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도 부동산 과열…개인 간 거래 활발

입력 2020.12.26 (08:07) 수정 2020.12.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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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어딜 가나 부동산, 아파트값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어떤 상황일까요?

국가가 집과 토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데, 개인 간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평양의 일부 아파트 가격은 일반 주민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만만치 않은 실정입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점점 시장화되고 있는 북한의 부동산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농악대가 풍악을 울리고, 한복을 차려입은 북한 주민들이 줄줄이 들어선다.

지난달 수해 복구를 마무리하고 진행된 새집들이 행사다.

집을 둘러본 주민들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함경남도 리원군 주민 : "오늘 이렇게 새집을 받고 보니 우리 집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함경북도 김책시 주민 : "정말 꿈만 같습니다. 집을 잃고 한지에 나섰던 우리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새집 받고 보니 정말 눈물이 앞섭니다."]

북한당국은 올해 홍수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1,600여 세대의 새집을 건설했다고 선전했다.

내년 8차 당대회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80일 전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도 수해 지역 새집 건설이다.

[조선중앙TV/12월 13일 : "당의 원대한 농촌건설 구상을 받들고 개성시에서 판문구역 림한리에 70여 세대의 농촌문화주택을 새로 일떠세웠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북한은 '농촌건설구상'이란 이름으로 새집 건설을 다시 선전하고 나섰다.

굳이 수해복구 지역이 아니더라도 80일 전투 기간 내 새집 건설을 더욱 늘리겠다는 것.

일각에선 북한 당국이 주택 건설을 내수 경제 활성화에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초기 건설 단계에 해당하는 자재 거래부터 주택 매매에 이르기까지 시장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정은이/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가 나오면서 좀 건설 자재들도 시장 가격 혹은 협동 가격에서 이제 구매를 해야 되거든요. 또 건설이라는 거 자체가 상당히 고용창출을 하잖아요. 또 더 나아가서 집을 지어서 실질적으로 일정 정도 국가에 세금 명목으로 일정 정도를 바치지만, 그 나머지 부분은 이제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그게 굉장히 대중화된, 보편화된 그게 굉장히 큰 변화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북한 헌법상 토지와 건물은 국가가 소유한다.

'살림집'이라 불리는 개인 주택도 당국 소유이고, 개인은 '살림집 이용권'만 배분받게 된다.

그런데 이미 북한에선 '살림집 이용권'이 개인의 주택 소유로 인식되고 있다.

'살림집 이용권'이 공공연하게 매매되고 있다는 게 주택 거래를 경험한 탈북민의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국가(북한)에 주택경영과라는 게 있습니다. 거기에서 (주택 관련) 모든 것을 관리하고 거기에서 입사증(살림집 이용권)을 주거든요. 내가 입사증이 있으면 사려는 사람에게 그 입사증을 넘겨 주고, (사려는 사람은) 내가 그거를 사는 거예요."]

북한에서 살림집 거래가 본격화된 것은 고난의 행군 시기라 불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로 알려져 있다.

국가 배급체계가 붕괴하면서 식량이나 생필품을 공급받지 못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이어 갔다.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상인들 사이에서 시장 인근 살림집의 수요도 늘어났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시장 주변의 집은 왜 비싼가. 사람들이 저녁 7시면 다 퇴근을 해야 되거든요. 퇴근하는데 그 많은 짐을 이고, 지고, 들고 수레에도 다 못 싣거든요. 그러니까 시장 주변에 가장 믿음직한 집을 하나 선정해 놓고 그 주변에 몇 사람(상인)이 담합을 해서 그 사람 집에다 일일로 짐 보관료를 내거든요. 그러면 그 집주인은 짐 보관료를 받고 꾸준하게 보관을 해 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또 그게 매일 수입이 들어오다 보니까 그게 하찮은 돈이 아니거든요."]

북한 당국이 음성적인 살림집 이용권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여러 법률을 제정했지만, 시장화를 경험한 주민들의 수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0년대 이후엔 장마당을 통해 부를 축적한 '돈주', 즉 신흥 부유층이 등장하면서 북한의 부동산 시장 규모도 더욱 커졌다.

돈주들은 북한 권력층과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다양한 이권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살림집 건설도 그중 하나다.

평양 만수대언덕 주변에 조성된 창전거리, 김정은 위원장 지시로 조성된 미래과학자거리와 여명거리에도 고급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섰다.

[리천옥/평양시민 : "강변이니까 아무래도 바람이 셉니다. 이번에 태풍 세게 불지 않았습니까. 태풍이 그렇게 세게 불었는데도 문짝으로 물방울 하나 안 떨어집니다."]

이런 고급 아파트들은 국가기관이 건설 주체다.

그러나 건설 자금은 대부분 돈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개인들도 어느 정도 자산이 또 누적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좀 더 부가 가치가 높은 뭔가를 찾아서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이제 집이라는 거죠. 두 배 정도 이상의 이윤이 남기 때문에 여기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된 거죠."]

평양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주택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북·중 접경에서 촬영한 양강도 혜산시.

전에 없었던 고층 아파트들이 시장을 중심으로 대거 들어서 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당국이 부동산 거래의 시장화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내수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새집 건설로 늘어나는 세금 징수에 목적이 있다는 평가다.

[정은이/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경기까지도 활성화하는 그런 순기능을 본 거죠. 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시장에 맡긴다기보다는 또 우리도 그 세금 명목으로 뭐 걷잖아요. 또 국가 차원에서는 노동자 굉장히 시급한 사람들의 집을 해결해 줘야 하는데 이걸 또 개인들이 해결해 주니까 또 뭐 그렇게 나쁜 측면이 그렇게 그다지 없다고 생각을 한 거겠죠."]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부유층들의 투기까지 이어지면서 일반 주민들이 새 살림집을 장만하는 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국가에서 집은 자꾸 짓는다 하는데 우리처럼 지방에 살거나 간부 아닌 그 외의 일반 주민들은 언제면 저런 집에서 살아 볼까. 진짜 못사는 사람들은 도끼 하나에다가 호미 같은 거 들고 농촌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오두막을 짓고 거기에서 화전민식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조선중앙TV/12월 13일 : "행복의 보금자리에 새살림을 편 농업근로자들은 고마운 당의 은덕을 길이 전하며 당 제8차 대회를 자랑찬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고 쌀로써 사회주의 조국을 빛내 갈 열의에 넘쳐 있었습니다."]

8차 당대회를 앞두고 연일 살림집 건설을 선전하는 북한.

그러나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주민생활 향상과는 달리 북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점점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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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26 08:07:39
    • 수정2020-12-26 08: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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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딜 가나 부동산, 아파트값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어떤 상황일까요?

국가가 집과 토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데, 개인 간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평양의 일부 아파트 가격은 일반 주민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만만치 않은 실정입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점점 시장화되고 있는 북한의 부동산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농악대가 풍악을 울리고, 한복을 차려입은 북한 주민들이 줄줄이 들어선다.

지난달 수해 복구를 마무리하고 진행된 새집들이 행사다.

집을 둘러본 주민들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함경남도 리원군 주민 : "오늘 이렇게 새집을 받고 보니 우리 집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함경북도 김책시 주민 : "정말 꿈만 같습니다. 집을 잃고 한지에 나섰던 우리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새집 받고 보니 정말 눈물이 앞섭니다."]

북한당국은 올해 홍수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1,600여 세대의 새집을 건설했다고 선전했다.

내년 8차 당대회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80일 전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도 수해 지역 새집 건설이다.

[조선중앙TV/12월 13일 : "당의 원대한 농촌건설 구상을 받들고 개성시에서 판문구역 림한리에 70여 세대의 농촌문화주택을 새로 일떠세웠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북한은 '농촌건설구상'이란 이름으로 새집 건설을 다시 선전하고 나섰다.

굳이 수해복구 지역이 아니더라도 80일 전투 기간 내 새집 건설을 더욱 늘리겠다는 것.

일각에선 북한 당국이 주택 건설을 내수 경제 활성화에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초기 건설 단계에 해당하는 자재 거래부터 주택 매매에 이르기까지 시장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정은이/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가 나오면서 좀 건설 자재들도 시장 가격 혹은 협동 가격에서 이제 구매를 해야 되거든요. 또 건설이라는 거 자체가 상당히 고용창출을 하잖아요. 또 더 나아가서 집을 지어서 실질적으로 일정 정도 국가에 세금 명목으로 일정 정도를 바치지만, 그 나머지 부분은 이제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그게 굉장히 대중화된, 보편화된 그게 굉장히 큰 변화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북한 헌법상 토지와 건물은 국가가 소유한다.

'살림집'이라 불리는 개인 주택도 당국 소유이고, 개인은 '살림집 이용권'만 배분받게 된다.

그런데 이미 북한에선 '살림집 이용권'이 개인의 주택 소유로 인식되고 있다.

'살림집 이용권'이 공공연하게 매매되고 있다는 게 주택 거래를 경험한 탈북민의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국가(북한)에 주택경영과라는 게 있습니다. 거기에서 (주택 관련) 모든 것을 관리하고 거기에서 입사증(살림집 이용권)을 주거든요. 내가 입사증이 있으면 사려는 사람에게 그 입사증을 넘겨 주고, (사려는 사람은) 내가 그거를 사는 거예요."]

북한에서 살림집 거래가 본격화된 것은 고난의 행군 시기라 불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로 알려져 있다.

국가 배급체계가 붕괴하면서 식량이나 생필품을 공급받지 못한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이어 갔다.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상인들 사이에서 시장 인근 살림집의 수요도 늘어났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시장 주변의 집은 왜 비싼가. 사람들이 저녁 7시면 다 퇴근을 해야 되거든요. 퇴근하는데 그 많은 짐을 이고, 지고, 들고 수레에도 다 못 싣거든요. 그러니까 시장 주변에 가장 믿음직한 집을 하나 선정해 놓고 그 주변에 몇 사람(상인)이 담합을 해서 그 사람 집에다 일일로 짐 보관료를 내거든요. 그러면 그 집주인은 짐 보관료를 받고 꾸준하게 보관을 해 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또 그게 매일 수입이 들어오다 보니까 그게 하찮은 돈이 아니거든요."]

북한 당국이 음성적인 살림집 이용권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여러 법률을 제정했지만, 시장화를 경험한 주민들의 수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0년대 이후엔 장마당을 통해 부를 축적한 '돈주', 즉 신흥 부유층이 등장하면서 북한의 부동산 시장 규모도 더욱 커졌다.

돈주들은 북한 권력층과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다양한 이권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살림집 건설도 그중 하나다.

평양 만수대언덕 주변에 조성된 창전거리, 김정은 위원장 지시로 조성된 미래과학자거리와 여명거리에도 고급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섰다.

[리천옥/평양시민 : "강변이니까 아무래도 바람이 셉니다. 이번에 태풍 세게 불지 않았습니까. 태풍이 그렇게 세게 불었는데도 문짝으로 물방울 하나 안 떨어집니다."]

이런 고급 아파트들은 국가기관이 건설 주체다.

그러나 건설 자금은 대부분 돈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개인들도 어느 정도 자산이 또 누적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좀 더 부가 가치가 높은 뭔가를 찾아서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이제 집이라는 거죠. 두 배 정도 이상의 이윤이 남기 때문에 여기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된 거죠."]

평양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주택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북·중 접경에서 촬영한 양강도 혜산시.

전에 없었던 고층 아파트들이 시장을 중심으로 대거 들어서 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당국이 부동산 거래의 시장화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내수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새집 건설로 늘어나는 세금 징수에 목적이 있다는 평가다.

[정은이/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경기까지도 활성화하는 그런 순기능을 본 거죠. 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시장에 맡긴다기보다는 또 우리도 그 세금 명목으로 뭐 걷잖아요. 또 국가 차원에서는 노동자 굉장히 시급한 사람들의 집을 해결해 줘야 하는데 이걸 또 개인들이 해결해 주니까 또 뭐 그렇게 나쁜 측면이 그렇게 그다지 없다고 생각을 한 거겠죠."]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부유층들의 투기까지 이어지면서 일반 주민들이 새 살림집을 장만하는 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국가에서 집은 자꾸 짓는다 하는데 우리처럼 지방에 살거나 간부 아닌 그 외의 일반 주민들은 언제면 저런 집에서 살아 볼까. 진짜 못사는 사람들은 도끼 하나에다가 호미 같은 거 들고 농촌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오두막을 짓고 거기에서 화전민식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조선중앙TV/12월 13일 : "행복의 보금자리에 새살림을 편 농업근로자들은 고마운 당의 은덕을 길이 전하며 당 제8차 대회를 자랑찬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고 쌀로써 사회주의 조국을 빛내 갈 열의에 넘쳐 있었습니다."]

8차 당대회를 앞두고 연일 살림집 건설을 선전하는 북한.

그러나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주민생활 향상과는 달리 북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점점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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