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인어공주’ 희진 씨의 꿈…北 수중발레 국가대표

입력 2020.12.05 (08:36) 수정 2020.12.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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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흔히 ‘수중 발레’라고 불리는 ‘싱크로나이즈드’.

북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스포츠 종목이죠.

오늘은 북한 수중발레 선수였던 ‘인어공주’ 류희진 씨의 남한 생활 정착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북한 국가대표까지 지낼 정도로 실력이 출중해서 한국에 온 이후로도 수중발레 코치로 일해왔는데요.

코로나19 때문에 수영장들이 문을 닫고 있지만, 꿈을 잃지 않는 류희진 씨를 채유나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한적한 수영장에서 힘차게 물을 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물속에서 홀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류희진 씨. 현란한 발동작을 보니 일반 수영은 아닌 것 같은데요.

["(희진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뭐하고 계셨어요, 지금?)"]

[류희진/탈북민 : "저 지금 물에서 즐기고 있어요. 싱크로나이즈는 수영 종목의 일부분인데요. 물에서 아름다운 예술 동작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스포츠 종목이에요."]

평양에서 살던 희진 씨는 5년 전 혼자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8살 때 북한 수영 코치에게 발탁돼 수중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는데요.

[류희진/탈북민 : "수영장에 발이 닿지도 않는 아기 때부터 한 거죠. 제 의지보다는 뽑혀서 했던 거 같아요."]

희진 씨는 16살 때부터 3년간 북한 수중 발레 국가대표 선수였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원대한 꿈을 펼치고 싶었지만, 북한의 수중 발레 대표팀은 운동만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류희진/탈북민 : "북한에서 제가 수중 공연을 많이 했잖아요, 체제 선전을 위한. 그럴 때는 행복하다는 느낌을 못 받고 했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63빌딩에서 싱크로 쇼도 하고 수영을 하고 있으면 ‘참 내가 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이런 과거에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이 느껴지는 거 같아요."]

어렸을 적 수중 발레를 함께했던 친구들이 여전히 그립다는 희진 씨..

고향 생각이 날 때마다 실력이 녹슬지 않도록 연습에 몰두합니다.

북한에서 수중 발레 국가대표였던 류희진 씨. 선수 생활을 그만둔 지 10년이나 넘었지만 기량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모습인데요.

희진 씨는 한국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연습을 마친 희진 씨가 또 다른 수영장을 찾아갑니다.

얼마 전까지 코치로 있던 수중 발레 클럽입니다.

["안녕~ (안녕하세요.) 와 오랜만~ 진짜 깜짝 놀랐어. 미르의 키가 나만 해진 거야. 몇 달 못 본 사이. (보고 싶었어요.)"]

["(선생님 얼마 만에 보는 건가요?) 반년 조금 넘은 거 같아요."]

한국 수중 발레 대표 선수 출신이 운영하는 클럽인데요.

희진 씨는 이곳에서 재능을 살려 중학생 선수들을 지도했습니다.

[박현하/‘ㅋ’ 싱크로나이즈 클럽 코치 : "제가 선수 생활할 때 북한 선수들이랑 라이벌이었어요, 아시안게임 할 때. 그 정도로 기술력이 좋았고 선수들이랑 얘기도 해보고 싶고 말도 잘 통하잖아요. 궁금했던 부분은 많았는데 그래서 오히려 기술적인 거나 훈련은 딱히 걱정이 안 됐어요."]

희진 씨한테 수중 발레를 배운 아이들은 선생님의 다양한 기술에 매번 놀랐다고 하는데요.

[이유림/아티스틱 스위밍 선수 : "저희가 원래 훈련했을 때는 율동같은 걸 안 했는데 희진 선생님 오고 나서 율동을 하니까 색달랐어요."

["선생님이 알려준 거 중에 기억나는 동작 하나 할 수 있어요?"]

[강미르/아티스틱 스위밍 선수 : "남한식 훈련이랑 북한식 훈련이랑 섞어서 하게 됐다고 할까? (남한식 훈련이랑 북한식 훈련이랑 어떻게 달라요?) 북한식 훈련이 더 힘들어요."]

[류희진/탈북민 :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 제 꿈을 키우게 된 거 같아요. 열심히 학교 졸업과 동시에 더 훌륭한 코치가 되기 위한 준비를 잘 해야겠다. 제 이름으로 된 싱크로나이즈 클럽을 내가 기어이 만들겠다."]

희진 씨는 물속에서 연기 할 때 가장 편하고 즐겁다고 하는데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맘껏 즐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꿈을 찾아 나서는데요.

어떤 꿈일까요.

통일교육원이 마련한 통일리더캠프.. 통일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온라인 수업에 희진 씨가 강사로 초빙됐습니다.

오늘은 학생들과 ‘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류희진/탈북민 : "여러분 혹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 뭔지 안다? 여러분들도 혹시 그런 스포츠 종목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나중에 제 제자로 와주셔도 좋을 거 같아요."]

학생들도 희진 씨의 강의를 들으며 그동안 몰랐던 북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류희진/탈북민 : "북한은 한국처럼 학구열이 높나요? 학구열 하면 대한민국이 최고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북한은 솔직히 생활 수준이 어렵다 보니까 나물 캐러 가는 친구, 물고기 잡으러 가는 친구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가족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억세게 살아가는 친구들이 참 많더라고요."]

["(강의는 잘 마치셨어요?) 네 성공적으로 잘 마쳤습니다."]

[류희진/탈북민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대학교를 일단 무사히 졸업하고요. 싱크로나이즈 클럽을 빨리 코로나19가 괜찮아져서 수영장이 활성화되면 제가 만들고 싶고 통일에 대한 강연이나 저에 대한 스토리를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일도 많이 하고 싶어요."]

자신의 이름을 딴 수중발레 클럽을 운영하고 싶다는 ‘인어공주’희진 씨.

맘껏 기량을 펼치며 헤엄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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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인어공주’ 희진 씨의 꿈…北 수중발레 국가대표
    • 입력 2020-12-05 08:36:26
    • 수정2020-12-05 10:38:49
    남북의 창
[앵커]

흔히 ‘수중 발레’라고 불리는 ‘싱크로나이즈드’.

북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스포츠 종목이죠.

오늘은 북한 수중발레 선수였던 ‘인어공주’ 류희진 씨의 남한 생활 정착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북한 국가대표까지 지낼 정도로 실력이 출중해서 한국에 온 이후로도 수중발레 코치로 일해왔는데요.

코로나19 때문에 수영장들이 문을 닫고 있지만, 꿈을 잃지 않는 류희진 씨를 채유나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한적한 수영장에서 힘차게 물을 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물속에서 홀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류희진 씨. 현란한 발동작을 보니 일반 수영은 아닌 것 같은데요.

["(희진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뭐하고 계셨어요, 지금?)"]

[류희진/탈북민 : "저 지금 물에서 즐기고 있어요. 싱크로나이즈는 수영 종목의 일부분인데요. 물에서 아름다운 예술 동작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스포츠 종목이에요."]

평양에서 살던 희진 씨는 5년 전 혼자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8살 때 북한 수영 코치에게 발탁돼 수중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는데요.

[류희진/탈북민 : "수영장에 발이 닿지도 않는 아기 때부터 한 거죠. 제 의지보다는 뽑혀서 했던 거 같아요."]

희진 씨는 16살 때부터 3년간 북한 수중 발레 국가대표 선수였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원대한 꿈을 펼치고 싶었지만, 북한의 수중 발레 대표팀은 운동만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류희진/탈북민 : "북한에서 제가 수중 공연을 많이 했잖아요, 체제 선전을 위한. 그럴 때는 행복하다는 느낌을 못 받고 했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63빌딩에서 싱크로 쇼도 하고 수영을 하고 있으면 ‘참 내가 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이런 과거에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이 느껴지는 거 같아요."]

어렸을 적 수중 발레를 함께했던 친구들이 여전히 그립다는 희진 씨..

고향 생각이 날 때마다 실력이 녹슬지 않도록 연습에 몰두합니다.

북한에서 수중 발레 국가대표였던 류희진 씨. 선수 생활을 그만둔 지 10년이나 넘었지만 기량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모습인데요.

희진 씨는 한국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연습을 마친 희진 씨가 또 다른 수영장을 찾아갑니다.

얼마 전까지 코치로 있던 수중 발레 클럽입니다.

["안녕~ (안녕하세요.) 와 오랜만~ 진짜 깜짝 놀랐어. 미르의 키가 나만 해진 거야. 몇 달 못 본 사이. (보고 싶었어요.)"]

["(선생님 얼마 만에 보는 건가요?) 반년 조금 넘은 거 같아요."]

한국 수중 발레 대표 선수 출신이 운영하는 클럽인데요.

희진 씨는 이곳에서 재능을 살려 중학생 선수들을 지도했습니다.

[박현하/‘ㅋ’ 싱크로나이즈 클럽 코치 : "제가 선수 생활할 때 북한 선수들이랑 라이벌이었어요, 아시안게임 할 때. 그 정도로 기술력이 좋았고 선수들이랑 얘기도 해보고 싶고 말도 잘 통하잖아요. 궁금했던 부분은 많았는데 그래서 오히려 기술적인 거나 훈련은 딱히 걱정이 안 됐어요."]

희진 씨한테 수중 발레를 배운 아이들은 선생님의 다양한 기술에 매번 놀랐다고 하는데요.

[이유림/아티스틱 스위밍 선수 : "저희가 원래 훈련했을 때는 율동같은 걸 안 했는데 희진 선생님 오고 나서 율동을 하니까 색달랐어요."

["선생님이 알려준 거 중에 기억나는 동작 하나 할 수 있어요?"]

[강미르/아티스틱 스위밍 선수 : "남한식 훈련이랑 북한식 훈련이랑 섞어서 하게 됐다고 할까? (남한식 훈련이랑 북한식 훈련이랑 어떻게 달라요?) 북한식 훈련이 더 힘들어요."]

[류희진/탈북민 :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 제 꿈을 키우게 된 거 같아요. 열심히 학교 졸업과 동시에 더 훌륭한 코치가 되기 위한 준비를 잘 해야겠다. 제 이름으로 된 싱크로나이즈 클럽을 내가 기어이 만들겠다."]

희진 씨는 물속에서 연기 할 때 가장 편하고 즐겁다고 하는데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맘껏 즐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꿈을 찾아 나서는데요.

어떤 꿈일까요.

통일교육원이 마련한 통일리더캠프.. 통일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온라인 수업에 희진 씨가 강사로 초빙됐습니다.

오늘은 학생들과 ‘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류희진/탈북민 : "여러분 혹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 뭔지 안다? 여러분들도 혹시 그런 스포츠 종목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나중에 제 제자로 와주셔도 좋을 거 같아요."]

학생들도 희진 씨의 강의를 들으며 그동안 몰랐던 북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류희진/탈북민 : "북한은 한국처럼 학구열이 높나요? 학구열 하면 대한민국이 최고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북한은 솔직히 생활 수준이 어렵다 보니까 나물 캐러 가는 친구, 물고기 잡으러 가는 친구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가족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억세게 살아가는 친구들이 참 많더라고요."]

["(강의는 잘 마치셨어요?) 네 성공적으로 잘 마쳤습니다."]

[류희진/탈북민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대학교를 일단 무사히 졸업하고요. 싱크로나이즈 클럽을 빨리 코로나19가 괜찮아져서 수영장이 활성화되면 제가 만들고 싶고 통일에 대한 강연이나 저에 대한 스토리를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일도 많이 하고 싶어요."]

자신의 이름을 딴 수중발레 클럽을 운영하고 싶다는 ‘인어공주’희진 씨.

맘껏 기량을 펼치며 헤엄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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