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 내 이름 잘 쓴다”…지리산 할머니들 감동의 시

입력 2020.10.01 (21:29) 수정 2020.10.0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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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든이 넘어 한글을 익히신 지리산 할머니들이 삶의 희로애락을 시구절에 담아 전하고 있습니다.

이름 석자를 쓰지 못해 평생 겪었던 설움을 이제는 학구열로 달래고 있는데요, 윤현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농협에 가도 우체국에 가도 내 이름을 못써 얼굴에 불이 난다는 시를 쓴 88살 임분순 할머니,

글을 가르쳐준 학당이 내 얼굴의 불을 끈 119소방서라고 표현한 작품은 경남 성인문해교실 시화전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습니다.

아흔이 다 되도록 이름 석자를 쓰지 못해 겪었던 설움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임분순 할머니 : "나는 왜 이리 내 이름이 알고 싶고, 그 마음이 들더라고, 그래서 생초면에서 어디든지 글만 가르쳐 주는 데가 있으면 걸어서 못 가면 택시라도 타고 가서.."]

코로나19를 주제로 시를 써서 수상한 85살 박옥영 할머니, 손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남편은 요양원에 있어 못 보는 상황이 15살 때 겪은 전쟁 만큼 힘들다는 심정을 진솔히 표현했습니다.

[박옥영 할머니 : "(코로나 때문에)시골의 부모집에도 못 오고 그러니까 만나고 싶은 사람도 못 만나고 .. 그래서 (시를) 쓴거지."]

찾아가는 한글교실을 통해 생전 처음 글을 배운 경남 산청 지리산 산골마을 할머니들은 요즘은 일기 쓰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큰딸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보고싶다고.) 보고싶다고 갑작스럽게 왔더라고."]

할머니들의 마지막 도전은 초등학교 검정고시!

두 번 떨어졌지만 또다시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분석 할머니 : " 나 자신만 하면 되니까 가는 거야. 건강만 따라준다면 끝까지 해보는 데까지 해볼게요."]

산청군은 해마다 250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교실과 검정고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잠시 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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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자 내 이름 잘 쓴다”…지리산 할머니들 감동의 시
    • 입력 2020-10-01 21:29:32
    • 수정2020-10-01 21: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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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든이 넘어 한글을 익히신 지리산 할머니들이 삶의 희로애락을 시구절에 담아 전하고 있습니다.

이름 석자를 쓰지 못해 평생 겪었던 설움을 이제는 학구열로 달래고 있는데요, 윤현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농협에 가도 우체국에 가도 내 이름을 못써 얼굴에 불이 난다는 시를 쓴 88살 임분순 할머니,

글을 가르쳐준 학당이 내 얼굴의 불을 끈 119소방서라고 표현한 작품은 경남 성인문해교실 시화전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습니다.

아흔이 다 되도록 이름 석자를 쓰지 못해 겪었던 설움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임분순 할머니 : "나는 왜 이리 내 이름이 알고 싶고, 그 마음이 들더라고, 그래서 생초면에서 어디든지 글만 가르쳐 주는 데가 있으면 걸어서 못 가면 택시라도 타고 가서.."]

코로나19를 주제로 시를 써서 수상한 85살 박옥영 할머니, 손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남편은 요양원에 있어 못 보는 상황이 15살 때 겪은 전쟁 만큼 힘들다는 심정을 진솔히 표현했습니다.

[박옥영 할머니 : "(코로나 때문에)시골의 부모집에도 못 오고 그러니까 만나고 싶은 사람도 못 만나고 .. 그래서 (시를) 쓴거지."]

찾아가는 한글교실을 통해 생전 처음 글을 배운 경남 산청 지리산 산골마을 할머니들은 요즘은 일기 쓰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큰딸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보고싶다고.) 보고싶다고 갑작스럽게 왔더라고."]

할머니들의 마지막 도전은 초등학교 검정고시!

두 번 떨어졌지만 또다시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분석 할머니 : " 나 자신만 하면 되니까 가는 거야. 건강만 따라준다면 끝까지 해보는 데까지 해볼게요."]

산청군은 해마다 250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교실과 검정고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잠시 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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