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자존심까지 버린 타이거즈 야구팬

입력 2002.11.01 (22:19) 수정 2002.11.0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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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너무 컸던 것일까.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한국프로야구의 명문구단 타이거즈의 팬들이 그동안 지켜오던 자존심마저 내팽개쳤다.





기아와 LG의 플레이오프 최종전이 열린 1일 광주 무등경기장에 가득 모인 기아 팬중 일부 흥분한 관중이 팀이 패하자 경기장에 오물을 집어던지고 관중석에 불을 지르는 등 한동안 한국야구에서 없어졌던 부끄러운 모습을 재현했다.





2-2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5회까지만 해도 파도타기 응원으로 분위기를 돋우던 팬들은 박용택이 6회 1점 홈런을 날리자 점점 거칠게 변했다.





6회말 공격을 위해 팸버튼이 타석에 섰지만 외야 일부 관중이 들고 있던 불꽃막대를 경기장에 집어던져 잠시 경기가 중단된 것이 시작이었다.





7회 김진우가 집중타를 맞고 점수차가 벌어지자 간간이 날라오던 물병은 쉴 새 없이 경기장에 쏟아졌고 일부는 내야 그라운드까지 굴러들어갔다. 자칫 선수가 맞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것.





김진우가 교체되지 않고 8회에도 마운드에서 또 다시 실점해 사실상 승부가 갈리자 이번에는 관중석에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기아 타이거즈`를 외치며 흔들던 응원도구가 연달아 불길 속으로 들어갔고 타이거즈 팬이라는 자존심도 불구덩이 속으로 함께 사라졌다.





타이거즈 팬들의 추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 관중석 곳곳에서는 싸움까지 벌어졌고 경기가 끝난 뒤 승리 세리머니를 하던 LG 선수단을 향해서도 물병 세례가 이어져 이들은 황급히 더그아웃으로 자리를 피해야 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타이거즈 팬들은 달랐다.





다른 지방 팬들이 과격한 행동을 일삼아 문제가 될 때에도 항상 챔피언의 여유가 보였다. 94년과 95년 포스트시즌에서 연달아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될 때에도 의연하게 상대 팀에게 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하지만 97년 우승을 끝으로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고 지난해 재정난으로 해태가 역사속으로 사라지자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그 자리를 조급함만이 메웠다.





이번 사태로 인해 내년 시즌부터 내야 그물망을 없애겠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계획도 재고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O 이상일 사무차장은 `매너로 유명했던 광주의 응원 문화가 일부 관중들로 훼손된 것같아 유감`이라면서 `내야 그물망을 없앤다는 계획은 경비 인력을 늘리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그대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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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자존심까지 버린 타이거즈 야구팬
    • 입력 2002-11-01 22:19:48
    • 수정2002-11-01 22:19:48
    연합뉴스
기다림이 너무 컸던 것일까.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한국프로야구의 명문구단 타이거즈의 팬들이 그동안 지켜오던 자존심마저 내팽개쳤다.

기아와 LG의 플레이오프 최종전이 열린 1일 광주 무등경기장에 가득 모인 기아 팬중 일부 흥분한 관중이 팀이 패하자 경기장에 오물을 집어던지고 관중석에 불을 지르는 등 한동안 한국야구에서 없어졌던 부끄러운 모습을 재현했다.

2-2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5회까지만 해도 파도타기 응원으로 분위기를 돋우던 팬들은 박용택이 6회 1점 홈런을 날리자 점점 거칠게 변했다.

6회말 공격을 위해 팸버튼이 타석에 섰지만 외야 일부 관중이 들고 있던 불꽃막대를 경기장에 집어던져 잠시 경기가 중단된 것이 시작이었다.

7회 김진우가 집중타를 맞고 점수차가 벌어지자 간간이 날라오던 물병은 쉴 새 없이 경기장에 쏟아졌고 일부는 내야 그라운드까지 굴러들어갔다. 자칫 선수가 맞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것.

김진우가 교체되지 않고 8회에도 마운드에서 또 다시 실점해 사실상 승부가 갈리자 이번에는 관중석에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기아 타이거즈`를 외치며 흔들던 응원도구가 연달아 불길 속으로 들어갔고 타이거즈 팬이라는 자존심도 불구덩이 속으로 함께 사라졌다.

타이거즈 팬들의 추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 관중석 곳곳에서는 싸움까지 벌어졌고 경기가 끝난 뒤 승리 세리머니를 하던 LG 선수단을 향해서도 물병 세례가 이어져 이들은 황급히 더그아웃으로 자리를 피해야 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타이거즈 팬들은 달랐다.

다른 지방 팬들이 과격한 행동을 일삼아 문제가 될 때에도 항상 챔피언의 여유가 보였다. 94년과 95년 포스트시즌에서 연달아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될 때에도 의연하게 상대 팀에게 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하지만 97년 우승을 끝으로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고 지난해 재정난으로 해태가 역사속으로 사라지자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그 자리를 조급함만이 메웠다.

이번 사태로 인해 내년 시즌부터 내야 그물망을 없애겠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계획도 재고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O 이상일 사무차장은 `매너로 유명했던 광주의 응원 문화가 일부 관중들로 훼손된 것같아 유감`이라면서 `내야 그물망을 없앤다는 계획은 경비 인력을 늘리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그대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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