의 절반에 달하는 농경지가 침수되면서, 사실상 일 년 농사를 망쳤습니다.

양쯔강 하류 일댑니다. 이번 홍수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열매는 누렇게 말라버렸고, 다 자란 벼와 어린 모까지 모두 죽어버렸습니다.

[홍수 피해 농민 : "다시 농사지으라고 하는데 어디서 농사를 짓나요? 논이 풀밭이 됐어요. 누가 황무지에서 농사를 짓나요?"]

채솟값은 일제히 올랐고, 지난달 돼지고기 가격은 85% 넘게 급등했습니다.

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심상치 않은데요,

중국 정부는 밀 수입량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등 수급 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시 주석도 최근 수해 현장을 돌며 민심 챙기기에 나섰는데요,

중국 당국은 "식량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은준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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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먹방’ 금지한 중국…왜?
    • 입력 2020-08-24 18:07:54
    • 수정2020-08-24 18:28:40
    통합뉴스룸ET
[앵커]

요즘 유튜브 1인 방송 참 다양한데요,

음식 방송인 소위 '먹방'이 인기를 끄는 경우 많습니다.

그런데요, 최근 중국에서는 이 '먹방'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아예 '전면 금지'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는데요.

이유가 뭔지, <글로벌ET> 은준수 기자와 얘기 이어가 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저도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먹방' 관련 영상이 천만 개가 넘는다면서요?

[기자]

네. '먹방'은 영어로도 한국식 발음인 '먹방(MUKBANG)'이거든요.

구글 검색 결과만 그 정도고요,

'먹방'을 보는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중국인들도 이 '먹방'에 푹 빠졌습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건 기본이고요,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쉬지 않고 먹기도 합니다.

실제로, 혼자서 가재 천 마리,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먹어치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중국에서만 연간 16억 명이 먹방을 시청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중국은 '먹방' 스케일도 남다릅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먹방'을 하지도 말고, 보지도 말라는 건가요?

[기자]

모든 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 한 마디에서 시작됐습니다.

[관영 중앙(CCTV) 보도 : "(시 주석은) 음식물 낭비 현상이 끔찍하고 가슴 아프다고 지적했습니다."]

관영 CCTV는 시 주석이 코로나19로 식량 안보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음식 낭비를 막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에서는 2015년에만 천8백만 톤가량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졌는데요,

최대 5천만 명이 일 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앵커]

'먹방' 규제에 대한 중국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사실, 우리나라도 2018년에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한다며 '먹방 규제'를 꺼내 들었다가 역풍을 맞았는데요.

중국은 우리나라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중국의 한 동영상 앱입니다.

'먹방', '대식가' 등으로 검색하면, "식량을 소중히 여기자" 이런 문구가 같이 뜹니다.

음식을 산처럼 쌓아놓고 먹는 먹방 콘텐츠들은 아예 삭제되고 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특히, '가짜 먹방'을 '음식 낭비'와 연결 짓는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는데요.

실제 일부 먹방의 경우, 음식을 뱉고선 마치 다 먹은 것처럼 교묘하게 편집하거나, 쌍둥이가 1인 행세를 하며 먹방을 하다가 들통 난 적도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먹방' 단속한다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요?

중국 정부가 2013년부터 잔반 줄이기 캠페인을 벌였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요?

[기자]

우리나라에선 음식을 싹 비우는 게 예의인데, 중국은 정반댑니다.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도 많이 남겨야 미덕으로 여깁니다.

일종의 '과시'인 셈인데요,

중국의 음식 낭비는 이러한 식탁 문화와 관련이 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윱니다.

중국 외식업계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필요한 양만큼 덜어서 먹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잔반 양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남은 음식을 싸가면 할인해주는 식당도 생겨났습니다.

["보통 가지볶음에 4위안(700원)을 썼는데, 오늘은 3.7위안(640원)을 냈어요. 음식물 쓰레기가 남지 않고도 (양이) 충분하네요."]

일부 지방 정부에선 손님 수보다 1인분 덜 주문하자는, 캠페인도 시작했는데요.

배달업계 또한 고객에게 일 인분씩 소규모 포장을 독려하는 등 잔반 줄이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앵커]

음식 낭비 안 하면 좋은 거긴 한데요,

이런 정책들이 최근 들썩이고 있는 식탁 물가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요?

[기자]

네, 중국에선 여름 내내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습니다.

한국 국토의 절반에 달하는 농경지가 침수되면서, 사실상 일 년 농사를 망쳤습니다.

양쯔강 하류 일댑니다. 이번 홍수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열매는 누렇게 말라버렸고, 다 자란 벼와 어린 모까지 모두 죽어버렸습니다.

[홍수 피해 농민 : "다시 농사지으라고 하는데 어디서 농사를 짓나요? 논이 풀밭이 됐어요. 누가 황무지에서 농사를 짓나요?"]

채솟값은 일제히 올랐고, 지난달 돼지고기 가격은 85% 넘게 급등했습니다.

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심상치 않은데요,

중국 정부는 밀 수입량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등 수급 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시 주석도 최근 수해 현장을 돌며 민심 챙기기에 나섰는데요,

중국 당국은 "식량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은준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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