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10년]② 떠나려는 자도, 남으려는 자도…“살고 싶다”

입력 2021.03.10 (08:22) 수정 2021.03.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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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년을 맞아 한국 원자력 발전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연속 보도 두 번째 순서입니다.

탈원전, 고준위 폐기물, 삼중수소 등 원전을 둘러싼 각종 이슈가 반복되는 동안 원전 마을 사람들은 떠날 수도 남을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원전 주변 주민들의 삶과 이들의 바람은 무엇인지, 이지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빈 상여를 이끌고 행진하는 사람들.

이들은 임시저장 시설 증설과 삼중수소 누출 등 각종 논란의 중심인 월성원전에서 불과 1㎞ 떨어진 마을에 사는 주민입니다.

원전을 폐쇄하라는 뜻을 담은 상여 행진은 어느덧 2천4백 일째, 묵묵히 걷는 이들의 소원은 원전 위험이 없는 안전한 곳으로의 '이주'입니다.

[오순자/월성 원전 인근 주민 : "(가족 3명이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고) 병원에 갔더니 가족력도 아니래. 그런데 왜 이러냐고 깜짝 놀라면서…. 좀 살아갈 수 있도록 좀 가까운 곳이라도 (이주를 지원해야….)"]

반면 이 마을에서 태어나 결혼하고 평생을 살아온 홍중표 씨에게 원전은 마을을 지탱하는 심장입니다.

원전 공사 이후 한때 호황을 누렸지만, 원전의 위험성이 알려진 뒤부터 마을은 자생력을 잃었습니다.

실제 최근 5년 사이 마을 상가의 70% 이상이 문을 닫았고 부동산 거래도 뚝 끊겼습니다.

위험시설 인근 주민이라는 이유로 매년 제공되는 정부 지원금이 사실상 유일한 생계수단, 원전이 멈추면 당장 먹고 살 방법도 사라져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합니다.

[홍중표/경주 양남면 나아리 이장 : "원자력 지을 때에도 정부에서 맘대로 지었지만, 폐로할 때도 마음대로 한다는 것. 폐로한다 그러면 사람도 안 오고 일하는 사람도 없고 지원비도 없으면 저희가 농사를 짓겠습니까. 어촌이라고 해서 고기를 키우겠습니까."]

국가 에너지정책이라는 대의 속에 오랜 희생을 치러온 원전 주변 마을 주민들.

원전을 떠나려는 이들과 원전을 떠안고 살아가려는 이들 모두 결국 바라는 건 한 가지입니다.

[황분희/경주 양남면 나아리 주민 : "그냥 우리 생활을 평범하게…. 보통 국민들이 누리는 평범한 삶을 우리도 같이 누리자는 거죠."]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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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쿠시마 10년]② 떠나려는 자도, 남으려는 자도…“살고 싶다”
    • 입력 2021-03-10 08:22:20
    • 수정2021-03-10 08:34:28
    뉴스광장(대구)
[앵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년을 맞아 한국 원자력 발전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연속 보도 두 번째 순서입니다.

탈원전, 고준위 폐기물, 삼중수소 등 원전을 둘러싼 각종 이슈가 반복되는 동안 원전 마을 사람들은 떠날 수도 남을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원전 주변 주민들의 삶과 이들의 바람은 무엇인지, 이지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빈 상여를 이끌고 행진하는 사람들.

이들은 임시저장 시설 증설과 삼중수소 누출 등 각종 논란의 중심인 월성원전에서 불과 1㎞ 떨어진 마을에 사는 주민입니다.

원전을 폐쇄하라는 뜻을 담은 상여 행진은 어느덧 2천4백 일째, 묵묵히 걷는 이들의 소원은 원전 위험이 없는 안전한 곳으로의 '이주'입니다.

[오순자/월성 원전 인근 주민 : "(가족 3명이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고) 병원에 갔더니 가족력도 아니래. 그런데 왜 이러냐고 깜짝 놀라면서…. 좀 살아갈 수 있도록 좀 가까운 곳이라도 (이주를 지원해야….)"]

반면 이 마을에서 태어나 결혼하고 평생을 살아온 홍중표 씨에게 원전은 마을을 지탱하는 심장입니다.

원전 공사 이후 한때 호황을 누렸지만, 원전의 위험성이 알려진 뒤부터 마을은 자생력을 잃었습니다.

실제 최근 5년 사이 마을 상가의 70% 이상이 문을 닫았고 부동산 거래도 뚝 끊겼습니다.

위험시설 인근 주민이라는 이유로 매년 제공되는 정부 지원금이 사실상 유일한 생계수단, 원전이 멈추면 당장 먹고 살 방법도 사라져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합니다.

[홍중표/경주 양남면 나아리 이장 : "원자력 지을 때에도 정부에서 맘대로 지었지만, 폐로할 때도 마음대로 한다는 것. 폐로한다 그러면 사람도 안 오고 일하는 사람도 없고 지원비도 없으면 저희가 농사를 짓겠습니까. 어촌이라고 해서 고기를 키우겠습니까."]

국가 에너지정책이라는 대의 속에 오랜 희생을 치러온 원전 주변 마을 주민들.

원전을 떠나려는 이들과 원전을 떠안고 살아가려는 이들 모두 결국 바라는 건 한 가지입니다.

[황분희/경주 양남면 나아리 주민 : "그냥 우리 생활을 평범하게…. 보통 국민들이 누리는 평범한 삶을 우리도 같이 누리자는 거죠."]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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