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폭언에 갑질까지…‘벼랑 끝’ 내몰린 사회복지사

입력 2020.09.22 (21:37) 수정 2020.09.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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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폭력이 일상화 됐다" 대전의 한 사회복지사가 한 말입니다.

올해 대전지역 사회복지사 10명 가운데 3명이 사회복지시설 이용자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사회복지사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안전보호장치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연속 기획 보도, 오늘은 사회복지사들이 처한 현실을 정재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구청을 찾은 남성이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욕설하며 주먹을 마구 휘두릅니다.

긴급 생계지원금이 입금되지 않았다는 게 폭행 이유였습니다.

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는 건 다양한 기관에서 민원인을 상대하는 사회복지사들도 마찬가집니다.

노숙인들의 자립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 A 씨.

지난해 말 술 취한 노숙자의 난동을 막으려다 되레 심한 폭행을 당했습니다.

[A 씨/사회복지사/음성변조 : "음주 때문에 과격하게 행동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렇다 보니 뺨도 맞고 멱살도 잡히고 경찰에 신고하고 연락했는데, 계속 맞고만 있어야 된다는 게 어렵더라고요."]

또다른 사회복지사 B 씨는 시설 이용자가 휘두른 깨진 술병에 손등을 맞아 인대가 끊어졌습니다.

이렇게 사회복지사들이 잦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해자들은 취약계층이라는 이유로 벌금과 사회봉사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있습니다.

[김의곤/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 소장 :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 게 폭력이에요. 폭력이라는 게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일상적으로 겪는 게 언어폭력이고 그건 하루가 멀다고 겪는 거고."]

실제로 올해 초 대전사회복지사협회가 사회복지사 772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했는데 신체적 위험, 즉 폭력을 직접 당한 경우가 34%, 언어폭력은 절반이 넘는 56%, 성추행과 성희롱 등도 29%나 됐습니다.

또 시설 이용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해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것도 13%에 달해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정신과 진료와 약물치료까지 받는 복지사들도 있었습니다.

[이경희/대전사회복지사협회장 : "사회복지종사자를 위한 심리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고 그 안에는 법률자문, 심리지원이 포함돼야 하고..."]

하지만 사회복지사들은 여전히 안전보호망이 작동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대전복지재단이 사회복지시설 258곳을 조사한 결과, 폭력 사건에 대한 복지시설의 대응은 구두 경고가 81%로 대부분이고, 고발 등 강력한 법적조치는 단 0.8%에 불과했습니다.

또 사회복지사를 위한 '고충처리기구'를 설치한 곳은 10곳 중 2곳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복지시설로부터 다른 불합리한 강요까지 받았습니다.

폭력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10명 중 2명은 복지기관으로부터 종교행위를 강요당하고, 3명은 강제로 후원금 납부까지 요구받았습니다.

폭력과 폭언의 일상화 속에 참고 견디며 일해야 하는 사회복지사들.

감춰져 있는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관심이 필요해보입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유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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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행·폭언에 갑질까지…‘벼랑 끝’ 내몰린 사회복지사
    • 입력 2020-09-22 21:37:58
    • 수정2020-09-22 21:50:26
    뉴스9(대전)
[앵커]

"폭력이 일상화 됐다" 대전의 한 사회복지사가 한 말입니다.

올해 대전지역 사회복지사 10명 가운데 3명이 사회복지시설 이용자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사회복지사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안전보호장치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연속 기획 보도, 오늘은 사회복지사들이 처한 현실을 정재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구청을 찾은 남성이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욕설하며 주먹을 마구 휘두릅니다.

긴급 생계지원금이 입금되지 않았다는 게 폭행 이유였습니다.

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는 건 다양한 기관에서 민원인을 상대하는 사회복지사들도 마찬가집니다.

노숙인들의 자립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 A 씨.

지난해 말 술 취한 노숙자의 난동을 막으려다 되레 심한 폭행을 당했습니다.

[A 씨/사회복지사/음성변조 : "음주 때문에 과격하게 행동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렇다 보니 뺨도 맞고 멱살도 잡히고 경찰에 신고하고 연락했는데, 계속 맞고만 있어야 된다는 게 어렵더라고요."]

또다른 사회복지사 B 씨는 시설 이용자가 휘두른 깨진 술병에 손등을 맞아 인대가 끊어졌습니다.

이렇게 사회복지사들이 잦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해자들은 취약계층이라는 이유로 벌금과 사회봉사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있습니다.

[김의곤/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 소장 :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 게 폭력이에요. 폭력이라는 게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일상적으로 겪는 게 언어폭력이고 그건 하루가 멀다고 겪는 거고."]

실제로 올해 초 대전사회복지사협회가 사회복지사 772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했는데 신체적 위험, 즉 폭력을 직접 당한 경우가 34%, 언어폭력은 절반이 넘는 56%, 성추행과 성희롱 등도 29%나 됐습니다.

또 시설 이용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해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것도 13%에 달해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정신과 진료와 약물치료까지 받는 복지사들도 있었습니다.

[이경희/대전사회복지사협회장 : "사회복지종사자를 위한 심리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고 그 안에는 법률자문, 심리지원이 포함돼야 하고..."]

하지만 사회복지사들은 여전히 안전보호망이 작동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대전복지재단이 사회복지시설 258곳을 조사한 결과, 폭력 사건에 대한 복지시설의 대응은 구두 경고가 81%로 대부분이고, 고발 등 강력한 법적조치는 단 0.8%에 불과했습니다.

또 사회복지사를 위한 '고충처리기구'를 설치한 곳은 10곳 중 2곳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복지시설로부터 다른 불합리한 강요까지 받았습니다.

폭력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10명 중 2명은 복지기관으로부터 종교행위를 강요당하고, 3명은 강제로 후원금 납부까지 요구받았습니다.

폭력과 폭언의 일상화 속에 참고 견디며 일해야 하는 사회복지사들.

감춰져 있는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관심이 필요해보입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유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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