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들고 물 새고…순천시 빈집 리모델링 ‘빈축’

입력 2020.12.30 (21:57) 수정 2020.12.3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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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순천시가 빈집을 고친 뒤 신혼부부나 저소득층에게 값싸게 빌려 주는 사업을 올해 시작했는데요.

일부 주택은 겨울철 바깥바람이 그대로 들어오고 물이 새는 일도 발생하는 등 생활 환경이 열악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개월 된 아기와 부부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은 올해 순천시가 보조금을 지원해 4천만 원을 들여 빈집을 리모델링한 곳입니다.

주택 외벽 일부에 금이 가 있고, 건물 전체에는 두꺼운 비닐이 둘러쳐져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서 바깥바람이 집 안으로 계속 들어오자 세입자가 임시방편으로 방풍 비닐을 스스로 설치한 겁니다.

벽과 맞닿은 안방에서는 냉기 때문에 잠을 못 잡니다.

보일러를 최대한으로 돌려 거실에서 아기를 재우는 형편입니다.

[세입자/음성변조 : "아가가 너무 얼음처럼 꽁꽁 얼어가지고 차디차니까, 어른들이야 저희들이 따뜻한 외투 입고 지내면 되지만 아가는... 좀 힘들더라고요."]

집중호우가 내린 여름철에는 부엌에 물이 새고 전기가 끊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겨울 들어 외풍 문제가 심해지자 집주인에게 고쳐 달라고 요구했지만 비용 때문에 실랑이만 벌어졌습니다.

[세입자/음성변조 : "시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니까 이렇게까지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그냥 따뜻한 방에 쾌적하게 지낼 수 있을 정도로만..."]

집주인에게 보조금을 주고 빈집을 고치도록 한 순천시는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며, 보수 공사 등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태문/순천시 건축과 : "행정 중재를 해서 세입자가 편리하도록 조정을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대상 주택을) 선정할 때 너무 오래된 집은 지양하고 최근 집을 선정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빈집 리모델링 사업으로 올해 주택 4채를 공급했고 내년에도 주택 3채를 고쳐 반값에 임대할 계획인 순천시.

서민 주거 안정과 도시 재생이라는 사업 목적을 달성하려면 더 꼼꼼한 관리 감독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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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 들고 물 새고…순천시 빈집 리모델링 ‘빈축’
    • 입력 2020-12-30 21:57:51
    • 수정2020-12-30 22:13:00
    뉴스9(광주)
[앵커]

순천시가 빈집을 고친 뒤 신혼부부나 저소득층에게 값싸게 빌려 주는 사업을 올해 시작했는데요.

일부 주택은 겨울철 바깥바람이 그대로 들어오고 물이 새는 일도 발생하는 등 생활 환경이 열악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개월 된 아기와 부부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은 올해 순천시가 보조금을 지원해 4천만 원을 들여 빈집을 리모델링한 곳입니다.

주택 외벽 일부에 금이 가 있고, 건물 전체에는 두꺼운 비닐이 둘러쳐져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서 바깥바람이 집 안으로 계속 들어오자 세입자가 임시방편으로 방풍 비닐을 스스로 설치한 겁니다.

벽과 맞닿은 안방에서는 냉기 때문에 잠을 못 잡니다.

보일러를 최대한으로 돌려 거실에서 아기를 재우는 형편입니다.

[세입자/음성변조 : "아가가 너무 얼음처럼 꽁꽁 얼어가지고 차디차니까, 어른들이야 저희들이 따뜻한 외투 입고 지내면 되지만 아가는... 좀 힘들더라고요."]

집중호우가 내린 여름철에는 부엌에 물이 새고 전기가 끊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겨울 들어 외풍 문제가 심해지자 집주인에게 고쳐 달라고 요구했지만 비용 때문에 실랑이만 벌어졌습니다.

[세입자/음성변조 : "시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니까 이렇게까지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그냥 따뜻한 방에 쾌적하게 지낼 수 있을 정도로만..."]

집주인에게 보조금을 주고 빈집을 고치도록 한 순천시는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며, 보수 공사 등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태문/순천시 건축과 : "행정 중재를 해서 세입자가 편리하도록 조정을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대상 주택을) 선정할 때 너무 오래된 집은 지양하고 최근 집을 선정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빈집 리모델링 사업으로 올해 주택 4채를 공급했고 내년에도 주택 3채를 고쳐 반값에 임대할 계획인 순천시.

서민 주거 안정과 도시 재생이라는 사업 목적을 달성하려면 더 꼼꼼한 관리 감독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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