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도 올여름 가장 더웠다…코 앞에 다가온 ‘기후 마지노선’

입력 2023.12.13 (18:24) 수정 2023.12.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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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년(과거 30년, 1991-2020)과 비교한 올해 북극 주변 기온 차이. 전반적으로 붉은색으로 나타나, 올해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음을 보여준다. 출처: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홈페이지 평년(과거 30년, 1991-2020)과 비교한 올해 북극 주변 기온 차이. 전반적으로 붉은색으로 나타나, 올해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음을 보여준다. 출처: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홈페이지

지구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올해, 북극 기온도 가장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추워야 '정상'인 극지방의 기온마저 치솟으면서,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내로 억제하자는 이른바 '기후 마지노선'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북극 보고서'에서 북극의 올해 여름(7~9월) 평균 기온이 섭씨 6.4도를 기록해, 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전체로는 영하 7도로, 역대 6번째로 따뜻한 해로 기록됐다. 이는 1940년 이후부터는 10년마다 0.25도씩 상승한 셈이라고 미국 해양대기청은 밝혔다.

 과거 30년을 기준으로, 1940년부터 올해까지 북극 기온을 나타낸 그래프. 올해 북극기온이 평년(1991~2020) 평균보다 섭씨 1.3도 가량 높음을 보여준다. 출처: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홈페이지 과거 30년을 기준으로, 1940년부터 올해까지 북극 기온을 나타낸 그래프. 올해 북극기온이 평년(1991~2020) 평균보다 섭씨 1.3도 가량 높음을 보여준다. 출처: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홈페이지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해빙이 녹고,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륙 빙하인 그린란드 빙상이 녹고, 눈으로 덮인 면적이 줄어드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북극의 해빙 면적은 1979년 이후 6번째로 적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지구로 오는 햇빛을 반사시키는 방패막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같은 악순환 때문에 북극은 특히,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거의 4배 빠른 속도로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 초겨울 스페인 섭씨 30도…여름 남반구에선 살인적 폭염

다른 지역의 이상고온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올해 4월, 섭씨 40도에 이르는 이상고온이 나타났던 스페인에 이번엔 '뜨거운 겨울'이 닥쳤다. 지중해 연안 도시들의 12일(현지시간) 기온이 섭씨 27도까지 오른 것이다. 특히 말라가는 29.9도까지 치솟았다. 이 지역의 과거 12월 최고 기온보다 2도 가량 높다.

스페인에서 절기상 겨울은 1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이고 남부의 기온은 통상 8~18도 수준이다. 스페인 기상청은 "현재 역대 가장 따뜻한 기단 중 하나가 스페인을 덮쳤다"라며 2월 말까지 비도 거의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스페인 말라가의 이상 고온을 나타낸  인포그래픽. 출처: 기후학자 스콧 던컨 SNS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스페인 말라가의 이상 고온을 나타낸 인포그래픽. 출처: 기후학자 스콧 던컨 SNS

현재 한여름인 남반구에선 살인적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공항의 지난 9일 기온은 43.5도였다. 1929년 기상 관측 이해 최고 기온이자, 12월 평균 기온보다 무려 15도가 높다. 브라질에선 지난달 폭염에 따른 적색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가장 뜨거웠던 지구…온난화 목표치 1.5℃ 넘을까

올해가 끝나려면 아직 보름 정도가 남았지만, 2023년이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데는 과학자들 사이에 거의 이견이 없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이미 이같은 전망을 공식화한 바 있다.

현재 관심은 올해 지구 기온이 '기후 마지노선' 1.5℃를 돌파하느냐이다. 2015년 세계 195개국은 프랑스 파리에 모여,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를 넘지 않도록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세우고 그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파리기후협정'을 맺었다. C3S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지구 기온 상승폭이 1.4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불과 0.04℃ 차이이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화석연료를 태우기 시작한 산업화 이전(1850-1900) 지구 평균기온을 기준으로, 연도별  차이를 나타낸 그래프. 2023년  기온 차가 다른 연도보다 상위에 있음은 물론, 하반기 이후에는 ‘1.5도’를 훌쩍 넘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홈페이지 인류가 본격적으로 화석연료를 태우기 시작한 산업화 이전(1850-1900) 지구 평균기온을 기준으로, 연도별 차이를 나타낸 그래프. 2023년 기온 차가 다른 연도보다 상위에 있음은 물론, 하반기 이후에는 ‘1.5도’를 훌쩍 넘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홈페이지

■ COP28서 '탈화석연료 전환' 합의…'단계적 퇴출' 빠져

이런 가운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2일(현지시간)까지 두바이에서 열렸다. 화석연료의 퇴출을 놓고 산유국·저개발국과 유럽연합·일부 선진국 사이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폐막일인 12일까지 최종 합의문을 내지 못했다.

세번째 시도 끝에 도출된 합의문에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10년 안에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을 시작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100개 이상 당사국이 요구한 '단계적 퇴출' 대신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이라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번 초안에서 '화석연료(fossil fuel)'라는 용어는 단 두 차례만 쓰였고, '석유(oil)'라는 단어는 아예 쓰이지 않았다. 만장일치로 합의되긴 했지만, 강력한 화석연료 퇴출 의지가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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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년(과거 30년, 1991-2020)과 비교한 올해 북극 주변 기온 차이. 전반적으로 붉은색으로 나타나, 올해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음을 보여준다. 출처: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홈페이지
지구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올해, 북극 기온도 가장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추워야 '정상'인 극지방의 기온마저 치솟으면서,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내로 억제하자는 이른바 '기후 마지노선'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북극 보고서'에서 북극의 올해 여름(7~9월) 평균 기온이 섭씨 6.4도를 기록해, 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전체로는 영하 7도로, 역대 6번째로 따뜻한 해로 기록됐다. 이는 1940년 이후부터는 10년마다 0.25도씩 상승한 셈이라고 미국 해양대기청은 밝혔다.

 과거 30년을 기준으로, 1940년부터 올해까지 북극 기온을 나타낸 그래프. 올해 북극기온이 평년(1991~2020) 평균보다 섭씨 1.3도 가량 높음을 보여준다. 출처: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홈페이지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해빙이 녹고,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륙 빙하인 그린란드 빙상이 녹고, 눈으로 덮인 면적이 줄어드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북극의 해빙 면적은 1979년 이후 6번째로 적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지구로 오는 햇빛을 반사시키는 방패막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같은 악순환 때문에 북극은 특히,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거의 4배 빠른 속도로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 초겨울 스페인 섭씨 30도…여름 남반구에선 살인적 폭염

다른 지역의 이상고온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올해 4월, 섭씨 40도에 이르는 이상고온이 나타났던 스페인에 이번엔 '뜨거운 겨울'이 닥쳤다. 지중해 연안 도시들의 12일(현지시간) 기온이 섭씨 27도까지 오른 것이다. 특히 말라가는 29.9도까지 치솟았다. 이 지역의 과거 12월 최고 기온보다 2도 가량 높다.

스페인에서 절기상 겨울은 1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이고 남부의 기온은 통상 8~18도 수준이다. 스페인 기상청은 "현재 역대 가장 따뜻한 기단 중 하나가 스페인을 덮쳤다"라며 2월 말까지 비도 거의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스페인 말라가의 이상 고온을 나타낸  인포그래픽. 출처: 기후학자 스콧 던컨 SNS
현재 한여름인 남반구에선 살인적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공항의 지난 9일 기온은 43.5도였다. 1929년 기상 관측 이해 최고 기온이자, 12월 평균 기온보다 무려 15도가 높다. 브라질에선 지난달 폭염에 따른 적색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가장 뜨거웠던 지구…온난화 목표치 1.5℃ 넘을까

올해가 끝나려면 아직 보름 정도가 남았지만, 2023년이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데는 과학자들 사이에 거의 이견이 없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이미 이같은 전망을 공식화한 바 있다.

현재 관심은 올해 지구 기온이 '기후 마지노선' 1.5℃를 돌파하느냐이다. 2015년 세계 195개국은 프랑스 파리에 모여,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를 넘지 않도록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세우고 그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파리기후협정'을 맺었다. C3S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지구 기온 상승폭이 1.4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불과 0.04℃ 차이이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화석연료를 태우기 시작한 산업화 이전(1850-1900) 지구 평균기온을 기준으로, 연도별  차이를 나타낸 그래프. 2023년  기온 차가 다른 연도보다 상위에 있음은 물론, 하반기 이후에는 ‘1.5도’를 훌쩍 넘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홈페이지
■ COP28서 '탈화석연료 전환' 합의…'단계적 퇴출' 빠져

이런 가운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2일(현지시간)까지 두바이에서 열렸다. 화석연료의 퇴출을 놓고 산유국·저개발국과 유럽연합·일부 선진국 사이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폐막일인 12일까지 최종 합의문을 내지 못했다.

세번째 시도 끝에 도출된 합의문에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10년 안에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을 시작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100개 이상 당사국이 요구한 '단계적 퇴출' 대신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이라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번 초안에서 '화석연료(fossil fuel)'라는 용어는 단 두 차례만 쓰였고, '석유(oil)'라는 단어는 아예 쓰이지 않았다. 만장일치로 합의되긴 했지만, 강력한 화석연료 퇴출 의지가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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