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장님이 왜 거기서 나와요”…공공기관장이 자문기업 ‘셀프 심사’

입력 2020.11.24 (21:40) 수정 2020.11.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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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시가 버스 정류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실 보고서로 예산을 확보하려 한다는 의혹, 얼마 전 보도해 드렸는데요.

이번엔 버스 정류장 사업 공모 과정에서 참가 기업들과 특수 관계인 인물이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 심사위원, 정부 부처 산하의 한 공공기관장입니다.

문예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냉난방 시스템과 스마트폰 충전기, 무료 와이파이까지 갖춘 차세대 버스 정류장입니다.

사업 규모는 50억 원으로 서울시가 지난달 사업자 공모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 공공기관 원장 A 씨가 심사위원으로 들어왔고, A 원장이 입찰한 기업들과 특수 관계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A 원장의 지난 6월 SNS 대화 내용입니다.

휴가까지 내고 한 제조업체 대표와 함께 경기도 파주에 있는 정류장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한 달 뒤엔 서울 상암동에서 이 대표와 미팅을 갖고 저녁 식사도 했습니다.

그리고 석 달 뒤 이 업체는 서울시 사업에 공모해 4대1의 경쟁을 뚫고 최종 선정됐습니다.

A 원장은 이 업체 대표와 친분이 있고 기술 자문 등으로 자주 만나는 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 원장/음성 변조 : "이제 시간 될 때 만나서 기술 얘기 뿐만 아니라 사는 얘기도 하고 뭐 친분 관계 비슷하게 된 거죠."]

이뿐 아니라 A 원장은 공모에서 탈락한 또 다른 업체와도 관계가 있었습니다.

원장에 취임하기 전 한 탈락업체 관련 회사와 자문 계약을 맺고 수백만 원의 자문료를 받은 겁니다.

[A 원장/음성 변조 : "월 백만 원씩인데 제가 이제 1년 계약을 했는데 1년을 다 못 했어요."]

결국 공모 참가 업체 4곳 가운데 2곳과 이해관계가 있었던 겁니다.

이에 대해 A 원장은 본인이 심사위원 기피 신청을 하지 않은 점은 잘못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A 원장/음성 변조 : "잘한 업체를 객관적으로 잘 평가하면 뭐 크게 문제가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한 게 약간 뭐 생각이 짧았다고 할까요."]

서울시는 A 원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공모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입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영상편집:조창훈/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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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원장님이 왜 거기서 나와요”…공공기관장이 자문기업 ‘셀프 심사’
    • 입력 2020-11-24 21:40:00
    • 수정2020-11-30 12:06:25
    뉴스 9
[앵커]

서울시가 버스 정류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실 보고서로 예산을 확보하려 한다는 의혹, 얼마 전 보도해 드렸는데요.

이번엔 버스 정류장 사업 공모 과정에서 참가 기업들과 특수 관계인 인물이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 심사위원, 정부 부처 산하의 한 공공기관장입니다.

문예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냉난방 시스템과 스마트폰 충전기, 무료 와이파이까지 갖춘 차세대 버스 정류장입니다.

사업 규모는 50억 원으로 서울시가 지난달 사업자 공모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 공공기관 원장 A 씨가 심사위원으로 들어왔고, A 원장이 입찰한 기업들과 특수 관계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A 원장의 지난 6월 SNS 대화 내용입니다.

휴가까지 내고 한 제조업체 대표와 함께 경기도 파주에 있는 정류장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한 달 뒤엔 서울 상암동에서 이 대표와 미팅을 갖고 저녁 식사도 했습니다.

그리고 석 달 뒤 이 업체는 서울시 사업에 공모해 4대1의 경쟁을 뚫고 최종 선정됐습니다.

A 원장은 이 업체 대표와 친분이 있고 기술 자문 등으로 자주 만나는 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 원장/음성 변조 : "이제 시간 될 때 만나서 기술 얘기 뿐만 아니라 사는 얘기도 하고 뭐 친분 관계 비슷하게 된 거죠."]

이뿐 아니라 A 원장은 공모에서 탈락한 또 다른 업체와도 관계가 있었습니다.

원장에 취임하기 전 한 탈락업체 관련 회사와 자문 계약을 맺고 수백만 원의 자문료를 받은 겁니다.

[A 원장/음성 변조 : "월 백만 원씩인데 제가 이제 1년 계약을 했는데 1년을 다 못 했어요."]

결국 공모 참가 업체 4곳 가운데 2곳과 이해관계가 있었던 겁니다.

이에 대해 A 원장은 본인이 심사위원 기피 신청을 하지 않은 점은 잘못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A 원장/음성 변조 : "잘한 업체를 객관적으로 잘 평가하면 뭐 크게 문제가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한 게 약간 뭐 생각이 짧았다고 할까요."]

서울시는 A 원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공모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입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영상편집:조창훈/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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