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K] “나도 피해자인데”…코로나19 낙인이 더 고통

입력 2020.12.09 (19:05) 수정 2020.12.09 (19: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대, 코로나19를 직접 경험한 이들은 누구보다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코로나19라는 질병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있는데요.

주변의 시선과 죄책감입니다.

2020 안전 K, 오늘은 코로나19 피해자들의 정신건강 안전 문제를 이화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불안은 일상이 됐습니다.

[노실/전주시 효자동 : "어디 함부로 못 다녀요. 지금 노인 복지관도 문을 닫았어요. 못 나가고…. 운동한다고 천변이나 좀 걷고 그랬는데 그것도 오늘부터 안하려고요."]

[장동훈/전주시 효자동 : "여가 활동이나 개인적으로 이용해야 할 것들을 시간적으로 제한을 받다 보니까…. 무의식적으로 그런 것들을 항상 신경써야 하는 것이 피곤한 것 같아요."]

화도 납니다.

[시민/음성변조 : "너무나 이기주의이잖아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하는데, 자기만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원망은 공공연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원광대병원에서는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를 병원장이 공개적으로 지적해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런 원망과 분노는 확진자들에게 또다른 고통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격리해제 : "(주변에서) 약간은 (저를) 꺼려하는 게 약간은 보였어요. 물론 저는 백 퍼센트 이해는 하고요."]

코로나19 확진자라는 낙인은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는 커다란 벽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격리해제 : "병원에서는 퇴원해도 괜찮다 격리해제를 해주긴 했지만 제가 퇴원을 해서 그래도 그냥 바로 일반 사람들처럼 하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대인기피증, 우울증, 불안에 시달리는 건 물론, 확진 판정으로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이 식사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된 접촉자.

1차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불안은 여전합니다.

무엇보다 괴로운 건 가족들에게 미안한 겁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 : "제 건강은 솔직히 생각이 들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감당을 해내면 되는 건데…. 제가 아는 다른 사람들이 그러면(전염되면) 너무 미안하고... 피해가 될까봐 그게 가장 우려됐습니다."]

주변 시선이 두렵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 :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은 힘내라고 위로도 많이 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시는데 아무래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 네티즌들은 악플도 많이 다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걱정과 불안 탓에 정신 건강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발생한 메르스 감염자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완치 1년 뒤에도 정신 건강 문제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질병 자체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바이러스 전파자, 가해자로 보는 시선과 편견도 정신적 후유증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소희/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신종 감염병에 걸림으로 인해서 타인이 보이는 반응에 상처를 받았거나 그래서 그거를 비밀로 하려고 노력했다거나 혹은 사람들한테 배척당한다고 느꼈을 때를 스티그마라고 하는데 그런 걸 많이 느꼈다든지..."]

메르스 환자를 짓누른 트라우마는 코로나 사태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이소희/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코로나19는) 호흡기 감염을 주된 증상으로 하면서 신종 감염병의 일종이고, 치료제도 확실히 개발되지 않은 가운데 음압병실에서 격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 일부는 사망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메르스와) 비슷하기 때문에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실제,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을 물어봤더니 자기가 감염되는 것보다 자기 탓에 가족과 타인이 전염되거나 피해보는 것을 더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리적 고통은 가족들도 마찬가집니다.

[자가격리자 가족 : "괜찮냐 이런 말이 조심스럽더라고요. 터놓고 물어볼 수 없더라고요. (딸의) 불안감이 오히려 더 가중될까 봐... 늘 머릿속에 그게 맴돌고 있으니까 일이 손에 잘 안 잡히고 한번 자다 깨면 잠이 잘 안 들고..."]

'코로나 낙인'은 경제적 피해로도 이어집니다.

확진자가 다녀간 음식점은 한동안 손님들이 꺼려 타격이 더 커집니다.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간 음식점 업주 : "손님들이 여기 오면 감염된다는 생각인지... 아예 사람이 없어요. (확진자가 다녀간) 그 뒤로는... 이렇게 하면 진짜 문 닫아야지. 직원들도 3분의 1로 줄였어요."]

코로나19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전문 상담소입니다.

올해 문을 연 뒤 지난 열 달 동안 접수된 정신적 피해 상담이 4천5백 건 넘습니다.

[노푸른/전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쳤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있어서 지옥같이 힘들다...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나도 피해자이긴 한데 누군가에게 미안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억울함이나 화까지도 난다고 말씀하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을 극복하려면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합니다.

잠깐 멈추고 재충전을 한다는 마음으로 운동과 수면 등 생활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에서는 확진자, 격리자가 느끼는 고립감을 줄여주도록 소통해야 합니다.

[양종철/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이 상황이 개인의 잘못이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사회 전체의 질병의 하나를 우리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

내가 또는 내 가족 역시 억울하게 감염된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원망과 비난보다 응원과 위로, 격려로 함께 연대해야 이 힘든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앵커]

이어서 정상근 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화상으로 연결돼있습니다.

교수님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겪는 심리적 부담, 정신적 후유증이 큰데요.

이런 부담이나 후유증은 다른 감염병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건가요?

아니면 코로나19만의 특수한 상황인가요?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안전K] “나도 피해자인데”…코로나19 낙인이 더 고통
    • 입력 2020-12-09 19:05:41
    • 수정2020-12-09 19:35:45
    뉴스7(전주)
[앵커]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대, 코로나19를 직접 경험한 이들은 누구보다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코로나19라는 질병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있는데요.

주변의 시선과 죄책감입니다.

2020 안전 K, 오늘은 코로나19 피해자들의 정신건강 안전 문제를 이화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불안은 일상이 됐습니다.

[노실/전주시 효자동 : "어디 함부로 못 다녀요. 지금 노인 복지관도 문을 닫았어요. 못 나가고…. 운동한다고 천변이나 좀 걷고 그랬는데 그것도 오늘부터 안하려고요."]

[장동훈/전주시 효자동 : "여가 활동이나 개인적으로 이용해야 할 것들을 시간적으로 제한을 받다 보니까…. 무의식적으로 그런 것들을 항상 신경써야 하는 것이 피곤한 것 같아요."]

화도 납니다.

[시민/음성변조 : "너무나 이기주의이잖아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하는데, 자기만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원망은 공공연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원광대병원에서는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를 병원장이 공개적으로 지적해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런 원망과 분노는 확진자들에게 또다른 고통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격리해제 : "(주변에서) 약간은 (저를) 꺼려하는 게 약간은 보였어요. 물론 저는 백 퍼센트 이해는 하고요."]

코로나19 확진자라는 낙인은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는 커다란 벽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격리해제 : "병원에서는 퇴원해도 괜찮다 격리해제를 해주긴 했지만 제가 퇴원을 해서 그래도 그냥 바로 일반 사람들처럼 하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대인기피증, 우울증, 불안에 시달리는 건 물론, 확진 판정으로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이 식사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된 접촉자.

1차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불안은 여전합니다.

무엇보다 괴로운 건 가족들에게 미안한 겁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 : "제 건강은 솔직히 생각이 들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감당을 해내면 되는 건데…. 제가 아는 다른 사람들이 그러면(전염되면) 너무 미안하고... 피해가 될까봐 그게 가장 우려됐습니다."]

주변 시선이 두렵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 :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은 힘내라고 위로도 많이 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시는데 아무래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 네티즌들은 악플도 많이 다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걱정과 불안 탓에 정신 건강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발생한 메르스 감염자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완치 1년 뒤에도 정신 건강 문제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질병 자체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바이러스 전파자, 가해자로 보는 시선과 편견도 정신적 후유증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소희/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신종 감염병에 걸림으로 인해서 타인이 보이는 반응에 상처를 받았거나 그래서 그거를 비밀로 하려고 노력했다거나 혹은 사람들한테 배척당한다고 느꼈을 때를 스티그마라고 하는데 그런 걸 많이 느꼈다든지..."]

메르스 환자를 짓누른 트라우마는 코로나 사태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이소희/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코로나19는) 호흡기 감염을 주된 증상으로 하면서 신종 감염병의 일종이고, 치료제도 확실히 개발되지 않은 가운데 음압병실에서 격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 일부는 사망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메르스와) 비슷하기 때문에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실제,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을 물어봤더니 자기가 감염되는 것보다 자기 탓에 가족과 타인이 전염되거나 피해보는 것을 더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리적 고통은 가족들도 마찬가집니다.

[자가격리자 가족 : "괜찮냐 이런 말이 조심스럽더라고요. 터놓고 물어볼 수 없더라고요. (딸의) 불안감이 오히려 더 가중될까 봐... 늘 머릿속에 그게 맴돌고 있으니까 일이 손에 잘 안 잡히고 한번 자다 깨면 잠이 잘 안 들고..."]

'코로나 낙인'은 경제적 피해로도 이어집니다.

확진자가 다녀간 음식점은 한동안 손님들이 꺼려 타격이 더 커집니다.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간 음식점 업주 : "손님들이 여기 오면 감염된다는 생각인지... 아예 사람이 없어요. (확진자가 다녀간) 그 뒤로는... 이렇게 하면 진짜 문 닫아야지. 직원들도 3분의 1로 줄였어요."]

코로나19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전문 상담소입니다.

올해 문을 연 뒤 지난 열 달 동안 접수된 정신적 피해 상담이 4천5백 건 넘습니다.

[노푸른/전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 :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쳤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있어서 지옥같이 힘들다...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나도 피해자이긴 한데 누군가에게 미안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억울함이나 화까지도 난다고 말씀하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을 극복하려면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합니다.

잠깐 멈추고 재충전을 한다는 마음으로 운동과 수면 등 생활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에서는 확진자, 격리자가 느끼는 고립감을 줄여주도록 소통해야 합니다.

[양종철/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이 상황이 개인의 잘못이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사회 전체의 질병의 하나를 우리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

내가 또는 내 가족 역시 억울하게 감염된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원망과 비난보다 응원과 위로, 격려로 함께 연대해야 이 힘든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앵커]

이어서 정상근 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화상으로 연결돼있습니다.

교수님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겪는 심리적 부담, 정신적 후유증이 큰데요.

이런 부담이나 후유증은 다른 감염병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건가요?

아니면 코로나19만의 특수한 상황인가요?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전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