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눈Noon]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취재 뒷얘기

입력 2020.11.18 (12:40) 수정 2020.11.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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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리 씨 '비혼 출산' 소식 듣고 '사회 이슈'로 취재 시작
■ "거짓말하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다"…취재 응한 이유
■ 국내법 '정자 기증'은 가능…실제 병원은 찾기 어려워
■ 대다수 병원들, "배우자 있어야""윤리 지침상 안 돼"
■ "아빠는 누구냐 질문에 마음 무거워"…보도 후 응원 잇따라
■ "남자와 결혼을 해야만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건 구시대적 관념"

[앵커]
기자 눈입니다.
방송인 사유리 씨가 아이를 낳았는데, 결혼을 하지 않고 정자 기증을 받아 출산했다는 소식, KBS 뉴스에서 처음 전해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당당한 고백에 응원이 이어지는 한편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되는 건 아닌가, 아직은 어색하다는 목소리도 들리는데요. 비혼 출산, 다양한 가족 형태 등과 관련해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 내용 취재한 신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직접 신 기자가 사유리 씨를 인터뷰했었죠.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사실 출산 사실을 고백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A.
사유리 씨는 KBS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알려졌고 최근까지도 많은 KBS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유리 씨와 친분이 있는 KBS 관계자를 통해 얼마 전에 일본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저희가 전해 들었습니다.

Q.
그랬군요. 보통 사유리 씨 같은 방송인이 출산했다는 소식은 대부분 연예 기사로 다뤄지기 마련인데 사회부에서 이야기했다는 게 참 신기하다,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A.
네 맞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도 사유리 씨의 출산을 저희 사회부에서 다루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 이렇게 정자 기증을 통해서 출산을 했다는 건 단순히 연예 뉴스로만 다루는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해서 우리 한번 사유리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라고 했습니다.

Q.
결정이 어쨌든 여러 가지 사회적인 활발한 논의를 지금 불러일으키고 있는 건데, 단순한 출산 소식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고민을 하셨던 거죠. 사유리 씨가 인터뷰를 했을 때도 궁금합니다. 흔쾌히 응하던가요?

A.
사실 예상은 많이들 하셨겠지만 쉽지 않은 고백이 분명한 만큼 사유로 씨가 직접 인터뷰에 응해줄까라고 걱정이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통화를 해보니까 오히려 사유리 씨 측에서 좀 더 이런 인터뷰나 기사 보도에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에서도 나왔었지만 아들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다라는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인터뷰 당시에 임신 중독증으로 몸도 많이 안 좋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을 했는데 사유리 씨가 굉장히 솔직하게 많은 얘기를 해주셔서 저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Q.
산소 호흡기까지 찰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던 건가요?

A.
몸도 많이 많이 붓고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설명을 하셨었어요.

Q.
지금은 괜찮다고 합니까?

A.
지금은 산후조리원에서 몸 조리를 잘하고 있어서 굉장히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Q.
그럼 본격적으로 사유리 씨의 임신부터 출산 과정을 이야기해볼까 해요.
엄마가 된 과정이 참 한국에서는 좀 생소합니다. 저도 아이가 있지만 남편과 먼저 결혼을 하고 그다음에 아기를 낳기 마련이잖아요.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서 출산을 했다. 왜 이런 결심을 했는지 너무 궁금한데요.

A.
사실 이건 제가 설명을 하기보다는 사유리 씨의 본인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INT] 사유리
(검사를 했는데) 난소 기능이 마흔여덟이다. 자연 임신도 어렵고 지금 당장 시험관을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 그때 진짜 눈앞이 무너지는 것 같이 느꼈어요. 죽고 싶다고 느꼈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서 결혼하는 건 저는 어려웠어요.

Q.
참 현실적인 고민이 담겨 있네요. 난소가 노화돼있다, 그리고 자연 임신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정을 받고서, 진단을 받고서 이런 결심을 했다는 건데. 우리나라에도 사실 제 주변에, 3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30~40대 여성들이 많은 고민을 하는 지점이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정자 기증까지 받게 되는 건 드문 일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정자 기증을 받는 게 가능합니까?

A.
사실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 그러니까 미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는 것을 금지하거나 이런 것은 없습니다. 사실상 법으로 규제를 하고 있지는 않은 건데요. 몇 년 전에 생명윤리법이 개정되면서 시술 대상자에게 만약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동의를 받되, 배우자가 없다면 시술 대상자가 본인 동의만으로도 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그러니까 미혼 여성의 경우에도 본인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한 겁니다.

Q.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그러니까 본인이 뭔가 노력을 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는 거네요. 그런데 사유리 씨가 사실 일본 국적이긴 하잖아요. 활동은 한국에서 했는데 왜 일본까지 가서 어떻게 보면 부모님께 돌아간 것인지, 정자 기증을 왜 일본에서 했는지도 궁금하거든요.

A.
사유리 씨가 가장 많이 말씀하셨던 것 중 하나는 내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한국에서 자기는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기르고 싶다,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그럼에도 이렇게 사유리 씨가 굳이 일본으로 가서 이 시술을 받으신 것은 한국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게 정자 기증을 해주는 병원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Q.
의료 기관이 없는 건가요?

A.
제가 취재를 위해서 정자를 기증받아 보관하고 있는 소위 정자 은행을 운영하는 병원들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사유리 씨처럼 물어봤던 거죠. '저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인데 혹시 정자를 기증받을 수 있냐' 하니까 대부분 그런 병원들에서 '안 된다. 배우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병원 내부 윤리위원회의 지침상 안 된다는 답변들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관련 학회 윤리 지침도 부부에게만 시술을 하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미혼 여성의 시술을 막는 법도 없고, 이 같은 지침도 꼭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 사이에서는 사정이 다른 겁니다.

Q.
조금 깊게 생각을 해보면 사실 윤리적인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건 남녀 사이에 숭고한 결합을 통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정말 소중하게 존중받아야 된다, 그만큼 소홀하게 대하면 안 된다는 뜻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윤리적으로,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어쨌든 법으로는 금지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하는 것, 혹은 망설이는 건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인식 때문이 아닐까요?

A.
아무래도 저도 그렇게 비슷하게 생각을 했는데요. 여기에는 미혼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금기시하는 우리 한국 사회 문화가 크게 작용한다고 보였습니다. 병원에서는 미혼 여성의 임신을 도왔다가 법적 지침도 크게 지켜야 할 필요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도왔다가 나중에 어떤 문제에 휘말릴 수 있을지 모르니까 무조건 안 된다고 하고 있는 거죠.

Q.
법적이나 사회적인 수준보다 더 앞서 나가기는 어렵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일본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처럼 전통적인 가족관을 갖고 있다고 많이 생각을 하시는데, 일본 사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A.
제가 일본까지는 여쭤볼 통로가 많이 없었지만 이 보도가 나가고 난 이후에 몇몇 일본 여성분들에게 메일이 오기는 했었습니다. '저도 하고 싶은데 사유리 씨는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된 거냐' 그만큼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에서도 이렇게 굳이 결혼할 필요 없이, 혹은 당장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 일본 사회에도 충분히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Q.
그래서 사유리 씨의 고백이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사유리 씨가 사람들 만나면 어떤 질문 많이 받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사실 예상이 되는데.

A.
주로 사유리 씨가 본인이 한국에서 활동을 하고 지금 잠깐 일본에 들어갔다 이렇게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사유리 씨가 만삭인 사유리 씨의 모습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빠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 아빠는 어디 있어요?' 이런 질문이 늘 사유리 씨를 따라다녔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사유리 씨는 '저 싱글이다, 정자를 기증받았다' 이렇게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그냥 '아빠는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말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참 마음이 많이 무겁다고 느끼셨다고 합니다.

Q.
어쨌든 보도가 나간 다음에 사유리 씨에게 많은 응원들이 쏟아졌잖아요.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A.
주로 '당당한 고백이 보기 좋다, 응원한다' 이런 내용들을 주를 이뤘는데 거기에 더해서 이제 더 이상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댓글들도 많았습니다. 사유리 씨도 이런 반응이 본인에게 아주 큰 힘이 됐다고 하는데요. 한번 직접 들어보시죠.

[INT] 사유리
저는 처음에는 진짜 욕 많이 먹을 줄 알았어요. 엄청 친한 친구들도 욕먹을 수 있는데 신경 쓰지 말라고 저한테 미리 말해 줬는데,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주셔서 정말 그냥 눈물 날 거 같아요. 미혼모 엄마한테 연락이 왔거든요. 아기를 낳고 아이를 입양시키려고 생각했었대요. 제 소식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Q.
어쨌든 소신이 대단합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사실 최근에 낙태죄 논의를 정말 많이 했잖아요.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에 앞서서 한 사람이 혼자 나아서 잘 키울 권리에 대해서, 그런 사회적인 안전망에 대해서 고민을 해 봤다면 어쩌면 아이 낳지 않을 것에 대해서 덜 생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거기까지 가지 않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이번 취재하면서 비혼 출산을 염두에 두는 많은 여성들 이야기 들어보셨다고 하는데 어땠습니까?

A.
사실 여성분들 여러분을 많이 만나 봤는데, 그들의 주장은 대부분 자신의 선택권을 인정해달라는 거였습니다. 내가 원할 때, 남자가 없어도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데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사실 예전보다는 높아진 만큼 남자와 결혼을 해야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이런 건 구시대적인 관념 혹은 고정관념이라고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유리 씨도 똑같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우리 사회가 낙태를 인정하는 것만큼이나 아이를 낳을 권리도 인정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저출산 상황을 생각하면 미혼 여성들의 아이 낳을 권리도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다행히 저희 보도 이후에 정부가 미혼 여성에게도 난임 지원이 가능할지를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여성의 출산권, 그리고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해봅니다.

[앵커]
사유리 씨 어쨌든 한국 와서 다시 활동한다고 하죠?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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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눈Noon]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취재 뒷얘기
    • 입력 2020-11-18 12:40:08
    • 수정2020-11-23 17: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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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리 씨 '비혼 출산' 소식 듣고 '사회 이슈'로 취재 시작
■ "거짓말하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다"…취재 응한 이유
■ 국내법 '정자 기증'은 가능…실제 병원은 찾기 어려워
■ 대다수 병원들, "배우자 있어야""윤리 지침상 안 돼"
■ "아빠는 누구냐 질문에 마음 무거워"…보도 후 응원 잇따라
■ "남자와 결혼을 해야만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건 구시대적 관념"

[앵커]
기자 눈입니다.
방송인 사유리 씨가 아이를 낳았는데, 결혼을 하지 않고 정자 기증을 받아 출산했다는 소식, KBS 뉴스에서 처음 전해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당당한 고백에 응원이 이어지는 한편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되는 건 아닌가, 아직은 어색하다는 목소리도 들리는데요. 비혼 출산, 다양한 가족 형태 등과 관련해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 내용 취재한 신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직접 신 기자가 사유리 씨를 인터뷰했었죠.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사실 출산 사실을 고백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A.
사유리 씨는 KBS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알려졌고 최근까지도 많은 KBS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유리 씨와 친분이 있는 KBS 관계자를 통해 얼마 전에 일본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저희가 전해 들었습니다.

Q.
그랬군요. 보통 사유리 씨 같은 방송인이 출산했다는 소식은 대부분 연예 기사로 다뤄지기 마련인데 사회부에서 이야기했다는 게 참 신기하다,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A.
네 맞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도 사유리 씨의 출산을 저희 사회부에서 다루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 이렇게 정자 기증을 통해서 출산을 했다는 건 단순히 연예 뉴스로만 다루는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해서 우리 한번 사유리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라고 했습니다.

Q.
결정이 어쨌든 여러 가지 사회적인 활발한 논의를 지금 불러일으키고 있는 건데, 단순한 출산 소식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고민을 하셨던 거죠. 사유리 씨가 인터뷰를 했을 때도 궁금합니다. 흔쾌히 응하던가요?

A.
사실 예상은 많이들 하셨겠지만 쉽지 않은 고백이 분명한 만큼 사유로 씨가 직접 인터뷰에 응해줄까라고 걱정이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통화를 해보니까 오히려 사유리 씨 측에서 좀 더 이런 인터뷰나 기사 보도에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에서도 나왔었지만 아들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다라는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인터뷰 당시에 임신 중독증으로 몸도 많이 안 좋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을 했는데 사유리 씨가 굉장히 솔직하게 많은 얘기를 해주셔서 저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Q.
산소 호흡기까지 찰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던 건가요?

A.
몸도 많이 많이 붓고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설명을 하셨었어요.

Q.
지금은 괜찮다고 합니까?

A.
지금은 산후조리원에서 몸 조리를 잘하고 있어서 굉장히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Q.
그럼 본격적으로 사유리 씨의 임신부터 출산 과정을 이야기해볼까 해요.
엄마가 된 과정이 참 한국에서는 좀 생소합니다. 저도 아이가 있지만 남편과 먼저 결혼을 하고 그다음에 아기를 낳기 마련이잖아요.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서 출산을 했다. 왜 이런 결심을 했는지 너무 궁금한데요.

A.
사실 이건 제가 설명을 하기보다는 사유리 씨의 본인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INT] 사유리
(검사를 했는데) 난소 기능이 마흔여덟이다. 자연 임신도 어렵고 지금 당장 시험관을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 그때 진짜 눈앞이 무너지는 것 같이 느꼈어요. 죽고 싶다고 느꼈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서 결혼하는 건 저는 어려웠어요.

Q.
참 현실적인 고민이 담겨 있네요. 난소가 노화돼있다, 그리고 자연 임신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정을 받고서, 진단을 받고서 이런 결심을 했다는 건데. 우리나라에도 사실 제 주변에, 3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30~40대 여성들이 많은 고민을 하는 지점이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정자 기증까지 받게 되는 건 드문 일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정자 기증을 받는 게 가능합니까?

A.
사실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 그러니까 미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는 것을 금지하거나 이런 것은 없습니다. 사실상 법으로 규제를 하고 있지는 않은 건데요. 몇 년 전에 생명윤리법이 개정되면서 시술 대상자에게 만약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동의를 받되, 배우자가 없다면 시술 대상자가 본인 동의만으로도 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그러니까 미혼 여성의 경우에도 본인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한 겁니다.

Q.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그러니까 본인이 뭔가 노력을 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는 거네요. 그런데 사유리 씨가 사실 일본 국적이긴 하잖아요. 활동은 한국에서 했는데 왜 일본까지 가서 어떻게 보면 부모님께 돌아간 것인지, 정자 기증을 왜 일본에서 했는지도 궁금하거든요.

A.
사유리 씨가 가장 많이 말씀하셨던 것 중 하나는 내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한국에서 자기는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기르고 싶다,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그럼에도 이렇게 사유리 씨가 굳이 일본으로 가서 이 시술을 받으신 것은 한국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게 정자 기증을 해주는 병원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Q.
의료 기관이 없는 건가요?

A.
제가 취재를 위해서 정자를 기증받아 보관하고 있는 소위 정자 은행을 운영하는 병원들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사유리 씨처럼 물어봤던 거죠. '저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인데 혹시 정자를 기증받을 수 있냐' 하니까 대부분 그런 병원들에서 '안 된다. 배우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병원 내부 윤리위원회의 지침상 안 된다는 답변들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관련 학회 윤리 지침도 부부에게만 시술을 하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미혼 여성의 시술을 막는 법도 없고, 이 같은 지침도 꼭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 사이에서는 사정이 다른 겁니다.

Q.
조금 깊게 생각을 해보면 사실 윤리적인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건 남녀 사이에 숭고한 결합을 통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정말 소중하게 존중받아야 된다, 그만큼 소홀하게 대하면 안 된다는 뜻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윤리적으로,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어쨌든 법으로는 금지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하는 것, 혹은 망설이는 건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인식 때문이 아닐까요?

A.
아무래도 저도 그렇게 비슷하게 생각을 했는데요. 여기에는 미혼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금기시하는 우리 한국 사회 문화가 크게 작용한다고 보였습니다. 병원에서는 미혼 여성의 임신을 도왔다가 법적 지침도 크게 지켜야 할 필요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도왔다가 나중에 어떤 문제에 휘말릴 수 있을지 모르니까 무조건 안 된다고 하고 있는 거죠.

Q.
법적이나 사회적인 수준보다 더 앞서 나가기는 어렵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일본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처럼 전통적인 가족관을 갖고 있다고 많이 생각을 하시는데, 일본 사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A.
제가 일본까지는 여쭤볼 통로가 많이 없었지만 이 보도가 나가고 난 이후에 몇몇 일본 여성분들에게 메일이 오기는 했었습니다. '저도 하고 싶은데 사유리 씨는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된 거냐' 그만큼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에서도 이렇게 굳이 결혼할 필요 없이, 혹은 당장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 일본 사회에도 충분히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Q.
그래서 사유리 씨의 고백이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사유리 씨가 사람들 만나면 어떤 질문 많이 받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사실 예상이 되는데.

A.
주로 사유리 씨가 본인이 한국에서 활동을 하고 지금 잠깐 일본에 들어갔다 이렇게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사유리 씨가 만삭인 사유리 씨의 모습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빠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 아빠는 어디 있어요?' 이런 질문이 늘 사유리 씨를 따라다녔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사유리 씨는 '저 싱글이다, 정자를 기증받았다' 이렇게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그냥 '아빠는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말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참 마음이 많이 무겁다고 느끼셨다고 합니다.

Q.
어쨌든 보도가 나간 다음에 사유리 씨에게 많은 응원들이 쏟아졌잖아요.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A.
주로 '당당한 고백이 보기 좋다, 응원한다' 이런 내용들을 주를 이뤘는데 거기에 더해서 이제 더 이상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댓글들도 많았습니다. 사유리 씨도 이런 반응이 본인에게 아주 큰 힘이 됐다고 하는데요. 한번 직접 들어보시죠.

[INT] 사유리
저는 처음에는 진짜 욕 많이 먹을 줄 알았어요. 엄청 친한 친구들도 욕먹을 수 있는데 신경 쓰지 말라고 저한테 미리 말해 줬는데,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주셔서 정말 그냥 눈물 날 거 같아요. 미혼모 엄마한테 연락이 왔거든요. 아기를 낳고 아이를 입양시키려고 생각했었대요. 제 소식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Q.
어쨌든 소신이 대단합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사실 최근에 낙태죄 논의를 정말 많이 했잖아요.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에 앞서서 한 사람이 혼자 나아서 잘 키울 권리에 대해서, 그런 사회적인 안전망에 대해서 고민을 해 봤다면 어쩌면 아이 낳지 않을 것에 대해서 덜 생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거기까지 가지 않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이번 취재하면서 비혼 출산을 염두에 두는 많은 여성들 이야기 들어보셨다고 하는데 어땠습니까?

A.
사실 여성분들 여러분을 많이 만나 봤는데, 그들의 주장은 대부분 자신의 선택권을 인정해달라는 거였습니다. 내가 원할 때, 남자가 없어도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데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사실 예전보다는 높아진 만큼 남자와 결혼을 해야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이런 건 구시대적인 관념 혹은 고정관념이라고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유리 씨도 똑같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우리 사회가 낙태를 인정하는 것만큼이나 아이를 낳을 권리도 인정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저출산 상황을 생각하면 미혼 여성들의 아이 낳을 권리도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다행히 저희 보도 이후에 정부가 미혼 여성에게도 난임 지원이 가능할지를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여성의 출산권, 그리고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해봅니다.

[앵커]
사유리 씨 어쨌든 한국 와서 다시 활동한다고 하죠?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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