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의 백만장자들

입력 2005.09.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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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수 천 만원이 넘는 보석들 그리고 집 값 보다 더 비싼 자동차 요즘 이런 고가의 물품들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곳 가운데 하나가 러시아 모스크밥니다. 세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도시가 모스크바라고 합니다. 억만장자의 수 는 미국 뉴욕 보다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 젊은 기업인들이라고 하는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이 돈을 벌었을까요..러시아의 부자들을 신성범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알렉산드라는 매일 아침 보석 가게로 출근합니다. 임대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모스크바에서도 중심가에 있는 이른바 명품점입니다.

<녹취>: "어제 어떤 게 잘 팔렸어요? "

알렉산드라는 그러나 보석이나 시계를 사러 온 것이 아니라 자기 가게를 둘러보는 중입니다. 각종 보석에다가 하나에 몇 백만원이 넘는 스위스제 시계만 취급하는 명품점의 주인입니다.

<녹취>: "제 가게니까 매일 악세사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

1980년생, 우리 나이 올해 스물 여섯입니다. 시계점 위층에 명품 악세사리만 파는 가게를 하나 더 갖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라는 러시아의 다른 부자들처럼 외국 유학생 출신입니다. 러시아에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영국 런던이 사립 기숙 학교, 대학도 런던에서 마쳤습니다.


<인터뷰> 알렉산드라 쿠즈네초프 (다빈치 사장): "17살인가 18살 때 여름방학에는 이 가게 점원으로 일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모스크바로 돌아와 아버지가 하던 사업을 물려받았습니다. 모스크바 시내에 이런 가게를 6개나 갖고 있는 백만장자 집안의 외동딸입니다.

독일보다 벤츠가 더 많다는 모스크바. 알렉산드라의 승용차도 최고급 벤츠입니다. 한때 아버지가 경호원을 붙여준다고 했지만 불편할 것 같아 거절하고 혼자 차를 몰고 다닙니다.

<녹취>: "런던에서 아주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주 가보고 싶습니다. 친구들이 대부분 런던에 있거든요."

알렉산드라가 도착한 곳은 일본 식당입니다. 지난 몇 년 새 모스크바에 일식바람이 불면서 부자들은 생선회와 초밥이라는 색다른 맛에 익숙해졌습니다. 여기에 착안해 알렉산드라는 일본 식당 두 곳을 열었습니다. 명품점과 고급 일식집 체인의 사장, 런던 경제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러시아에서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알렉산드라 (쿠즈네초프 다빈치 사장): "부자들은 이제 해외여행을 쉽게 합니다. 심지어는 500달러 비행기표를 사서 운전기사를 유럽, 스위스에 보내 고급시계를 사오기도 합니다. 관세도 높고 경쟁도 심합니다."

알렉산드라는 폐쇄적이었던 이전 세대와 달리 세계를 무대로 뛰는 젊은 세대가 새로운 러시아의 희망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터뷰>:"예를 들어 1975년생의 경우 잠재력이 큽니다. 15살, 20살 때 페레스트로이카와 8월 쿠데타를 겪었습니다. 그런 경험에서 배웠을 뿐 좌절한 적이 없는 세대입니다."

어떻게 사는지 아파트를 가보고 싶다는 취재진의 요구에 알렉산드라는 너무 잘사는 모습만 보여주기 싫다는 말로 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이날 저녁 모스크바의 한 전시장 앞은 고급 승용차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껏 정장을 한 부자들의 행렬입니다. 모스크바 백만장자 전시회, 말 그대로 백만장자들의 모임입니다.

<인터뷰>프레샤코프(항공사 사장): "친구들은 물론 멋지고 재미있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입니다."

<인터뷰>올가(모델 에이전시 대표): "편하게 쉬면서 전시된 명품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


입장료만 한국돈으로 25만원... 옛날 유럽의 궁정문화를 다시 보는 듯한 화려함의 극치입니다. 미국에서 가수를 초청하고 모델들까지 동원해 한껏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인터뷰> 인샤코프(영화 제작자): "이제 러시아도 이런 행사가 필요합니다. "


한편에는 세계의 명품은 거의 다 모아놓다시피 했습니다. 부호들을 위한 명품전시장입니다. 심지어 자가용 헬리콥터까지 등장했습니다.

<인터뷰>이리나 (헬리콥터 판매점 직원): "이 헬리콥터는 200만 달러가 약간 넘습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있습니까?)물론입니다. 많은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가용 항공은 러시아에서는 낯설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백만장자 전시회는 3년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이어 모스크바가 두 번째입니다.

<인터뷰>아갈라로프(백만장자 전시회 주관): "질투와 시기심은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시샘이 있어야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부자들을 향한 시샘이 나쁘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이 보고 샘을 내라고 하는 행사입니다. "

세르게이씨는 초청받은 부호이면서 동시에 백만장자들을 상대로 명품을 팔고 있습니다. 명품 시계점의 주인... 바로 알렉산드라의 아버지입니다. 세르게이씨는 구 소련시절 경찰 간부였다가 시절이 바뀌면서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인터뷰>세르게이 쿠즈네초프 (다빈치 회장):"우리는 지금도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1998년 금융위기는 큰 교훈이었습니다. 주변 상황, 특히 세계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세르게이는 현재의 러시아를 자본주의 초기 단계인 자본축적기라고 표현했습니다.

<인터뷰> 세르게이 쿠즈네초프(다빈치 회장): "세계 경제상황, 고유가로 러시아의 자본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전에는 엄두도 못냈던 일들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

러시아에 사는 외국인들이 흔히 듣는 충고 가운데 하나가 모스크바만 보고 러시아 전체를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러시아와 모스크바는 아예 다른 나라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만큼 수입과 문화수준, 생활의 질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백만장자라는 말로 표현되는 신흥부자들은 아직도 가난에 찌든 대다수 러시아 국민은 물론 괜찮게 산다는 모스크바 시민들과도 동떨어진 별다른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재산이 1조원, 10억달러가 넘는 이른바 억만장자가 미국 뉴욕보다 모스크바에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30, 40대의 젊은 기업인들입니다. 건설 재벌 팔론스키도 이런 젊은 부호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1971년생, 올해 서른 다섯이지만 10개가 넘는 기업을 거느린 그룹 회장입니다.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건설회사로 모스크바에 87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친구와 사업을 시작한지 이제 10년이 됐습니다.

<인터뷰>세르게이 팔론스키(미락스그룹 회장): "군 제대 1년 후, 10년 전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건설이 아니라 마감공사를 주로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2천만 달러를 내고 우주 여행을 하겠다고 나서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부의 수직 상승... 1990년대 사회주의 소련에서 자본주의 러시아로 체제가 바뀌는 혼란기에 기회를 잡았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국민 1인당 소득이 한해 4천달러가 채 안되고 한달 천 5백루블, 6만원의 연금 때문에 노인들이 시위를 하는 나라...

한편에서는 10살이 채 안돼 보이는 어린이가 귀에 이어폰을 한 경호원을 데리고 다닙니다.
페르스트로이카, 자유화를 거쳐 이제 돈이 지배하는 사회로... 러시아가 가는 방향은 분명하지만 이 가파른 혼동의 시기에 어떤 역사적 이름을 붙여야 할지 세계 학자들 사이에서도 통일된 견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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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모스크바의 백만장자들
    • 입력 2005-09-30 08:16:0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수 천 만원이 넘는 보석들 그리고 집 값 보다 더 비싼 자동차 요즘 이런 고가의 물품들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곳 가운데 하나가 러시아 모스크밥니다. 세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도시가 모스크바라고 합니다. 억만장자의 수 는 미국 뉴욕 보다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 젊은 기업인들이라고 하는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이 돈을 벌었을까요..러시아의 부자들을 신성범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알렉산드라는 매일 아침 보석 가게로 출근합니다. 임대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모스크바에서도 중심가에 있는 이른바 명품점입니다. <녹취>: "어제 어떤 게 잘 팔렸어요? " 알렉산드라는 그러나 보석이나 시계를 사러 온 것이 아니라 자기 가게를 둘러보는 중입니다. 각종 보석에다가 하나에 몇 백만원이 넘는 스위스제 시계만 취급하는 명품점의 주인입니다. <녹취>: "제 가게니까 매일 악세사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 1980년생, 우리 나이 올해 스물 여섯입니다. 시계점 위층에 명품 악세사리만 파는 가게를 하나 더 갖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라는 러시아의 다른 부자들처럼 외국 유학생 출신입니다. 러시아에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영국 런던이 사립 기숙 학교, 대학도 런던에서 마쳤습니다. <인터뷰> 알렉산드라 쿠즈네초프 (다빈치 사장): "17살인가 18살 때 여름방학에는 이 가게 점원으로 일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모스크바로 돌아와 아버지가 하던 사업을 물려받았습니다. 모스크바 시내에 이런 가게를 6개나 갖고 있는 백만장자 집안의 외동딸입니다. 독일보다 벤츠가 더 많다는 모스크바. 알렉산드라의 승용차도 최고급 벤츠입니다. 한때 아버지가 경호원을 붙여준다고 했지만 불편할 것 같아 거절하고 혼자 차를 몰고 다닙니다. <녹취>: "런던에서 아주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주 가보고 싶습니다. 친구들이 대부분 런던에 있거든요." 알렉산드라가 도착한 곳은 일본 식당입니다. 지난 몇 년 새 모스크바에 일식바람이 불면서 부자들은 생선회와 초밥이라는 색다른 맛에 익숙해졌습니다. 여기에 착안해 알렉산드라는 일본 식당 두 곳을 열었습니다. 명품점과 고급 일식집 체인의 사장, 런던 경제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러시아에서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알렉산드라 (쿠즈네초프 다빈치 사장): "부자들은 이제 해외여행을 쉽게 합니다. 심지어는 500달러 비행기표를 사서 운전기사를 유럽, 스위스에 보내 고급시계를 사오기도 합니다. 관세도 높고 경쟁도 심합니다." 알렉산드라는 폐쇄적이었던 이전 세대와 달리 세계를 무대로 뛰는 젊은 세대가 새로운 러시아의 희망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터뷰>:"예를 들어 1975년생의 경우 잠재력이 큽니다. 15살, 20살 때 페레스트로이카와 8월 쿠데타를 겪었습니다. 그런 경험에서 배웠을 뿐 좌절한 적이 없는 세대입니다." 어떻게 사는지 아파트를 가보고 싶다는 취재진의 요구에 알렉산드라는 너무 잘사는 모습만 보여주기 싫다는 말로 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이날 저녁 모스크바의 한 전시장 앞은 고급 승용차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껏 정장을 한 부자들의 행렬입니다. 모스크바 백만장자 전시회, 말 그대로 백만장자들의 모임입니다. <인터뷰>프레샤코프(항공사 사장): "친구들은 물론 멋지고 재미있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입니다." <인터뷰>올가(모델 에이전시 대표): "편하게 쉬면서 전시된 명품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 입장료만 한국돈으로 25만원... 옛날 유럽의 궁정문화를 다시 보는 듯한 화려함의 극치입니다. 미국에서 가수를 초청하고 모델들까지 동원해 한껏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인터뷰> 인샤코프(영화 제작자): "이제 러시아도 이런 행사가 필요합니다. " 한편에는 세계의 명품은 거의 다 모아놓다시피 했습니다. 부호들을 위한 명품전시장입니다. 심지어 자가용 헬리콥터까지 등장했습니다. <인터뷰>이리나 (헬리콥터 판매점 직원): "이 헬리콥터는 200만 달러가 약간 넘습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있습니까?)물론입니다. 많은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가용 항공은 러시아에서는 낯설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백만장자 전시회는 3년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이어 모스크바가 두 번째입니다. <인터뷰>아갈라로프(백만장자 전시회 주관): "질투와 시기심은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시샘이 있어야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부자들을 향한 시샘이 나쁘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이 보고 샘을 내라고 하는 행사입니다. " 세르게이씨는 초청받은 부호이면서 동시에 백만장자들을 상대로 명품을 팔고 있습니다. 명품 시계점의 주인... 바로 알렉산드라의 아버지입니다. 세르게이씨는 구 소련시절 경찰 간부였다가 시절이 바뀌면서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인터뷰>세르게이 쿠즈네초프 (다빈치 회장):"우리는 지금도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1998년 금융위기는 큰 교훈이었습니다. 주변 상황, 특히 세계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세르게이는 현재의 러시아를 자본주의 초기 단계인 자본축적기라고 표현했습니다. <인터뷰> 세르게이 쿠즈네초프(다빈치 회장): "세계 경제상황, 고유가로 러시아의 자본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전에는 엄두도 못냈던 일들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 러시아에 사는 외국인들이 흔히 듣는 충고 가운데 하나가 모스크바만 보고 러시아 전체를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러시아와 모스크바는 아예 다른 나라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만큼 수입과 문화수준, 생활의 질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백만장자라는 말로 표현되는 신흥부자들은 아직도 가난에 찌든 대다수 러시아 국민은 물론 괜찮게 산다는 모스크바 시민들과도 동떨어진 별다른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재산이 1조원, 10억달러가 넘는 이른바 억만장자가 미국 뉴욕보다 모스크바에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30, 40대의 젊은 기업인들입니다. 건설 재벌 팔론스키도 이런 젊은 부호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1971년생, 올해 서른 다섯이지만 10개가 넘는 기업을 거느린 그룹 회장입니다.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건설회사로 모스크바에 87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친구와 사업을 시작한지 이제 10년이 됐습니다. <인터뷰>세르게이 팔론스키(미락스그룹 회장): "군 제대 1년 후, 10년 전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건설이 아니라 마감공사를 주로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2천만 달러를 내고 우주 여행을 하겠다고 나서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부의 수직 상승... 1990년대 사회주의 소련에서 자본주의 러시아로 체제가 바뀌는 혼란기에 기회를 잡았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국민 1인당 소득이 한해 4천달러가 채 안되고 한달 천 5백루블, 6만원의 연금 때문에 노인들이 시위를 하는 나라... 한편에서는 10살이 채 안돼 보이는 어린이가 귀에 이어폰을 한 경호원을 데리고 다닙니다. 페르스트로이카, 자유화를 거쳐 이제 돈이 지배하는 사회로... 러시아가 가는 방향은 분명하지만 이 가파른 혼동의 시기에 어떤 역사적 이름을 붙여야 할지 세계 학자들 사이에서도 통일된 견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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