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사회적기업의 배신…장애인 임금 가로채

입력 2020.09.17 (21:36) 수정 2020.09.1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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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돈 벌이는 잘 안 되는 그런 일이 있습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돌봐주거나 친환경 먹거리를 싸게 파는 일이 대표적이죠.

이런 일 하라고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졌고, 이후에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이 많이 생겼습니다.

3년 예비단계 거쳐 정식 법인이 되면 혜택이 많아서 설비투자예산과 인건비를 지원받고, 세금도 덜 내도 됩니다.

현재 전국의 협동조합은 만 8천 개 가 넘고, 예비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도 4천 개가 넘게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그림자도 짙어져서 감시와 관리, 감독이 느슨해지자 부실과 비리도 늘고 있습니다.

공적 지원금을 가로챈다는 비리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세운 춘천의 한 예비사회적기업을, 조휴연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 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카페를 차렸습니다.

장애인 직원은 한 달 100만 원의 월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손에 쥔 돈은 60만 원.

40만 원은 회사에 되돌려줬습니다.

조합이 후원금 명목으로 사실상 강제로 걷은 돈입니다.

내기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 전 직원/음성변조 : "매번 협박을 당했어요. 너 잘리면 갈 데 없다 이런 식으로. 니가 불만이 있으면 니가 나가라."]

조합 대표는 다른 애기를 합니다.

경영이 어려워 고통 분담을 했을 뿐 강제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대표/음성변조 : "뭐든지 자기의 판단이잖아요. 기부금을 내고 안 내고는. 이 분이 온전히 (월급) 받는 직장으로 가서 나의 행복한 삶을 이어가겠소'하면, 가셔야 되는 거예요."]

회계 공시도 엉터리였습니다.

같은 해, 같은 항목의 결산 금액이 20% 이상 차이가 납니다.

2018년 손실액은 서류를 작성한 연도에 따라 수백만 원씩 달라졌습니다.

조합 대표가 회계 수치를 조작한 겁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대표/음성변조 : "재무제표상으로 좋게 만들어왔어요. 왜? 그렇게 좋게 만들어야 사회적기업 갈 때 점수가 나오거든요."]

인건비를 지원한 춘천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고용노동부와 그 산하기관 가운데 어디 한 군데도 월급 횡령과 회계 비리를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이영애/춘천시 사회적경제과장 : "기업에서 개인 급여 계좌로 전체 입금이 되고, 그 이후에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에서는, 사실상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만 비리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올해 전국에서 지정이 취소된 사회적기업은 6군데.

광주광역시에서도 직원 급여의 일부를 되돌려받은 사회적 기업이 '지정 취소' 제재를 받았습니다.

강원도 철원에선 직원에게 부당 근로를 시켰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안치용/한국CSR연구소장 : "속도전에서 결국 관리 문제가 빚어졌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만들어서 숫자를 채우고 다음에 내용을 갖추도록 밀어붙인 사회적 경제 육성 정책이 근본적인 문제이긴 하죠."]

현재 전국에 있는 예비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은 4,000개가 넘습니다.

혜택이 많은 반면 바깥의 견제와 감시는 느슨합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최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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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9-17 22: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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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돈 벌이는 잘 안 되는 그런 일이 있습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돌봐주거나 친환경 먹거리를 싸게 파는 일이 대표적이죠.

이런 일 하라고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졌고, 이후에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이 많이 생겼습니다.

3년 예비단계 거쳐 정식 법인이 되면 혜택이 많아서 설비투자예산과 인건비를 지원받고, 세금도 덜 내도 됩니다.

현재 전국의 협동조합은 만 8천 개 가 넘고, 예비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도 4천 개가 넘게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그림자도 짙어져서 감시와 관리, 감독이 느슨해지자 부실과 비리도 늘고 있습니다.

공적 지원금을 가로챈다는 비리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세운 춘천의 한 예비사회적기업을, 조휴연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 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카페를 차렸습니다.

장애인 직원은 한 달 100만 원의 월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손에 쥔 돈은 60만 원.

40만 원은 회사에 되돌려줬습니다.

조합이 후원금 명목으로 사실상 강제로 걷은 돈입니다.

내기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 전 직원/음성변조 : "매번 협박을 당했어요. 너 잘리면 갈 데 없다 이런 식으로. 니가 불만이 있으면 니가 나가라."]

조합 대표는 다른 애기를 합니다.

경영이 어려워 고통 분담을 했을 뿐 강제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대표/음성변조 : "뭐든지 자기의 판단이잖아요. 기부금을 내고 안 내고는. 이 분이 온전히 (월급) 받는 직장으로 가서 나의 행복한 삶을 이어가겠소'하면, 가셔야 되는 거예요."]

회계 공시도 엉터리였습니다.

같은 해, 같은 항목의 결산 금액이 20% 이상 차이가 납니다.

2018년 손실액은 서류를 작성한 연도에 따라 수백만 원씩 달라졌습니다.

조합 대표가 회계 수치를 조작한 겁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대표/음성변조 : "재무제표상으로 좋게 만들어왔어요. 왜? 그렇게 좋게 만들어야 사회적기업 갈 때 점수가 나오거든요."]

인건비를 지원한 춘천시,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고용노동부와 그 산하기관 가운데 어디 한 군데도 월급 횡령과 회계 비리를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이영애/춘천시 사회적경제과장 : "기업에서 개인 급여 계좌로 전체 입금이 되고, 그 이후에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에서는, 사실상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만 비리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올해 전국에서 지정이 취소된 사회적기업은 6군데.

광주광역시에서도 직원 급여의 일부를 되돌려받은 사회적 기업이 '지정 취소' 제재를 받았습니다.

강원도 철원에선 직원에게 부당 근로를 시켰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안치용/한국CSR연구소장 : "속도전에서 결국 관리 문제가 빚어졌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만들어서 숫자를 채우고 다음에 내용을 갖추도록 밀어붙인 사회적 경제 육성 정책이 근본적인 문제이긴 하죠."]

현재 전국에 있는 예비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은 4,000개가 넘습니다.

혜택이 많은 반면 바깥의 견제와 감시는 느슨합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최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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