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헬리콥터 머니

입력 2020.09.08 (18:03) 수정 2020.09.08 (18: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2차 재난 지원금은 맞춤형 선별 지원금으로 가닥을 잡았죠.

세계는 재난 극복을 위해 막대한 돈을 뿌리고 있고, 그래서 하늘에서 돈을 뿌린다는 의미로 '헬리콥터 머니'를 살포하고 있다고까지 하는데 우리는 왜 맞춤형이어야 했는지, 오늘 서영민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봅니다.

우선 '헬리콥터 머니'.

돈을 얼마나 뿌리고 있길래 이런 말?

[기자]

미국의 특별 실업수당 얘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업 보너스'라고까지 부르는데 얼마 받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주당 600달러, 우리 돈 70만 원을 줬는데, 이건 추가로 준 거고요. 330달러, 40만 원을 기본으로.

그러면 주당 110만 원. 한 달이면 440만 원 이상입니다.

6월 20일 주간에 가장 많은 사람이 받아갔는데, 몇 명 정도 생각하시나요?

3,100만 명. 딱 한 주 동안 특별 수당만 22조 원 뿌렸습니다.

성인 1인당 1,200달러 재난 지원금은 별도.

유럽은 고용 유지 지원에만 독일, 프랑스, 스페인 세 나라만 180조 원 쓰고.

[앵커]

일본도 만만치 않게 쓴다고 하던데?

[기자]

일본은 '빚의 신기원'을 열어가는 나랍니다.

휴직자 수당으로 일당 최대 16만 원, 임대료 지원에 최대 6,700만 원.

특히 일본은 이거 하려고 국채 660조 원 어치 발행했는데, 우리 내년 예산 550존데, 우리 한 해 예산 넘는 빚을 한 방에 낸 겁니다.

이미 국가부채 규모가 230% 넘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빚 많은 선진국인데도. 걱정 안 하고 펑펑 씁니다.

중앙은행이 헬리콥터 머니를 펑펑 뿌리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앵커]

일본 중앙은행이 이 헬리콥터 머니에 아주 특출난 재능이 있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BOJ

일단 나랏빚, 일본 국채 5천조 원어치 보유. 우리나라 정부 예산 10년 치.

다시 말하면 정부가 돈 쓸 일 생기면 중앙은행이 이 돈을 찍어서 주는, 금리도 거의 제로금리여서 이걸 빌려준다고 봐야 하는 지, 그냥 주는 거라고 봐야 할지 애매한 그런 구조.

아베노믹스의 실체기도 한데, 빚만 떠안는 게 아닙니다.

주식도 삽니다.

도쿄 증시 상장지수펀드 ETF 계속 사고 있는데, 이미 시가총액 5%가 중앙은행 꺼랍니다.

올해 도쿄 증시 최대주주가 됩니다.

돈 쓰는 규모.

GDP 대비 100% 안팎이거든요.

앞에 미국 펑펑 쓴다 했죠?

그래도 이 숫자 20%고 유럽도 40%밖에 안됩니다.

한국은 1%.

[앵커]

일본은 100%인데 우리는 1%라고요? 뭘 믿고 그렇게 쓰는 거죠?

[기자]

달러, 유로, 엔 이 돈의 우월성. 믿고.

엔화 보면 글로벌 위기 온다고 엔화 가치 떨어지지 않잖아요.

오히려 해외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엔화로 바꾸거든요.

엔이 부족해집니다.

'엔고' 나타납니다. 유럽도 마찬가지고.

달러는 어떻냐.

기축통화라고도 하고 결제통화라고도 하고 지급준비통화라고도 하죠.

국제 거래에 사용되는 은행 통장 50%가 '달러 통장'이고, 무역에 사용되는 통화는 '달러'이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 쌓는 돈의 62%는 달러.

전 세계가 못 가져서 안달 난 자산. 미국 정부가 저렇게 찍어내도 '궁극의 안전자산' 지위는 문제 없는 겁니다.

[앵커]

저금리기도 하고?

[기자]

네. 제로금리에 달하는 저금리가 10년 넘게.

근데 인플레이션이 없어요.

'뉴노멀'이라고 하거든요.

저금리인데 저물가.

이 상황에선 정부는 꼭 필요한데면, 중앙은행한테 돈 찍게 해서 무한정으로 써도 아무 상관 없다.

이런 희한한 경제이론까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는 왜?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뿌리는데, 우린 1인당 10만 원이라도 주자는데도 그건 어렵다 하는 겁니까?

[기자]

사실 우리도 어떤 측면에선 채권, 코로나 상황에선 분명 안전자산 취급을 받았고, 저금리 저물가 상황도 있거든요.

근데 우리는 계속 그럴지, 아니면 혹시 수출 줄고 우리 정부 빚이 계속 늘어도 그럴지 확신이 없습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문제는 아니라면, 97년 IMF 때처럼 나라가 거덜 날 수 있기 때문에.

나라 곳간 관리하는 기재부, 걱정 담당 부서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반드시 재정 건전성 지키겠다.

지금 채무비율 40% 낮아 보이지만 계속 늘 것이기 때문에, 이 위험을 키워가면서 빚을 계속 낼 수 없다, 나라 경영은 확률 게임 아니고 무조건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

왜냐면 우리 돈은 아직 여전히 해외 은행들이 계좌 개설 때 안 써주는 돈이고, 무역할 때 받아주지 않는 돈이며, 다른 나라 외환 보유고에 들어가지 않는 돈이니까.

객관적인 상황상 헬리콥터 머니 받아다가 쓸 상황은 아니다, 이겁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ET] 헬리콥터 머니
    • 입력 2020-09-08 18:04:09
    • 수정2020-09-08 18:25:30
    통합뉴스룸ET
[앵커]

2차 재난 지원금은 맞춤형 선별 지원금으로 가닥을 잡았죠.

세계는 재난 극복을 위해 막대한 돈을 뿌리고 있고, 그래서 하늘에서 돈을 뿌린다는 의미로 '헬리콥터 머니'를 살포하고 있다고까지 하는데 우리는 왜 맞춤형이어야 했는지, 오늘 서영민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봅니다.

우선 '헬리콥터 머니'.

돈을 얼마나 뿌리고 있길래 이런 말?

[기자]

미국의 특별 실업수당 얘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업 보너스'라고까지 부르는데 얼마 받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주당 600달러, 우리 돈 70만 원을 줬는데, 이건 추가로 준 거고요. 330달러, 40만 원을 기본으로.

그러면 주당 110만 원. 한 달이면 440만 원 이상입니다.

6월 20일 주간에 가장 많은 사람이 받아갔는데, 몇 명 정도 생각하시나요?

3,100만 명. 딱 한 주 동안 특별 수당만 22조 원 뿌렸습니다.

성인 1인당 1,200달러 재난 지원금은 별도.

유럽은 고용 유지 지원에만 독일, 프랑스, 스페인 세 나라만 180조 원 쓰고.

[앵커]

일본도 만만치 않게 쓴다고 하던데?

[기자]

일본은 '빚의 신기원'을 열어가는 나랍니다.

휴직자 수당으로 일당 최대 16만 원, 임대료 지원에 최대 6,700만 원.

특히 일본은 이거 하려고 국채 660조 원 어치 발행했는데, 우리 내년 예산 550존데, 우리 한 해 예산 넘는 빚을 한 방에 낸 겁니다.

이미 국가부채 규모가 230% 넘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빚 많은 선진국인데도. 걱정 안 하고 펑펑 씁니다.

중앙은행이 헬리콥터 머니를 펑펑 뿌리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앵커]

일본 중앙은행이 이 헬리콥터 머니에 아주 특출난 재능이 있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BOJ

일단 나랏빚, 일본 국채 5천조 원어치 보유. 우리나라 정부 예산 10년 치.

다시 말하면 정부가 돈 쓸 일 생기면 중앙은행이 이 돈을 찍어서 주는, 금리도 거의 제로금리여서 이걸 빌려준다고 봐야 하는 지, 그냥 주는 거라고 봐야 할지 애매한 그런 구조.

아베노믹스의 실체기도 한데, 빚만 떠안는 게 아닙니다.

주식도 삽니다.

도쿄 증시 상장지수펀드 ETF 계속 사고 있는데, 이미 시가총액 5%가 중앙은행 꺼랍니다.

올해 도쿄 증시 최대주주가 됩니다.

돈 쓰는 규모.

GDP 대비 100% 안팎이거든요.

앞에 미국 펑펑 쓴다 했죠?

그래도 이 숫자 20%고 유럽도 40%밖에 안됩니다.

한국은 1%.

[앵커]

일본은 100%인데 우리는 1%라고요? 뭘 믿고 그렇게 쓰는 거죠?

[기자]

달러, 유로, 엔 이 돈의 우월성. 믿고.

엔화 보면 글로벌 위기 온다고 엔화 가치 떨어지지 않잖아요.

오히려 해외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엔화로 바꾸거든요.

엔이 부족해집니다.

'엔고' 나타납니다. 유럽도 마찬가지고.

달러는 어떻냐.

기축통화라고도 하고 결제통화라고도 하고 지급준비통화라고도 하죠.

국제 거래에 사용되는 은행 통장 50%가 '달러 통장'이고, 무역에 사용되는 통화는 '달러'이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 쌓는 돈의 62%는 달러.

전 세계가 못 가져서 안달 난 자산. 미국 정부가 저렇게 찍어내도 '궁극의 안전자산' 지위는 문제 없는 겁니다.

[앵커]

저금리기도 하고?

[기자]

네. 제로금리에 달하는 저금리가 10년 넘게.

근데 인플레이션이 없어요.

'뉴노멀'이라고 하거든요.

저금리인데 저물가.

이 상황에선 정부는 꼭 필요한데면, 중앙은행한테 돈 찍게 해서 무한정으로 써도 아무 상관 없다.

이런 희한한 경제이론까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는 왜?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뿌리는데, 우린 1인당 10만 원이라도 주자는데도 그건 어렵다 하는 겁니까?

[기자]

사실 우리도 어떤 측면에선 채권, 코로나 상황에선 분명 안전자산 취급을 받았고, 저금리 저물가 상황도 있거든요.

근데 우리는 계속 그럴지, 아니면 혹시 수출 줄고 우리 정부 빚이 계속 늘어도 그럴지 확신이 없습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문제는 아니라면, 97년 IMF 때처럼 나라가 거덜 날 수 있기 때문에.

나라 곳간 관리하는 기재부, 걱정 담당 부서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반드시 재정 건전성 지키겠다.

지금 채무비율 40% 낮아 보이지만 계속 늘 것이기 때문에, 이 위험을 키워가면서 빚을 계속 낼 수 없다, 나라 경영은 확률 게임 아니고 무조건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

왜냐면 우리 돈은 아직 여전히 해외 은행들이 계좌 개설 때 안 써주는 돈이고, 무역할 때 받아주지 않는 돈이며, 다른 나라 외환 보유고에 들어가지 않는 돈이니까.

객관적인 상황상 헬리콥터 머니 받아다가 쓸 상황은 아니다, 이겁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