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사고·지연은 모두 라이더 책임?…‘불공정 계약’ 바로잡는다

입력 2021.01.20 (21:48) 수정 2021.01.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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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배 물량이 쏟아지는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 노동자들이 오늘(20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습니다.

핵심 쟁점인 '분류작업' 책임 문제를 놓고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인데요.

투표는 오늘 0시부터 CJ대한통운과 우체국 택배 등 5개 택배사 소속 5,5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90%가 넘는 찬성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내일(21일) 자정에 투표가 마무리되면 오는 2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정이 택배사를 설득해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어서 막판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탠데요.

이 소식은 내일 상황까지 취재해 다시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먼저, 라이더라고 불리는 배달기사들의 문제를 짚어 보겠습니다.

포장 불량부터 주문 취소까지 모두 배달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불공정 계약 실태, 정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째 배달 일을 하고 있는 김두하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음식점 주인의 일방적인 불만 신고에 배달 대행 업체가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겁니다.

[김두하/배달 노동자 : "시간이 많이 지났어요. 사장님한테 (음식이) 언제 나오냐고 물어봤는데 욕을 하시더라고요. 회사에선 제대로 상황, 이유도 모르고 저한테 계약 해지를 하려고 했고..."]

폭설이 내렸던 지난 7일.

주문을 자제해 달라는 배달원들의 호소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계약상 배달이 늦어지거나, 고객이 주문을 취소하게 되면 배달원들이 불이익을 받기 때문입니다.

배달 대행 업체와 배달원 사이의 계약서 일붑니다

회사에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못한다거나, 회사에 생긴 법적 문제까지 배달원이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는 문구까지 있습니다.

[이동원/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 : "일방적으로 배달기사한테 책임을 다 전가하는 내용의 계약조항이 있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판단됩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는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이러한 불공정 조항들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배달 과정에서의 분쟁이나 사고에 대한 업체의 면책 조항을 삭제하고 정당한 이유없는 불만신고로 배달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개정했습니다.

불이익을 줄 때에는 그 이유를 미리 알리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배달원을 보호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입니다.

[박정훈/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무조건 네 책임은 아냐,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입증책임은 너한테 있어' 정도로 바뀐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시정에 나선 곳은 대형 배달대행 업체 3곳뿐.

여전히 대다수의 지역 배달노동자들은 불공정 계약 관행에 노출돼 있습니다.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촬영기자:임태호/영상편집: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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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 사고·지연은 모두 라이더 책임?…‘불공정 계약’ 바로잡는다
    • 입력 2021-01-20 21:48:40
    • 수정2021-01-20 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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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배 물량이 쏟아지는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 노동자들이 오늘(20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습니다.

핵심 쟁점인 '분류작업' 책임 문제를 놓고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인데요.

투표는 오늘 0시부터 CJ대한통운과 우체국 택배 등 5개 택배사 소속 5,5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90%가 넘는 찬성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내일(21일) 자정에 투표가 마무리되면 오는 2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정이 택배사를 설득해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어서 막판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탠데요.

이 소식은 내일 상황까지 취재해 다시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먼저, 라이더라고 불리는 배달기사들의 문제를 짚어 보겠습니다.

포장 불량부터 주문 취소까지 모두 배달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불공정 계약 실태, 정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째 배달 일을 하고 있는 김두하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음식점 주인의 일방적인 불만 신고에 배달 대행 업체가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겁니다.

[김두하/배달 노동자 : "시간이 많이 지났어요. 사장님한테 (음식이) 언제 나오냐고 물어봤는데 욕을 하시더라고요. 회사에선 제대로 상황, 이유도 모르고 저한테 계약 해지를 하려고 했고..."]

폭설이 내렸던 지난 7일.

주문을 자제해 달라는 배달원들의 호소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계약상 배달이 늦어지거나, 고객이 주문을 취소하게 되면 배달원들이 불이익을 받기 때문입니다.

배달 대행 업체와 배달원 사이의 계약서 일붑니다

회사에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못한다거나, 회사에 생긴 법적 문제까지 배달원이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는 문구까지 있습니다.

[이동원/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 : "일방적으로 배달기사한테 책임을 다 전가하는 내용의 계약조항이 있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판단됩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는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이러한 불공정 조항들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배달 과정에서의 분쟁이나 사고에 대한 업체의 면책 조항을 삭제하고 정당한 이유없는 불만신고로 배달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개정했습니다.

불이익을 줄 때에는 그 이유를 미리 알리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배달원을 보호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입니다.

[박정훈/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무조건 네 책임은 아냐,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입증책임은 너한테 있어' 정도로 바뀐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시정에 나선 곳은 대형 배달대행 업체 3곳뿐.

여전히 대다수의 지역 배달노동자들은 불공정 계약 관행에 노출돼 있습니다.

KBS 뉴스 정유진입니다.

촬영기자:임태호/영상편집: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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