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정읍 송령마을 35년 만에 ‘전두환 기념비’ 철거

입력 2020.12.14 (21:58) 수정 2020.12.14 (22: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전두환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는데요.

최근 정읍의 한 마을에서 35년 만에 전두환 기념비가 철거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한주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정읍의 한 시골마을.

최근 마을회관 맞은편에 50여 제곱미터 가량 되는 작은 공터 하나가 새로 생겼습니다.

새 운동기구가 놓여 있는 이곳은 지난 1983년 1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마을을 방문한 기념으로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2년 뒤 비석을 세워두었던 자리입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6일, 마을 주민들이 총회를 열어 기념비 철거를 결정했습니다.

[이청용/정읍시 송산동 송령마을 통장 : "비석을 갖다가 다 파쇄해가지고 그 흔적을 다 없앴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 40년, 기념비가 세워진 지 35년 만입니다.

[이청용/정읍시 송산동 송령마을 통장 : "저희 마을에 비석이 있었던 것이 어떻게 보면 창피한 일이기도 해요. 이것을 철거하자고 수차례 자손들한테도 얘기하고, 어른신들한테도 말씀 드리고 했었는데 결국은 철거를 했어요."]

흑역사도 역사라며 기념비를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과 독재자 흔적을 청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철거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청용/정읍시 송산동 송령마을 통장 : "그때 당시 군사정권에서는 그렇잖아요. (기념비를 세운) 그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철거한다고 하니까 서운하시기도 하겠지요, 노인 분들이."]

독재자 전 씨의 기념비를 세운 마을이라고 낙인 찍혀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 마을 주민들은 오랜 세월 속앓이를 해왔습니다.

[배시동/정읍시 송상동 송령마을 주민 : "시내 나가면 그런 말이 많아요. 내 친구들도 있고 하지만 그 마을에 지금도 전두환 비가 있냐고, 이런 소리를 하고. 왜 전두환 비를 안 없애냐."]

5.18 기념재단 조사 결과, 전 씨를 미화한 시설물이 전국 9곳에 남아 있습니다.

독재자의 흔적을 지우고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전 국민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준 전 씨의 진정어린 사과는 여전히 없습니다

KBS 뉴스 한주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14K] 정읍 송령마을 35년 만에 ‘전두환 기념비’ 철거
    • 입력 2020-12-14 21:58:10
    • 수정2020-12-14 22:05:42
    뉴스9(전주)
[앵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전두환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는데요.

최근 정읍의 한 마을에서 35년 만에 전두환 기념비가 철거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한주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정읍의 한 시골마을.

최근 마을회관 맞은편에 50여 제곱미터 가량 되는 작은 공터 하나가 새로 생겼습니다.

새 운동기구가 놓여 있는 이곳은 지난 1983년 1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마을을 방문한 기념으로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2년 뒤 비석을 세워두었던 자리입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6일, 마을 주민들이 총회를 열어 기념비 철거를 결정했습니다.

[이청용/정읍시 송산동 송령마을 통장 : "비석을 갖다가 다 파쇄해가지고 그 흔적을 다 없앴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 40년, 기념비가 세워진 지 35년 만입니다.

[이청용/정읍시 송산동 송령마을 통장 : "저희 마을에 비석이 있었던 것이 어떻게 보면 창피한 일이기도 해요. 이것을 철거하자고 수차례 자손들한테도 얘기하고, 어른신들한테도 말씀 드리고 했었는데 결국은 철거를 했어요."]

흑역사도 역사라며 기념비를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과 독재자 흔적을 청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철거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청용/정읍시 송산동 송령마을 통장 : "그때 당시 군사정권에서는 그렇잖아요. (기념비를 세운) 그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철거한다고 하니까 서운하시기도 하겠지요, 노인 분들이."]

독재자 전 씨의 기념비를 세운 마을이라고 낙인 찍혀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 마을 주민들은 오랜 세월 속앓이를 해왔습니다.

[배시동/정읍시 송상동 송령마을 주민 : "시내 나가면 그런 말이 많아요. 내 친구들도 있고 하지만 그 마을에 지금도 전두환 비가 있냐고, 이런 소리를 하고. 왜 전두환 비를 안 없애냐."]

5.18 기념재단 조사 결과, 전 씨를 미화한 시설물이 전국 9곳에 남아 있습니다.

독재자의 흔적을 지우고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전 국민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준 전 씨의 진정어린 사과는 여전히 없습니다

KBS 뉴스 한주연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전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