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잇기도 힘든데 코로나까지…‘전통 유기’ 명인의 겨울

입력 2020.12.14 (06:56) 수정 2020.12.1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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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놋그릇'으로 불리는 유기는 통일신라 때부터 전해지는 우리의 귀중한 전통문화 유산입니다.

특히 구리와 주석을 정확한 비율로 합금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전통 유기 제작에 평생을 바친 장인은 가뜩이나 대 잇기도 힘든데 요즘 코로나 유행까지 겹쳐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선재희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은은한 황금빛 광채.

종소리 같기도, 새소리 같기도 한 청아한 울림.

주석과 구리가 정확히 22대 78의 비율로 합금돼야 가능한 소리입니다.

[이운형/김천 전통 유기 명인 : "'바데기'라고 하는 건데 이게 원재료예요.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기법으로 합금을 해야 주석을 태우지 않고 100% 나올 수 있거든요."]

["(바데기) 하나에 그릇 3개가 나와요."]

["이게 1,300도예요. (바데기가) 이 도가니에 들어갑니다. 소도가니라는 거거든요. 이 도가니에 들어가서 녹을 거예요."]

이렇게 녹인 원재료를 붕어빵 기계처럼 생긴 틀에다 부은 뒤 떼어 내면 마침내 그릇 모양이 나옵니다.

평생을 유기와 함께 살아온 장인 이운형 씨.

200년 전부터 집안 대대로 가업을 이어왔습니다.

할아버지 때만 해도 기술자가 서른 명에 이를 정도였지만, 스테인리스와 양은그릇에 밀려 한때는 유기를 접고 합금 기술자로 전국을 떠돌았습니다.

[이운형/김천 전통 유기 명인 : "전통을 꼭 지켜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명예, 내가 아니면 이 전통을 지켜나갈 수 없다는..."]

미국에서 공부한 사위가 회사까지 그만두고 가업을 이은 지 어느덧 10년이 됐습니다.

[민병길/이운형 명인 사위 : "나라에서도 지원 사업을 통해서 젊은 사람들이 이쪽 업계에서 일을 많이 할 수 있게끔 장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결혼 예물로 인기가 높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이경아/이운형 명인 딸 : "코로나19 때문에 결혼식도 미루니까 예단도 미루는구나 올해는 조금 힘들었죠."]

뛰어난 합금 기술의 유산 전통 유기.

더 많은 젊은이가 대를 이을 수 있게 뒷받침하고 현대적인 디자인까지 더한다면, 웰빙 시대, 유기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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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 잇기도 힘든데 코로나까지…‘전통 유기’ 명인의 겨울
    • 입력 2020-12-14 06:56:25
    • 수정2020-12-14 07:03:53
    뉴스광장 1부
[앵커]

'놋그릇'으로 불리는 유기는 통일신라 때부터 전해지는 우리의 귀중한 전통문화 유산입니다.

특히 구리와 주석을 정확한 비율로 합금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전통 유기 제작에 평생을 바친 장인은 가뜩이나 대 잇기도 힘든데 요즘 코로나 유행까지 겹쳐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선재희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은은한 황금빛 광채.

종소리 같기도, 새소리 같기도 한 청아한 울림.

주석과 구리가 정확히 22대 78의 비율로 합금돼야 가능한 소리입니다.

[이운형/김천 전통 유기 명인 : "'바데기'라고 하는 건데 이게 원재료예요.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기법으로 합금을 해야 주석을 태우지 않고 100% 나올 수 있거든요."]

["(바데기) 하나에 그릇 3개가 나와요."]

["이게 1,300도예요. (바데기가) 이 도가니에 들어갑니다. 소도가니라는 거거든요. 이 도가니에 들어가서 녹을 거예요."]

이렇게 녹인 원재료를 붕어빵 기계처럼 생긴 틀에다 부은 뒤 떼어 내면 마침내 그릇 모양이 나옵니다.

평생을 유기와 함께 살아온 장인 이운형 씨.

200년 전부터 집안 대대로 가업을 이어왔습니다.

할아버지 때만 해도 기술자가 서른 명에 이를 정도였지만, 스테인리스와 양은그릇에 밀려 한때는 유기를 접고 합금 기술자로 전국을 떠돌았습니다.

[이운형/김천 전통 유기 명인 : "전통을 꼭 지켜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명예, 내가 아니면 이 전통을 지켜나갈 수 없다는..."]

미국에서 공부한 사위가 회사까지 그만두고 가업을 이은 지 어느덧 10년이 됐습니다.

[민병길/이운형 명인 사위 : "나라에서도 지원 사업을 통해서 젊은 사람들이 이쪽 업계에서 일을 많이 할 수 있게끔 장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결혼 예물로 인기가 높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이경아/이운형 명인 딸 : "코로나19 때문에 결혼식도 미루니까 예단도 미루는구나 올해는 조금 힘들었죠."]

뛰어난 합금 기술의 유산 전통 유기.

더 많은 젊은이가 대를 이을 수 있게 뒷받침하고 현대적인 디자인까지 더한다면, 웰빙 시대, 유기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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