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나누면 더해져”…정착 넘어 나눔까지

입력 2020.09.12 (08:42) 수정 2020.09.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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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낯선 환경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남한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민들이 이제는 꽤 많은데요.

탈북민이 모여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돕는 나눔의 현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탈북민이자 방송인 박유성 씨도 참여했다는데요, 함께 보시죠.

["안녕하십니까. 깃털 같은 남자 박유성입니다. 지금 해도 안 떴어요. 여러분들. 동이 겨우 트고 있는데 이런 이른 아침에 제가 밖에 나온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여기 근처에서 굉장히 특별한 활동을 하시는 분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아침에 달려왔거든요. 대체 그분은 어떤 활동을 하기에 이 아침부터 왔어야 했는지 한번 만나러 가시죠."]

서울 은평구에 있는 순대 전문 음식점입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유성 씨 반가워요. (저를 아세요?) 알아요. 제가 팬이에요. 윗동네에서 깃털처럼 훨훨 날아오셨다고 하더라고. 저도 윗동네에서 날라오긴 날라왔어요. (북한에서 오셨구나!) 깃털처럼 날아온 건 아니고 무겁게 왔어요. 무슨 일을 하시는데 아침부터 저를 부르신 거예요?) 아바이 순대가 대세잖아요. (제가 만들 수 있는 거예요?) 그렇죠. 같이 만들어봐요."]

남한에 온 지 10년이 되어간다는 탈북민 홍원일 씨는 이북식 순대를 만들어 팔고 있는 맛집 사장님입니다.

양파, 파, 고추 등 간 속 재료에 북한식 순대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이것! 불린 찹쌀을 넣어 섞어줍니다.

["이게 정말 북한 순대잖아요. 피 들어가는 거. 남한 순대에 비하면 (북한 순대가) 피가 많이 들어가는 셈이죠."]

남한에서는 순대를 만드는 방법도 조금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가족들 모여앉아서요. (일일이 다 노역이잖아요.) 소를 넣고 칼로 다 하잖아요. 저희는 한국에 설비들이 발전되고 기술이 발전돼서 설비들이 다 나와 있어요."]

저도 속을 넣어봤지만 역시 쉽지 않네요.

["오! 또 놓치셨어요!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데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정성껏 만든 순대를 익힐 동안 가게를 둘러봤는데요.

북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제품부터 과자, 화장품 등을 진열해뒀습니다.

["(콩알 사탕. 진짜 어렸을 때 많이 먹던 건데... 예전엔 꼬부랑 국수라고 했는데 즉석 국수라고 하네 많이 바뀌었네요) (북한에) 제일 많이 알려진 (개성고려인삼 술!)"]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홍원일/탈북민 : "(6·25 때) 아버지가 이북에 올라가서 평안도에 있는 저희 엄마를 만났어요. 그래서 제가 태어난 거죠. 이산가족 상봉을 중국에서 한 거예요. 아버지가 남한에 계시는 어머니, 동생들 보고 싶다고 그래서 무사히 만나고 헤어졌는데 (탈북해 왔을 때 할머니가) 우리 장손이 왔구나! 그러면서 통일됐냐? 그러더라고. 제가 그래도 백 세 되는 할머니하고 일 년 가까이 살아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53년 간 가족을 그리워하던 아버지는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원일 씨는 아버지의 고향 땅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옛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순대에서 김이 모락모락..드디어 완성됐습니다.

["너무 뜨거워. 고향에서 추석날에 순대 먹던 맛이에요. (이북에서 이렇게 먹잖아요) 이렇게 먹고 꼬리 먹는 게 잘하는 사람한테만 엄마가 주는 거거든요. 식구 중에서도. 완전 순대 맛집이야!"]

원일 씨가 정성껏 만든 순대를 포장해서 어디론가 향합니다.

["독거노인분들이 계시면 이유 불문하고 여건만 되면 달려가곤 하거든요."]

[전현아(가명)/탈북민 봉사 단원 : "(사장님은 순대를) 계속 공짜로 줘요. 일 킬로 이 킬로."]

매달 한 번씩 원일 씨와 함께 탈북민들이 모여 독거노인과 한부모 가정 등을 방문하고 있는데요.

["아 잘했다! 이 집 순대 맛있는데! 난 원래 손으로 먹어야 맛있어. 두 개씩 먹으니까 더 맛있네! (할머니 제가 만들어서 그래요!) 이쁘게도 생겼네! 곁에 딱 앉아서! (옆에 더 가까이 앉을게요) 내 처녀 때 같으면 반하겠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사장님의 즉흥 연주가 더해집니다.

["(어우! 좋아라. 좋다. 고향 갔다 온 것 같다.) (저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좀 달래지네요. (장가갔어?) 장가 이제 가야 해요."]

올해 85살의 한순금 할머니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한순금(가명)/탈북민/85세 : "(북한에) 자식을 두고 왔으니까 죽고 싶은데 그 자식들 때문에 못 죽겠단 말이야…. (자식 보셔야죠. 지금 150살 세대예요. 그러니까 오래 사셔야 해요.) 근데 내 생각에 나는 100살까진 살 것 같다."]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주는 동안 저도 힘을 받았습니다.

거세진 빗줄기에도 나눔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독거노인분의 머리 손질과 함께 손발톱을 정리까지..

집 안 청소도 해드렸습니다.

["너무 뿌듯한 거 같아요. 저는 퇴근해보겠습니다. (아니 끝난 거 아니에요) 여기 쌀 보이시죠. 대안학교에서 쌀이 떨어졌다고 그래서..."]

퇴근의 길을 멀고도 멀었습니다.

["출발하시죠."]

[전현아(가명)/탈북민 봉사 단원 : "북한에선 하루 세끼 먹기 위해서 삶의 전선에서 너무 힘들게 살았잖아요. 그리고 고아들이 빵 한 조각 빌어먹을 때도 주지 못하는 심정 주지 못했던 안타까움 그게 너무 마음에 걸렸어요."]

매달 모아 기증하는 쌀은 200kg.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니 쌀도 깃털처럼 가벼웠습니다.

[오늘 봉사단이 쌀하고요, 마스크를 가져왔어요. (많지는 않은데 이백 개) (정말 감사합니다.)"]

[송재경/한벗학교 홍보실장 : "(탈북민 봉사 단체가) 오셔서 쌀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조금씩 봐주기도 하시고 코로나 때문에 문제들이 많잖아요. 방역 활동하는 것도 도와주시고..."]

어렵고 힘든 시기를 함께한 이들의 따뜻한 마음은 그칠 줄 모릅니다.

[홍원일/탈북민 : "옆에 사람들 돌보면서 같이 더불어서 나누면서 가는 것이 더 보람차고 행복한 일이 아니겠나 통일도 결국은 이웃을 돌보고 함께 가는 남과 북이 합하는 과정이잖아요."]

나누면 행복이 더해진다는 말, 이들의 모습에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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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나누면 더해져”…정착 넘어 나눔까지
    • 입력 2020-09-12 08:42:05
    • 수정2020-09-12 08:54:03
    남북의 창
[앵커]

낯선 환경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남한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민들이 이제는 꽤 많은데요.

탈북민이 모여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돕는 나눔의 현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탈북민이자 방송인 박유성 씨도 참여했다는데요, 함께 보시죠.

["안녕하십니까. 깃털 같은 남자 박유성입니다. 지금 해도 안 떴어요. 여러분들. 동이 겨우 트고 있는데 이런 이른 아침에 제가 밖에 나온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여기 근처에서 굉장히 특별한 활동을 하시는 분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아침에 달려왔거든요. 대체 그분은 어떤 활동을 하기에 이 아침부터 왔어야 했는지 한번 만나러 가시죠."]

서울 은평구에 있는 순대 전문 음식점입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유성 씨 반가워요. (저를 아세요?) 알아요. 제가 팬이에요. 윗동네에서 깃털처럼 훨훨 날아오셨다고 하더라고. 저도 윗동네에서 날라오긴 날라왔어요. (북한에서 오셨구나!) 깃털처럼 날아온 건 아니고 무겁게 왔어요. 무슨 일을 하시는데 아침부터 저를 부르신 거예요?) 아바이 순대가 대세잖아요. (제가 만들 수 있는 거예요?) 그렇죠. 같이 만들어봐요."]

남한에 온 지 10년이 되어간다는 탈북민 홍원일 씨는 이북식 순대를 만들어 팔고 있는 맛집 사장님입니다.

양파, 파, 고추 등 간 속 재료에 북한식 순대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이것! 불린 찹쌀을 넣어 섞어줍니다.

["이게 정말 북한 순대잖아요. 피 들어가는 거. 남한 순대에 비하면 (북한 순대가) 피가 많이 들어가는 셈이죠."]

남한에서는 순대를 만드는 방법도 조금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가족들 모여앉아서요. (일일이 다 노역이잖아요.) 소를 넣고 칼로 다 하잖아요. 저희는 한국에 설비들이 발전되고 기술이 발전돼서 설비들이 다 나와 있어요."]

저도 속을 넣어봤지만 역시 쉽지 않네요.

["오! 또 놓치셨어요!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데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정성껏 만든 순대를 익힐 동안 가게를 둘러봤는데요.

북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제품부터 과자, 화장품 등을 진열해뒀습니다.

["(콩알 사탕. 진짜 어렸을 때 많이 먹던 건데... 예전엔 꼬부랑 국수라고 했는데 즉석 국수라고 하네 많이 바뀌었네요) (북한에) 제일 많이 알려진 (개성고려인삼 술!)"]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홍원일/탈북민 : "(6·25 때) 아버지가 이북에 올라가서 평안도에 있는 저희 엄마를 만났어요. 그래서 제가 태어난 거죠. 이산가족 상봉을 중국에서 한 거예요. 아버지가 남한에 계시는 어머니, 동생들 보고 싶다고 그래서 무사히 만나고 헤어졌는데 (탈북해 왔을 때 할머니가) 우리 장손이 왔구나! 그러면서 통일됐냐? 그러더라고. 제가 그래도 백 세 되는 할머니하고 일 년 가까이 살아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53년 간 가족을 그리워하던 아버지는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원일 씨는 아버지의 고향 땅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옛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순대에서 김이 모락모락..드디어 완성됐습니다.

["너무 뜨거워. 고향에서 추석날에 순대 먹던 맛이에요. (이북에서 이렇게 먹잖아요) 이렇게 먹고 꼬리 먹는 게 잘하는 사람한테만 엄마가 주는 거거든요. 식구 중에서도. 완전 순대 맛집이야!"]

원일 씨가 정성껏 만든 순대를 포장해서 어디론가 향합니다.

["독거노인분들이 계시면 이유 불문하고 여건만 되면 달려가곤 하거든요."]

[전현아(가명)/탈북민 봉사 단원 : "(사장님은 순대를) 계속 공짜로 줘요. 일 킬로 이 킬로."]

매달 한 번씩 원일 씨와 함께 탈북민들이 모여 독거노인과 한부모 가정 등을 방문하고 있는데요.

["아 잘했다! 이 집 순대 맛있는데! 난 원래 손으로 먹어야 맛있어. 두 개씩 먹으니까 더 맛있네! (할머니 제가 만들어서 그래요!) 이쁘게도 생겼네! 곁에 딱 앉아서! (옆에 더 가까이 앉을게요) 내 처녀 때 같으면 반하겠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사장님의 즉흥 연주가 더해집니다.

["(어우! 좋아라. 좋다. 고향 갔다 온 것 같다.) (저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좀 달래지네요. (장가갔어?) 장가 이제 가야 해요."]

올해 85살의 한순금 할머니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한순금(가명)/탈북민/85세 : "(북한에) 자식을 두고 왔으니까 죽고 싶은데 그 자식들 때문에 못 죽겠단 말이야…. (자식 보셔야죠. 지금 150살 세대예요. 그러니까 오래 사셔야 해요.) 근데 내 생각에 나는 100살까진 살 것 같다."]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주는 동안 저도 힘을 받았습니다.

거세진 빗줄기에도 나눔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독거노인분의 머리 손질과 함께 손발톱을 정리까지..

집 안 청소도 해드렸습니다.

["너무 뿌듯한 거 같아요. 저는 퇴근해보겠습니다. (아니 끝난 거 아니에요) 여기 쌀 보이시죠. 대안학교에서 쌀이 떨어졌다고 그래서..."]

퇴근의 길을 멀고도 멀었습니다.

["출발하시죠."]

[전현아(가명)/탈북민 봉사 단원 : "북한에선 하루 세끼 먹기 위해서 삶의 전선에서 너무 힘들게 살았잖아요. 그리고 고아들이 빵 한 조각 빌어먹을 때도 주지 못하는 심정 주지 못했던 안타까움 그게 너무 마음에 걸렸어요."]

매달 모아 기증하는 쌀은 200kg.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니 쌀도 깃털처럼 가벼웠습니다.

[오늘 봉사단이 쌀하고요, 마스크를 가져왔어요. (많지는 않은데 이백 개) (정말 감사합니다.)"]

[송재경/한벗학교 홍보실장 : "(탈북민 봉사 단체가) 오셔서 쌀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조금씩 봐주기도 하시고 코로나 때문에 문제들이 많잖아요. 방역 활동하는 것도 도와주시고..."]

어렵고 힘든 시기를 함께한 이들의 따뜻한 마음은 그칠 줄 모릅니다.

[홍원일/탈북민 : "옆에 사람들 돌보면서 같이 더불어서 나누면서 가는 것이 더 보람차고 행복한 일이 아니겠나 통일도 결국은 이웃을 돌보고 함께 가는 남과 북이 합하는 과정이잖아요."]

나누면 행복이 더해진다는 말, 이들의 모습에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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