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80년대가 내 얼굴을 원했다”

입력 2007.01.08 (12:25) 수정 2007.01.0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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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묵공'서 조나라 장군 항엄장 역
"국민배우란 호칭은 부담스러워"

"1980년대 들어서 사회성 짙은 영화가 많이 나왔습니다. 가진 사람보다 없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내는 작품이 많았죠. 얘기를 직설적으로 하지 못하고 풍자하고 우회하다 보니 저 같이 또렷또렷하지 않고 어수룩해 보이는 얼굴이 환영받았던 것 같아요."
영화배우 안성기(55)가 자신이 1980대를 풍미했던 이유로 시대상황을 꼽았다. 영화 '묵공(墨攻)'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안성기는 "말도 또렷또렷하게 잘하고 준수한 인물이었으면 그렇게 환영받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가 당시 최고의 배우로 환영받은 이유가 시대가 요구하는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
안성기는 한ㆍ중ㆍ일 합작영화 '묵공'을 통해 조나라 장수 항엄장으로 분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통해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무장 역할이다.
'묵공'은 춘추전국시대 연나라 길목에 있는 한 성(城)인 '양성'을 무대로 연나라를 정복하기 위해 '양성'을 먼저 쳐야 하는 조나라 장군 항엄장과 조나라로부터 양성을 지키려고 홀로 이 성을 찾은 전략가 혁리(류더화ㆍ 劉德華)의 대결을 다뤘다.
영화 속 항엄장은 혁리와 대결을 벌이는 적장이지만 악역이라고 할 수 없는 인물.
"항엄장과 혁리는 서로 적이면서도 적 같지 않습니다. 예우를 갖추면서 싸우죠. 혁리 입장에서도 항엄장을 악인으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적이라고 생각지 않아요. '겨룬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가 이번 역할을 소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어. 중국어 대사를 모두 외웠지만 정작 대사는 한국말로 했다.
"중국어로 대사를 하면 리액션(reaction)과 감정 전달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중국어 대사와 입모양이 비슷한 우리말 대사로 모두 바꿨습니다. 그런 뒤에 이것도 전부 암기했죠.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이 일부 대사를 바꿨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하더라고요. 참 난감했습니다. 감독님께 '헷갈려서 안된다'고 말했죠(웃음)."
안성기는 "나중에 더빙을 하고 보니까 중국어 대사에 맞게 우리말을 대충 길이만 맞춰놓고 연기에 몰두할 걸 그랬다는 후회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대사에 신경쓰다보니 연기하는 데 자유롭지 못했고 감정몰입도 그만큼 소홀했다"는 것이 그의 말.
그는 '묵공' 촬영과 관련 "평균 영하 25도의 강추위에서 촬영해 손 시린 것이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고 했고, 상대역 류더화에 대해서는 "예의 바르고 쇼맨십 강한 '프로'"라고 평가했다.
'국민배우'로 불리는 그에게 이 타이틀은 어떤 의미일까? 안성기는 "국민배우란 말이 이에 걸맞은 (품격 있는) 연기만을 요구하는 것 같아 연기 폭을 제한하는 느낌이 있다"면서 "그저 배우라고 불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는 안성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바람불어 좋은 날' '축제' '개그맨' '라디오 스타' 등을 꼽으며 "내 모습이 가장 많은 들어가 있는 영화는 '라디오 스타'"라면서 "아들도 영화 보고 그렇게 말하더라"라고 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몸짱'으로 불리는 그는 "건강해야 연기도 할 수 있다"며 "밤샘 촬영이 많은 배우가 건강관리 안하고 너무 쉽게 가려고만 하면 화면 속에 그게 다 보인다"고 말해 항상 준비된 배우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안성기가 류더화ㆍ최시원 등과 함께 연기한 '묵공'은 이달 11일부터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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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기 “80년대가 내 얼굴을 원했다”
    • 입력 2007-01-08 12:25:01
    • 수정2007-01-08 13:02:48
    연합뉴스
영화 '묵공'서 조나라 장군 항엄장 역 "국민배우란 호칭은 부담스러워" "1980년대 들어서 사회성 짙은 영화가 많이 나왔습니다. 가진 사람보다 없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내는 작품이 많았죠. 얘기를 직설적으로 하지 못하고 풍자하고 우회하다 보니 저 같이 또렷또렷하지 않고 어수룩해 보이는 얼굴이 환영받았던 것 같아요." 영화배우 안성기(55)가 자신이 1980대를 풍미했던 이유로 시대상황을 꼽았다. 영화 '묵공(墨攻)'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안성기는 "말도 또렷또렷하게 잘하고 준수한 인물이었으면 그렇게 환영받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가 당시 최고의 배우로 환영받은 이유가 시대가 요구하는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 안성기는 한ㆍ중ㆍ일 합작영화 '묵공'을 통해 조나라 장수 항엄장으로 분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통해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무장 역할이다. '묵공'은 춘추전국시대 연나라 길목에 있는 한 성(城)인 '양성'을 무대로 연나라를 정복하기 위해 '양성'을 먼저 쳐야 하는 조나라 장군 항엄장과 조나라로부터 양성을 지키려고 홀로 이 성을 찾은 전략가 혁리(류더화ㆍ 劉德華)의 대결을 다뤘다. 영화 속 항엄장은 혁리와 대결을 벌이는 적장이지만 악역이라고 할 수 없는 인물. "항엄장과 혁리는 서로 적이면서도 적 같지 않습니다. 예우를 갖추면서 싸우죠. 혁리 입장에서도 항엄장을 악인으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적이라고 생각지 않아요. '겨룬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가 이번 역할을 소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어. 중국어 대사를 모두 외웠지만 정작 대사는 한국말로 했다. "중국어로 대사를 하면 리액션(reaction)과 감정 전달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중국어 대사와 입모양이 비슷한 우리말 대사로 모두 바꿨습니다. 그런 뒤에 이것도 전부 암기했죠.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이 일부 대사를 바꿨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하더라고요. 참 난감했습니다. 감독님께 '헷갈려서 안된다'고 말했죠(웃음)." 안성기는 "나중에 더빙을 하고 보니까 중국어 대사에 맞게 우리말을 대충 길이만 맞춰놓고 연기에 몰두할 걸 그랬다는 후회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대사에 신경쓰다보니 연기하는 데 자유롭지 못했고 감정몰입도 그만큼 소홀했다"는 것이 그의 말. 그는 '묵공' 촬영과 관련 "평균 영하 25도의 강추위에서 촬영해 손 시린 것이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고 했고, 상대역 류더화에 대해서는 "예의 바르고 쇼맨십 강한 '프로'"라고 평가했다. '국민배우'로 불리는 그에게 이 타이틀은 어떤 의미일까? 안성기는 "국민배우란 말이 이에 걸맞은 (품격 있는) 연기만을 요구하는 것 같아 연기 폭을 제한하는 느낌이 있다"면서 "그저 배우라고 불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는 안성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바람불어 좋은 날' '축제' '개그맨' '라디오 스타' 등을 꼽으며 "내 모습이 가장 많은 들어가 있는 영화는 '라디오 스타'"라면서 "아들도 영화 보고 그렇게 말하더라"라고 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몸짱'으로 불리는 그는 "건강해야 연기도 할 수 있다"며 "밤샘 촬영이 많은 배우가 건강관리 안하고 너무 쉽게 가려고만 하면 화면 속에 그게 다 보인다"고 말해 항상 준비된 배우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안성기가 류더화ㆍ최시원 등과 함께 연기한 '묵공'은 이달 11일부터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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