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무원 모임에 억대 보조금…“무슨 일 하길래?”

입력 2021.02.16 (08:40) 수정 2021.02.1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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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행정 동우회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퇴직한 행정 공무원들의 친목 모임인데요,

대구·경북 자치단체들이 올해 이 모임에 억대의 보조금 지원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떤 일을 하길래 친목 모임에 세금을 지원하는지 최보규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구 북구청 소유의 한 건물.

두 개 층 가운데 한 개 층을 북구청 퇴직공무원 친목 모임인 행정동우회가 쓰고 있습니다.

사무실 임대료는 0원, 공짜로 생긴 이 공간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주민/음성변조 : "회의하고 이런 건 아니고 모여서 화투 치고 노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퇴직공무원 친목 모임에 돈을 지원하는 자치단체도 있습니다.

올해 예산안에 행정동우회 보조금을 편성한 자치단체는 대구·경북에서 12곳.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3천만 원까지, 다 합치면 1억천만 원이 넘습니다.

보조금 지원 근거로 자치단체가 내세우는 것은 지방행정동우회법.

지난해 3월, 전직 지방공무원의 전문성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법에는 행정동우회의 지방행정 발전 사업과 공익 봉사활동 사업에 보조금을 줄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어떤 사업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 행정동우회가 자치단체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살펴봤습니다.

산불예방, 환경정화, 축제홍보 등 사업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일반 봉사단체 활동과 겹치는 게 대부분입니다.

입법 취지와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보조금 사업들이 공무원의 전문성을 살리는 거라고 보기도 어렵고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예산 낭비가 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자치단체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

꼭 필요한지, 또 시급한 사업인지 검토하기보다, 법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퇴직공무원 친목 모임을 지원하면서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KBS 뉴스 최보규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그래픽: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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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 공무원 모임에 억대 보조금…“무슨 일 하길래?”
    • 입력 2021-02-16 08:39:59
    • 수정2021-02-16 08:52:47
    뉴스광장(대구)
[앵커]

행정 동우회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퇴직한 행정 공무원들의 친목 모임인데요,

대구·경북 자치단체들이 올해 이 모임에 억대의 보조금 지원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떤 일을 하길래 친목 모임에 세금을 지원하는지 최보규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구 북구청 소유의 한 건물.

두 개 층 가운데 한 개 층을 북구청 퇴직공무원 친목 모임인 행정동우회가 쓰고 있습니다.

사무실 임대료는 0원, 공짜로 생긴 이 공간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주민/음성변조 : "회의하고 이런 건 아니고 모여서 화투 치고 노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퇴직공무원 친목 모임에 돈을 지원하는 자치단체도 있습니다.

올해 예산안에 행정동우회 보조금을 편성한 자치단체는 대구·경북에서 12곳.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3천만 원까지, 다 합치면 1억천만 원이 넘습니다.

보조금 지원 근거로 자치단체가 내세우는 것은 지방행정동우회법.

지난해 3월, 전직 지방공무원의 전문성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법에는 행정동우회의 지방행정 발전 사업과 공익 봉사활동 사업에 보조금을 줄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어떤 사업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 행정동우회가 자치단체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살펴봤습니다.

산불예방, 환경정화, 축제홍보 등 사업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일반 봉사단체 활동과 겹치는 게 대부분입니다.

입법 취지와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보조금 사업들이 공무원의 전문성을 살리는 거라고 보기도 어렵고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예산 낭비가 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자치단체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

꼭 필요한지, 또 시급한 사업인지 검토하기보다, 법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퇴직공무원 친목 모임을 지원하면서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KBS 뉴스 최보규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그래픽: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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