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억 원 쏟아붓고도 방치한 ‘국민 정신건강’

입력 2020.09.21 (06:53) 수정 2020.09.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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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전 국민 건강검진에 몇년 전부터 '정신 검진'도 포함된 사실 알고 계십니까?

6년간 130여억 원을 들여 우울증이 의심되는 90만여 명을 확인했는데, 정밀 검사와 진단을 위한 유선 안내나 개별 상담 등 필요한 후속조치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류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건보공단은 2015년부터 전 국민 대상 '일반 건강검진'에 '정신건강검진'을 포함시켰습니다.

만 20살부터 70살까지, 10년 간격으로 검진을 받게 됩니다.

9개 질문에 본인이 0점부터 3점까지 응답하는데 점수에 따라 '우울증 의심' 대상이 선별됩니다.

지난 6년간 여기에 쓰인 예산은 약 133억 원, 검진을 받은 476만 명 중 19.5%인 93만여 명이 '우울증 의심' 결과를 보였습니다.

자가 문답 결과인 만큼, 이들에 대한 전문가의 재검진과 치료 여부 판단이 필요한데도, 전화통화 등 명시적인 '우울증 의심' 통보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운동을 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힌 A4 용지 한 바닥 짜리 안내문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우울증인지를 몰랐던 분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심할수록 종이로 안내만 해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이분들한테 (재검진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합니다)."]

전 국민 '정신 검진' 도입 당시 복지부는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해 예방과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했는데, 그 취지가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신체 검진 결과 이상 수치가 나오면, 유선 상담을 통해 재검진을 독려하거나 절차를 안내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과도 대비됩니다.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 : "그렇게 큰돈을 들이면서도, 우울증 의심자에 대한 사후관리가 전무한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업입니다. 국민의 정신 건강을 제대로 챙길 수 있는 구성으로 전면 혁신돼야 합니다."]

건보공단은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며, 곧 복지부 차원의 개선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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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0억 원 쏟아붓고도 방치한 ‘국민 정신건강’
    • 입력 2020-09-21 06:53:19
    • 수정2020-09-21 08:29:16
    뉴스광장 1부
[앵커]

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전 국민 건강검진에 몇년 전부터 '정신 검진'도 포함된 사실 알고 계십니까?

6년간 130여억 원을 들여 우울증이 의심되는 90만여 명을 확인했는데, 정밀 검사와 진단을 위한 유선 안내나 개별 상담 등 필요한 후속조치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류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건보공단은 2015년부터 전 국민 대상 '일반 건강검진'에 '정신건강검진'을 포함시켰습니다.

만 20살부터 70살까지, 10년 간격으로 검진을 받게 됩니다.

9개 질문에 본인이 0점부터 3점까지 응답하는데 점수에 따라 '우울증 의심' 대상이 선별됩니다.

지난 6년간 여기에 쓰인 예산은 약 133억 원, 검진을 받은 476만 명 중 19.5%인 93만여 명이 '우울증 의심' 결과를 보였습니다.

자가 문답 결과인 만큼, 이들에 대한 전문가의 재검진과 치료 여부 판단이 필요한데도, 전화통화 등 명시적인 '우울증 의심' 통보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운동을 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힌 A4 용지 한 바닥 짜리 안내문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백종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우울증인지를 몰랐던 분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심할수록 종이로 안내만 해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이분들한테 (재검진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합니다)."]

전 국민 '정신 검진' 도입 당시 복지부는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해 예방과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했는데, 그 취지가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신체 검진 결과 이상 수치가 나오면, 유선 상담을 통해 재검진을 독려하거나 절차를 안내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과도 대비됩니다.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 : "그렇게 큰돈을 들이면서도, 우울증 의심자에 대한 사후관리가 전무한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업입니다. 국민의 정신 건강을 제대로 챙길 수 있는 구성으로 전면 혁신돼야 합니다."]

건보공단은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며, 곧 복지부 차원의 개선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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