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 내 이름 잘 쓴다”…지리산 할머니들 감동의 시

입력 2020.10.02 (07:34) 수정 2020.10.0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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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든이 넘은 나이에 한글을 배운 경남 산청 지리산 할머니들이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시를 내놔서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름 석자를 쓰지 못해 농협과 우체국에서 애를 먹었다는 할머니들은 검정고시에도 합격해 늦깎이의 열정을 뽐내고 있습니다.

윤현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농협에 가도 우체국에 가도 내 이름을 못 써 얼굴에 불이 난다는 시를 쓴 88살 임분순 할머니.

글을 가르쳐준 학당이 내 얼굴의 불을 끈 119소방서라고 표현한 작품은 경남 성인문해교실 시화전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습니다.

아흔이 다 되도록 이름 석자를 쓰지 못해 겪었던 설움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임분순 할머니 : "나는 왜 이리 내 이름이 알고 싶고, 그 마음이 들더라고, 그래서 생초면에서 어디든지 글만 가르쳐 주는 데가 있으면 걸어서 못 가면 택시라도 타고 가서..."]

코로나19를 주제로 시를 써서 수상한 85살 박옥영 할머니.

손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남편은 요양원에 있어 못 보는 상황이 15살 때 겪은 전쟁 만큼 힘들다는 심정을 진솔히 표현했습니다.

[박옥영 할머니 : "(코로나 때문에)시골의 부모집에도 못 오고 그러니까 만나고 싶은 사람도 못 만나고... 그래서 (시를) 쓴거지."]

찾아가는 한글교실을 통해 생전 처음 글을 배운 경남 산청 지리산 산골마을 할머니들은 요즘은 일기 쓰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큰딸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보고싶다고.) 보고싶다고 갑작스럽게 왔더라고."]

할머니들의 마지막 도전은 초등학교 검정고시.

두 번 떨어졌지만 또다시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분석 할머니 : "나 자신만 하면 되니까 가는 거야. 건강만 따라준다면 끝까지 해보는 데까지 해볼게요."]

산청군은 해마다 250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교실과 검정고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잠시 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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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자 내 이름 잘 쓴다”…지리산 할머니들 감동의 시
    • 입력 2020-10-02 07:34:56
    • 수정2020-10-02 08: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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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든이 넘은 나이에 한글을 배운 경남 산청 지리산 할머니들이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시를 내놔서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름 석자를 쓰지 못해 농협과 우체국에서 애를 먹었다는 할머니들은 검정고시에도 합격해 늦깎이의 열정을 뽐내고 있습니다.

윤현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농협에 가도 우체국에 가도 내 이름을 못 써 얼굴에 불이 난다는 시를 쓴 88살 임분순 할머니.

글을 가르쳐준 학당이 내 얼굴의 불을 끈 119소방서라고 표현한 작품은 경남 성인문해교실 시화전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습니다.

아흔이 다 되도록 이름 석자를 쓰지 못해 겪었던 설움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임분순 할머니 : "나는 왜 이리 내 이름이 알고 싶고, 그 마음이 들더라고, 그래서 생초면에서 어디든지 글만 가르쳐 주는 데가 있으면 걸어서 못 가면 택시라도 타고 가서..."]

코로나19를 주제로 시를 써서 수상한 85살 박옥영 할머니.

손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남편은 요양원에 있어 못 보는 상황이 15살 때 겪은 전쟁 만큼 힘들다는 심정을 진솔히 표현했습니다.

[박옥영 할머니 : "(코로나 때문에)시골의 부모집에도 못 오고 그러니까 만나고 싶은 사람도 못 만나고... 그래서 (시를) 쓴거지."]

찾아가는 한글교실을 통해 생전 처음 글을 배운 경남 산청 지리산 산골마을 할머니들은 요즘은 일기 쓰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큰딸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보고싶다고.) 보고싶다고 갑작스럽게 왔더라고."]

할머니들의 마지막 도전은 초등학교 검정고시.

두 번 떨어졌지만 또다시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분석 할머니 : "나 자신만 하면 되니까 가는 거야. 건강만 따라준다면 끝까지 해보는 데까지 해볼게요."]

산청군은 해마다 250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교실과 검정고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잠시 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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