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회장님’ 위에 ‘누님’?…한화솔루션이 총수 누나 회사 지원한 까닭은?

입력 2020.11.10 (17:56) 수정 2020.11.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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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기업집단이라고 하죠.

재벌들이 가족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다 제재를 받는 사례를 종종 보는데요.

최근에는 한화그룹 주력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이 총수 누나 회사에 일감을 줘 공정위에 적발됐습니다.

자세한 내용 석민수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한화솔루션은 화학 회사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일감을 몰아준건가요?

[기자]

네, '통행세 거래'라고 부르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정상적인 거래에 어떤 업체를 끼워 넣어서 아무런 역할 없이 중간에 수익을 남겨주는 겁니다.

한화솔루션이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을 판매할 때 기존 운송업체들이 한익스프레스 관리를 받도록 했는데요.

한익스프레스는 김승연 회장의 누나와 조카가 대주주로 있는 회삽니다.

이전부터 한화솔루션 공장에서 항구로 수출 컨테이너를 옮기는 일은 한익스프레스가 독점해왔고요.

공정위는 부당한 거래로 공정거래법을 어겼다며 230여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한화솔루션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앵커]

처벌이 무거운데, 왜 이런 거래를 한 걸까요?

[기자]

이런 일감 몰아주기 보통은 승계 때문에 많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의 누나는 한화 지분이나 경영권과 상관이 없는데요.

그런데도 이런 거래를 한 까닭 이 회사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979년에 한화가 계열사로 설립했는데, 10년 뒤에 다른 회사로 팔려가면서 계열분리가 됐습니다.

팔린 다음에도 한화솔루션의 운송은 이 회사가 일부 맡았는데요.

그런데 2008년 검찰이 한화그룹 관련 수사를 하다가 알고 보니 김승연 회장이 이 회사를 차명으로 갖고 있던걸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한화그룹이 결국 이 회사를 김승연 회장의 누나와 그 아들에 매각하게 되는데요.

이후에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건데,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이 이런 식으로 지원한 것이 178억 원에 이른다고 봤습니다.

[앵커]

178억 원이면 상당히 많아 보이는데, 이런 거래로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우선 한화솔루션이 정상가보다 비싸게 운송비를 내면서 회사가 손해를 봤습니다.

더 큰 문제는 물류업계 쪽인데요.

한익스프레스가 막대한 물량을 가져가면서 다른 물류 업체들이 사업기회를 잃었습니다.

지원금액 178억 원은 같은 기간 한익스프레스 순이익의 30%를 넘는 규모입니다.

한익스프레스는 쉽게 물량을 따내면서 단기간에 점유율을 높였고, 경쟁사와의 수주경쟁에서 낮은 금액을 써낼 수도 있었습니다.

한화솔루션 내부에서도 운송료가 비싸다. 이런 인식이 있었는데요.

공정위가 조사 때 확보한 자료를 보면 한화솔루션 실무진들이 물류비용이 너무 높고, 서비스가 좋지 않다며 업체를 바꾸려고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입찰까지 했는데 다른 업체에서는 기존 가격보다 상당히 낮게 제시를 했고요,

이후에 사장한테 보고까지 했는데 없던 일이 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한화 측에서는 "부당한 거래가 아니다" 이렇게 반발한다면서요?

[기자]

네, 한화는 정상적인 가격에 계약했다, 효율과 안전을 고려한 경영판단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은 각각 산성과 알칼리성이 매우 강해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거든요.

이 때문에 한익스프레스에 차량 관제와 안전관리를 맡겼다는 건데, 공정위는 차량 관제에 필요한 GPS조차 협력 운송업체에서 직접 달았다. 한익스프레스의 역할은 없었다. 이렇게 결론 냈습니다.

제재 근거인 정상가 산정이 잘못됐다. 이런 주장도 했는데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화 측은 또 공정위가 이미 계열에서 분리된 회사를 '범총수일가'로 표현하며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렇게 반발하기도 했는데요.

공정위 결정은 1심 판결과 같아서 이런 강한 반응이 이례적이긴 합니다.

[앵커]

이례적 반발, 이유가 있는 걸까요?

[기자]

네, 우선 앞으로의 행정소송에 대비하는 포석이라는 시각이 있고요.

김승연 회장이 내년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복귀할 수 있는데 이를 의식한 거란 해석도 나옵니다.

김 회장은 지난 2019년 배임 등에 대한 집행유예가 끝났는데요.

관련법에 따라 내년 2월에는 한화솔루션, ㈜한화 등에 대표이사로 취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승연 회장 올해 초 신년사에서 매출 이익과 같은 숫자만 추구할 게 아니라 회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과연 이 거래가 공정하고 투명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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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0 17:56:45
    • 수정2020-11-10 18: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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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기업집단이라고 하죠.

재벌들이 가족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다 제재를 받는 사례를 종종 보는데요.

최근에는 한화그룹 주력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이 총수 누나 회사에 일감을 줘 공정위에 적발됐습니다.

자세한 내용 석민수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한화솔루션은 화학 회사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일감을 몰아준건가요?

[기자]

네, '통행세 거래'라고 부르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정상적인 거래에 어떤 업체를 끼워 넣어서 아무런 역할 없이 중간에 수익을 남겨주는 겁니다.

한화솔루션이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을 판매할 때 기존 운송업체들이 한익스프레스 관리를 받도록 했는데요.

한익스프레스는 김승연 회장의 누나와 조카가 대주주로 있는 회삽니다.

이전부터 한화솔루션 공장에서 항구로 수출 컨테이너를 옮기는 일은 한익스프레스가 독점해왔고요.

공정위는 부당한 거래로 공정거래법을 어겼다며 230여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한화솔루션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앵커]

처벌이 무거운데, 왜 이런 거래를 한 걸까요?

[기자]

이런 일감 몰아주기 보통은 승계 때문에 많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의 누나는 한화 지분이나 경영권과 상관이 없는데요.

그런데도 이런 거래를 한 까닭 이 회사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979년에 한화가 계열사로 설립했는데, 10년 뒤에 다른 회사로 팔려가면서 계열분리가 됐습니다.

팔린 다음에도 한화솔루션의 운송은 이 회사가 일부 맡았는데요.

그런데 2008년 검찰이 한화그룹 관련 수사를 하다가 알고 보니 김승연 회장이 이 회사를 차명으로 갖고 있던걸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한화그룹이 결국 이 회사를 김승연 회장의 누나와 그 아들에 매각하게 되는데요.

이후에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건데,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이 이런 식으로 지원한 것이 178억 원에 이른다고 봤습니다.

[앵커]

178억 원이면 상당히 많아 보이는데, 이런 거래로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우선 한화솔루션이 정상가보다 비싸게 운송비를 내면서 회사가 손해를 봤습니다.

더 큰 문제는 물류업계 쪽인데요.

한익스프레스가 막대한 물량을 가져가면서 다른 물류 업체들이 사업기회를 잃었습니다.

지원금액 178억 원은 같은 기간 한익스프레스 순이익의 30%를 넘는 규모입니다.

한익스프레스는 쉽게 물량을 따내면서 단기간에 점유율을 높였고, 경쟁사와의 수주경쟁에서 낮은 금액을 써낼 수도 있었습니다.

한화솔루션 내부에서도 운송료가 비싸다. 이런 인식이 있었는데요.

공정위가 조사 때 확보한 자료를 보면 한화솔루션 실무진들이 물류비용이 너무 높고, 서비스가 좋지 않다며 업체를 바꾸려고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입찰까지 했는데 다른 업체에서는 기존 가격보다 상당히 낮게 제시를 했고요,

이후에 사장한테 보고까지 했는데 없던 일이 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한화 측에서는 "부당한 거래가 아니다" 이렇게 반발한다면서요?

[기자]

네, 한화는 정상적인 가격에 계약했다, 효율과 안전을 고려한 경영판단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은 각각 산성과 알칼리성이 매우 강해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거든요.

이 때문에 한익스프레스에 차량 관제와 안전관리를 맡겼다는 건데, 공정위는 차량 관제에 필요한 GPS조차 협력 운송업체에서 직접 달았다. 한익스프레스의 역할은 없었다. 이렇게 결론 냈습니다.

제재 근거인 정상가 산정이 잘못됐다. 이런 주장도 했는데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화 측은 또 공정위가 이미 계열에서 분리된 회사를 '범총수일가'로 표현하며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렇게 반발하기도 했는데요.

공정위 결정은 1심 판결과 같아서 이런 강한 반응이 이례적이긴 합니다.

[앵커]

이례적 반발, 이유가 있는 걸까요?

[기자]

네, 우선 앞으로의 행정소송에 대비하는 포석이라는 시각이 있고요.

김승연 회장이 내년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복귀할 수 있는데 이를 의식한 거란 해석도 나옵니다.

김 회장은 지난 2019년 배임 등에 대한 집행유예가 끝났는데요.

관련법에 따라 내년 2월에는 한화솔루션, ㈜한화 등에 대표이사로 취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승연 회장 올해 초 신년사에서 매출 이익과 같은 숫자만 추구할 게 아니라 회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과연 이 거래가 공정하고 투명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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