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힘’ 보여준 육상선수 강순덕

입력 2006.03.22 (00:00) 수정 2006.03.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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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을 하던 도중 근육 부상으로 1998년 운동을 그만뒀다.

2000년 결혼을 하고 곧바로 아이를 낳았다.

2004년 현역으로 복귀한 뒤 2006년 1월30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쓰리엠(3M) 하프마라톤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경북 구미시청 소속의 육상선수 강순덕(32)씨의 이야기다.

아이까지 낳은 '아줌마'가, 그것도 운동을 그만둔 뒤 6년여간의 공백을 딛고 트랙에 복귀한 지 2년만에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기록을 세웠으니 당연히 기분 좋죠. 그런데 예상 밖이라며 주위에서 많이 놀라니 한편으로는 기분이 안좋던데요."

대회 이후에도 미국의 고지대 훈련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훈련하다가 20일 귀국해 소속팀이 있는 구미에 들른 강 선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중학교 때 특별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돼 1990년 1,500m 선수로 육상에 입문한 강순덕은 1990년대 중반부터 트랙 장거리와 마라톤에 도전해왔다.

5,000m와 10,000m에 주력했던 강 선수는 95년 조선일보춘천국제마라톤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이듬해 애틀랜타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97년에도 5,000m 한국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이듬해 근육 부상 등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접었고, 2000년 결혼과 출산으로 완전히 트랙과 멀어지는 듯 했다.

트랙을 완전히 떠나게 된 것은 남편 때문이었지만, 트랙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 역시 남편 덕분이었다.

남편은 다름아닌 남자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인 형재영(36.구미시청)씨.

잉꼬 육상 커플로 알려진 강 선수는 남편의 권유로 다시 운동화끈을 조이게 됐다.

그리고 육상 장거리 선수로는 환갑에 가까운 3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004년 가을에 열린 전국체육대회 5,000m 결승에서 한국기록을 갈아치우며 화려한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해 남편과 함께 구미시청에 입단한 뒤 전국체전에서 5,000m 금메달, 10,000m에서 은메달을 땄고, 올해는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10분02초에 21.0975㎞ 코스를 주파해 종전 한국기록을 9개월여만에 1분13초 앞당기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사실 복귀하게 된 데는 경제적 이유도 있었지요. 예전 성적도 있다 보니 부담도 많이 됐는데 하다보니 기록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다행히 잘 되는 것 같아 지금은 만족합니다."

하프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을 낸 만큼 주위에서도 강 선수에게 마라톤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강 선수는 당분간 5,000m와 10,000m에 주력해 6월까지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하프와 풀은 다르고, 아직은 마라톤을 뛸 준비가 안 됐어요. 외국은 보통 20대에 장거리를 뛰다가 30대가 돼야 마라톤을 시작합니다.

반면 우리는 20대초반부터 마라톤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선수생활 단명의 원인이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별로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라톤은 차츰차츰 준비한 뒤에 생각해보죠."

아줌마의 여유로움까지 갖추게 된 강 선수는 주먹을 굳게 쥐어보이며 체력이 될 때까지 계속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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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줌마의 힘’ 보여준 육상선수 강순덕
    • 입력 2006-03-22 00:00:00
    • 수정2006-03-22 11:30:02
    사회
육상을 하던 도중 근육 부상으로 1998년 운동을 그만뒀다. 2000년 결혼을 하고 곧바로 아이를 낳았다. 2004년 현역으로 복귀한 뒤 2006년 1월30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쓰리엠(3M) 하프마라톤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경북 구미시청 소속의 육상선수 강순덕(32)씨의 이야기다. 아이까지 낳은 '아줌마'가, 그것도 운동을 그만둔 뒤 6년여간의 공백을 딛고 트랙에 복귀한 지 2년만에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기록을 세웠으니 당연히 기분 좋죠. 그런데 예상 밖이라며 주위에서 많이 놀라니 한편으로는 기분이 안좋던데요." 대회 이후에도 미국의 고지대 훈련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훈련하다가 20일 귀국해 소속팀이 있는 구미에 들른 강 선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중학교 때 특별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돼 1990년 1,500m 선수로 육상에 입문한 강순덕은 1990년대 중반부터 트랙 장거리와 마라톤에 도전해왔다. 5,000m와 10,000m에 주력했던 강 선수는 95년 조선일보춘천국제마라톤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이듬해 애틀랜타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97년에도 5,000m 한국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이듬해 근육 부상 등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접었고, 2000년 결혼과 출산으로 완전히 트랙과 멀어지는 듯 했다. 트랙을 완전히 떠나게 된 것은 남편 때문이었지만, 트랙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 역시 남편 덕분이었다. 남편은 다름아닌 남자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인 형재영(36.구미시청)씨. 잉꼬 육상 커플로 알려진 강 선수는 남편의 권유로 다시 운동화끈을 조이게 됐다. 그리고 육상 장거리 선수로는 환갑에 가까운 3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004년 가을에 열린 전국체육대회 5,000m 결승에서 한국기록을 갈아치우며 화려한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해 남편과 함께 구미시청에 입단한 뒤 전국체전에서 5,000m 금메달, 10,000m에서 은메달을 땄고, 올해는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10분02초에 21.0975㎞ 코스를 주파해 종전 한국기록을 9개월여만에 1분13초 앞당기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사실 복귀하게 된 데는 경제적 이유도 있었지요. 예전 성적도 있다 보니 부담도 많이 됐는데 하다보니 기록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다행히 잘 되는 것 같아 지금은 만족합니다." 하프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을 낸 만큼 주위에서도 강 선수에게 마라톤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강 선수는 당분간 5,000m와 10,000m에 주력해 6월까지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하프와 풀은 다르고, 아직은 마라톤을 뛸 준비가 안 됐어요. 외국은 보통 20대에 장거리를 뛰다가 30대가 돼야 마라톤을 시작합니다. 반면 우리는 20대초반부터 마라톤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선수생활 단명의 원인이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별로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라톤은 차츰차츰 준비한 뒤에 생각해보죠." 아줌마의 여유로움까지 갖추게 된 강 선수는 주먹을 굳게 쥐어보이며 체력이 될 때까지 계속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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