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칠레 ‘낙태 허용’ 논의…아르헨티나 선례 따를까

입력 2021.01.18 (10:59) 수정 2021.01.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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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에서 임신 초기 낙태를 합법화하자 이웃나라인 칠레에서도 낙태 허용 여부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중남미 국가 대부분은 가톨릭의 전통이 강해 낙태를 엄격히 금지해 왔는데요,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12일 브라질 상파울루국제공항, 스무 살 사라는 이웃국가인 아르헨티나로 가는 비행기 표를 구매했습니다.

가족들에겐 새해맞이 여행이라고 둘러댔지만 사실은 낙태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라/브라질 여성 : "원치 않았던 아이가 생긴 뒤, 아이를 낳고 기를 형편이 안되는데도 낳아야만 한다는 것이 고문이었습니다."]

사라는 자신처럼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브라질 여성들이 아르헨티나로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아르헨티나에서 임신 14주 이내의 낙태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 상원은 지난달 30일 안전한 낙태법을 통과시키며 초기 낙태를 합법화했습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아르헨티나 부통령 : "찬성 38표, 반대 29표, 기권 1표로 통과됐습니다. 법률안은 행정부로 이송될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낙태 합법화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톨릭 국가인 아르헨티나도 중남미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낙태를 죄악시하고 시술을 엄격히 금지해 왔는데요,

성폭행 피해자나 산모의 건강이 심각히 우려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술을 허용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불법 낙태 시술이 수십만 건 이뤄졌고, 많은 여성이 죽거나 다쳐 끊임없이 합법화 요구가 이어졌는데요,

하지만 가톨릭계의 강력한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3년 전에도 임신 초기 낙태 합법화 법안이 상원에 올라왔지만 부결됐는데요.

이번에도 상원에서 12시간이 넘는 토론이 이어진 끝에 새벽이 돼서야 표결에 들어갔고 마침내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많은 여성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지만 가톨릭계를 중심으로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이웃 국가인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낙태는 살인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브라질 대통령 : "낙태는 전혀 저항할 수 없는 사람을 살해하는 것입니다.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브라질에서 낙태 허용은 결코 없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는 아르헨티나의 낙태 합법화가 중남미 지역에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2주 만에 칠레에서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칠레 하원 여성성평등위원회가 2018년 발의된 임신 초기 낙태 비범죄화 법안에 대한 토론을 개시한 겁니다.

아르헨티나처럼 합법적인 낙태 시술을 허용하는 것이 아닌 시술한 여성이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법안인데요,

[카밀라 마투라나/중남미 여성인권단체 : "낙태의 범죄화는 여성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도덕적 능력과 자율성을 범죄화하는 것입니다."]

토론 첫날부터 국회 밖에서는 찬반 시위대의 몸싸움이 벌어졌는데요.

법안이 논의되는 동안 찬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칠레가 이웃 국가 아르헨티나의 선례를 따를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우파가 집권 중인 칠레는 낙태 합법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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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8 10:59:40
    • 수정2021-01-18 11: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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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에서 임신 초기 낙태를 합법화하자 이웃나라인 칠레에서도 낙태 허용 여부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중남미 국가 대부분은 가톨릭의 전통이 강해 낙태를 엄격히 금지해 왔는데요,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12일 브라질 상파울루국제공항, 스무 살 사라는 이웃국가인 아르헨티나로 가는 비행기 표를 구매했습니다.

가족들에겐 새해맞이 여행이라고 둘러댔지만 사실은 낙태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라/브라질 여성 : "원치 않았던 아이가 생긴 뒤, 아이를 낳고 기를 형편이 안되는데도 낳아야만 한다는 것이 고문이었습니다."]

사라는 자신처럼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브라질 여성들이 아르헨티나로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아르헨티나에서 임신 14주 이내의 낙태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 상원은 지난달 30일 안전한 낙태법을 통과시키며 초기 낙태를 합법화했습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아르헨티나 부통령 : "찬성 38표, 반대 29표, 기권 1표로 통과됐습니다. 법률안은 행정부로 이송될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낙태 합법화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톨릭 국가인 아르헨티나도 중남미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낙태를 죄악시하고 시술을 엄격히 금지해 왔는데요,

성폭행 피해자나 산모의 건강이 심각히 우려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술을 허용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불법 낙태 시술이 수십만 건 이뤄졌고, 많은 여성이 죽거나 다쳐 끊임없이 합법화 요구가 이어졌는데요,

하지만 가톨릭계의 강력한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3년 전에도 임신 초기 낙태 합법화 법안이 상원에 올라왔지만 부결됐는데요.

이번에도 상원에서 12시간이 넘는 토론이 이어진 끝에 새벽이 돼서야 표결에 들어갔고 마침내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많은 여성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지만 가톨릭계를 중심으로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이웃 국가인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낙태는 살인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브라질 대통령 : "낙태는 전혀 저항할 수 없는 사람을 살해하는 것입니다.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브라질에서 낙태 허용은 결코 없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는 아르헨티나의 낙태 합법화가 중남미 지역에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2주 만에 칠레에서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칠레 하원 여성성평등위원회가 2018년 발의된 임신 초기 낙태 비범죄화 법안에 대한 토론을 개시한 겁니다.

아르헨티나처럼 합법적인 낙태 시술을 허용하는 것이 아닌 시술한 여성이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법안인데요,

[카밀라 마투라나/중남미 여성인권단체 : "낙태의 범죄화는 여성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도덕적 능력과 자율성을 범죄화하는 것입니다."]

토론 첫날부터 국회 밖에서는 찬반 시위대의 몸싸움이 벌어졌는데요.

법안이 논의되는 동안 찬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칠레가 이웃 국가 아르헨티나의 선례를 따를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우파가 집권 중인 칠레는 낙태 합법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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