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 노동자부터 특수고용직까지…“우리가 코로나 시대 전태일”

입력 2020.11.14 (07:35) 수정 2020.11.1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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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던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있은 지 50년이나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그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여전히 노동의 대가를 존중받지 못 하고 있는 2020년의 전태일들을, 김세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허리조차 펴기 힘든 좁고 어두운 다락방 봉제 노동자였던 전태일 열사.

그가 일했던 곳에서 1km 남짓 떨어진 곳에는 지금도 봉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바뀐 건 예전보다 밝아진 작업장 불빛.

하지만 급여는 옷 한 벌당 5~6천 원인 공임이 전부여서 여전히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용희/봉제 노동자 : "아침에 일찍 나와서 저녁 11시까지 하는데도 수익은. 40년 전 공임 그대로라고 보시면 돼요. 퇴직금 제도나 이런 게 전혀 없기 때문에 나이가 내일모레 70살인데도 일을 하시고…."]

코로나19 시대 우리의 생활을 지탱해주는 필수 업종인 배달 라이더들.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해야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는 현실에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A 씨/라이더/음성변조 : "(휴일은) 일 년에 한 3번? 4번? 누룽지 맛 사탕, 업장 가면 있는 거로 공복을 달래는 편이고 저녁은 못 먹어요. 독하신 분들은 그냥 10시간, 12시간 내내 식사도 안 하고…."]

시간이 돈인 처지에 쫓기며 배달하다 보면 늘 사고 위험에 노출됩니다.

일방통행인데 역주행하는 오토바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업주는 산재 제외 신청서를 강요합니다.

[A 씨/라이더/음성변조 : "오토바이 박살 난 거 자기 돈으로 고치고, 내 몸 알아서 내가 병원비 내고, 마이너스가 이중 삼중으로…."]

'K-방역'이라는 성과 뒤에는 방역복을 입고 병동을 치우는 청소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노동 강도는 훨씬 세졌지만 인력 충원도 위험수당도 없습니다.

[B 씨/코로나19 병동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땀이, 입으면서 밑으로 뚝뚝 떨어져. 나는 땀 그렇게 흘려본 적이 처음이야."]

[C 씨/코로나19 병동 청소 노동자 : "최저임금만 받고 하는 거예요. 남들이 하기 싫어하고 열악한 조건에서 하고 그러면 당연히 보수도 따라가 줘야 하는데…."]

전태일 열사가 떠난 지 반세기.

하지만 우리 곁에는 아직도 제2, 제3의 전태일들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 조은경/영상편집:양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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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제 노동자부터 특수고용직까지…“우리가 코로나 시대 전태일”
    • 입력 2020-11-14 07:35:13
    • 수정2020-11-14 07: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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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던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있은 지 50년이나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그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여전히 노동의 대가를 존중받지 못 하고 있는 2020년의 전태일들을, 김세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허리조차 펴기 힘든 좁고 어두운 다락방 봉제 노동자였던 전태일 열사.

그가 일했던 곳에서 1km 남짓 떨어진 곳에는 지금도 봉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바뀐 건 예전보다 밝아진 작업장 불빛.

하지만 급여는 옷 한 벌당 5~6천 원인 공임이 전부여서 여전히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용희/봉제 노동자 : "아침에 일찍 나와서 저녁 11시까지 하는데도 수익은. 40년 전 공임 그대로라고 보시면 돼요. 퇴직금 제도나 이런 게 전혀 없기 때문에 나이가 내일모레 70살인데도 일을 하시고…."]

코로나19 시대 우리의 생활을 지탱해주는 필수 업종인 배달 라이더들.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해야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는 현실에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A 씨/라이더/음성변조 : "(휴일은) 일 년에 한 3번? 4번? 누룽지 맛 사탕, 업장 가면 있는 거로 공복을 달래는 편이고 저녁은 못 먹어요. 독하신 분들은 그냥 10시간, 12시간 내내 식사도 안 하고…."]

시간이 돈인 처지에 쫓기며 배달하다 보면 늘 사고 위험에 노출됩니다.

일방통행인데 역주행하는 오토바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업주는 산재 제외 신청서를 강요합니다.

[A 씨/라이더/음성변조 : "오토바이 박살 난 거 자기 돈으로 고치고, 내 몸 알아서 내가 병원비 내고, 마이너스가 이중 삼중으로…."]

'K-방역'이라는 성과 뒤에는 방역복을 입고 병동을 치우는 청소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노동 강도는 훨씬 세졌지만 인력 충원도 위험수당도 없습니다.

[B 씨/코로나19 병동 청소 노동자/음성변조 : "땀이, 입으면서 밑으로 뚝뚝 떨어져. 나는 땀 그렇게 흘려본 적이 처음이야."]

[C 씨/코로나19 병동 청소 노동자 : "최저임금만 받고 하는 거예요. 남들이 하기 싫어하고 열악한 조건에서 하고 그러면 당연히 보수도 따라가 줘야 하는데…."]

전태일 열사가 떠난 지 반세기.

하지만 우리 곁에는 아직도 제2, 제3의 전태일들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 조은경/영상편집:양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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