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노인 5명의 영화 같은 사기극

입력 2007.07.06 (08:56) 수정 2007.07.06 (11: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대기업 회장 행세를 하며 영화를 찍듯 사기극을 벌인 노인 5인조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전국 모텔을 돌며 주인을 상대로 수억원을 가로챘습니다.

최영은 기자, 어떤 수법을 썼나요?

<리포트>

네. 평균연령 70대의 노인 5명이 대기업 회장 혹은 중역행세를 하며 모텔 주인을 상대로 수억 원을 훔쳤습니다.

이들은 방을 빌려 도박판을 벌이면서 주인의 환심을 산 뒤 마지막에 큰돈을 빌려 달아나는 수법을 썼는데요.

영화 같은 사기극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3월 전주 시내의 한 모텔에 점잖은 옷차림의 노인 다섯 명이 찾아왔습니다.

비교적 한적한 모텔에 숙소를 잡은 이들은 서로 회장님이라 부르며 매일같이 들락거렸다고 합니다.

<녹취>임00(숙박업소직원): “점잖게 부잣집 할아버지처럼 생겼으니까 우리는 전혀 그런 것은 몰랐죠. 사장님들은 꼭 회장님들 같이 생겼는데 뭐하시는 분들이냐고 하니까 땅 사러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땅 사러 다닌다고...”

그리고 숙소와 떨어진 번화가의 모텔을 찾아가 자신들이 대기업 중역 혹은 회장이라며 두 세 시간 도박판을 벌이기 위해 방 하나를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내 마작판을 벌인 이들은 모텔 주인을 불러 수표를 바꿔달라고 했고 백 만원에 만원의 교환수수료를 건냈습니다.

이른바 ‘꽁지 돈’으로 불리는 도박판의 수표교환수수료와 여관 사용료 등을 얹어 주며 모텔 주인의 환심을 샀습니다.

<녹취>윤00(피해자): “방세를 15만원을 주더라고요. 그리고 다음날 2시간하고 가면서 자기들은 현찰을 많이 못가지고 수표를 가지고 다니니까 사장이 현찰 있으면 수표를 바꿔줄 수 없냐고, 돈 바꿔주는 대신 만원씩 주더라고요.”

그렇게 날마다 도박판을 벌이던 이들은 일주일 째 되던 날 본격적인 사기행각에 들어갔습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모텔 주인에게 큰 판이 벌어질 것이라며 수표를 교환할 돈 1억 원을 준비해 줄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1억 원이면 수수료만 백만 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는 말에 모텔 주인 윤 모씨는 적금을 해약하고 대출까지 받아가며 돈을 마련했습니다.

<녹취>윤00(피해자): “정기적금을 4천만 원 넣어놓고, 해약한 것... 적금 넣은 것 해약한 것이 4천만 원... 그러니까 8천만 원이잖아요. 해약한 것 8천 5백이 되는데 나머지는 천만 원 대출을 받았어요. 1억을 채우려고...”

그리고 범행 당일 평소와 같이 도박판이 벌어졌고, 사전 계획대로 모든 돈은 연전연승을 거듭한 일명 송 회장의 007가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가방을 들고 옆방으로 간 송 회장은 미리 준비한 가짜 가방과 바꿔치기한 뒤 방으로 돌아왔고 이내 혈압이 높다며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주인 윤씨는 돈이든 가방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윤00(피해자): “가방을 보고 이 사람이 아파서 못 가는가 보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왔으니까 안심이 되잖아요. (가방을) 여기다 놓고 갈 테니까 내가 3시 반까지 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돈으로 알았다는 거예요.”

사전 각본에 따라 일당은 119에 신고하는 척하며 소란을 피우다가 모텔 밖으로 빠져나와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윤씨는 다음날에서야 가방이 바뀐 사실을 알았습니다.

가방 속에는 돈의 무게만큼의 종이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1억 원은 유씨의 눈앞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녹취>윤00(피해자): “황당하죠. 돈 1억 원이 날라 갔는데 내가 안 황당하겠어요. 아주 정떨어지죠. 저런 사람들한테 속아서 너무 억울하고 분통하지 저런 사람한테 속았다는 것이...”

지난 4일 인천과 경기, 전주 등 전국을 돌며 사기극을 벌여온 이들 5인조 노인 절도단의 꼬리가 붙잡혔습니다.

또 다른 범행을 위해 전주에 왔다가 한 모텔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지난 2005년에도 모텔 2곳에 서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극을 벌여 각각 5천만 원의 돈을 챙겨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로를 박 회장, 김 선생 등으로 호칭한 이들은 68살에서 75살의 노인들이었습니다.

경로당에서 만나 ‘한판 벌려 보자’며 영화 같은 사기극의 시나리오를 짰다고 합니다.

<녹취>한00(피의자): “그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경로당 이런 곳에서... (범행은 어떻게 계획하셨어요?) 누가 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맞아서 한 거죠. 어려운 사람들이... 우리가 머리 짜서 한 거예요.”

현재까지 경찰에 접수된 피해 사건은 8건, 피해액은 4억여원에 이릅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들은 도박장을 전전하다가 사기극을 생각해냈습니다.

<녹취>피의자 부인: “수선도하고 그냥 양복 기술 있으니까 그런 것 했는데... 나이가 먹고 세월도 흐르고 잘 안되니까 그만두고 매일 도박판에만 돌아다니고...”

두 개의 가방과 가짜 환자, 달아날 때 탈 차량 등 치밀하게 준비한 각본에 따라 마치 영화를 찍듯 사기극을 벌였습니다.

경찰의 추적을 막기 위해 대포 휴대전화기와 가발까지 준비했습니다.

<인터뷰>이상열(전주덕진경찰서): “주범은 있고 멤버들이 자꾸 바뀌기고 하고... 그 다음에 대포 통장, 대포폰, 가발 등을 사용하고 절대 흔적을 안 남기기 때문에 추적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2002년에 같은 수법으로 1억 원을 사기당한 또 다른 피해 업주 김 모씨입니다.

나빠진 경기로 살던 아파트를 팔고 임대 아파트로 이사할 계약금까지 모두 사기를 당한 탓에 당장 살 집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김00(피해자): “말도 못해요. 나중에 그 돈 천만 원 우리가 적금 들어가는 것 빼서 일부 아파트 돈 주고... 아무튼 그 돈 챙기느라고 말도 못해요. 1억 그 돈을 다 잃어버렸으니까 다 챙겨야 하잖아요. 아파트 다 날아가 버렸잖아요.”

이들이 던진 이른바 꽁지돈이라는 미끼보다, 또 대기업 회장을 사칭한 것보다 피해자들을 더욱 믿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바로 노인들이라는 점입니다.

<인터뷰>이상열(전주덕진경찰서): “젊은 사람들이 4,50대라면 안 속겠지만 나이가 일흔이 된 사람들한테 누가 안 믿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설마 저 사람들한테 속아 넘어 가겠냐 그 생각 하겠죠. 그랬던 것이에요.”

이렇게 가로챈 수억 원의 돈은 모두 생활비와 유흥비로 탕진했습니다.

경찰은 71살 신모씨 등 5명에 대해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노인 5명의 영화 같은 사기극
    • 입력 2007-07-06 08:30:03
    • 수정2007-07-06 11:40:11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대기업 회장 행세를 하며 영화를 찍듯 사기극을 벌인 노인 5인조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전국 모텔을 돌며 주인을 상대로 수억원을 가로챘습니다. 최영은 기자, 어떤 수법을 썼나요? <리포트> 네. 평균연령 70대의 노인 5명이 대기업 회장 혹은 중역행세를 하며 모텔 주인을 상대로 수억 원을 훔쳤습니다. 이들은 방을 빌려 도박판을 벌이면서 주인의 환심을 산 뒤 마지막에 큰돈을 빌려 달아나는 수법을 썼는데요. 영화 같은 사기극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3월 전주 시내의 한 모텔에 점잖은 옷차림의 노인 다섯 명이 찾아왔습니다. 비교적 한적한 모텔에 숙소를 잡은 이들은 서로 회장님이라 부르며 매일같이 들락거렸다고 합니다. <녹취>임00(숙박업소직원): “점잖게 부잣집 할아버지처럼 생겼으니까 우리는 전혀 그런 것은 몰랐죠. 사장님들은 꼭 회장님들 같이 생겼는데 뭐하시는 분들이냐고 하니까 땅 사러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땅 사러 다닌다고...” 그리고 숙소와 떨어진 번화가의 모텔을 찾아가 자신들이 대기업 중역 혹은 회장이라며 두 세 시간 도박판을 벌이기 위해 방 하나를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내 마작판을 벌인 이들은 모텔 주인을 불러 수표를 바꿔달라고 했고 백 만원에 만원의 교환수수료를 건냈습니다. 이른바 ‘꽁지 돈’으로 불리는 도박판의 수표교환수수료와 여관 사용료 등을 얹어 주며 모텔 주인의 환심을 샀습니다. <녹취>윤00(피해자): “방세를 15만원을 주더라고요. 그리고 다음날 2시간하고 가면서 자기들은 현찰을 많이 못가지고 수표를 가지고 다니니까 사장이 현찰 있으면 수표를 바꿔줄 수 없냐고, 돈 바꿔주는 대신 만원씩 주더라고요.” 그렇게 날마다 도박판을 벌이던 이들은 일주일 째 되던 날 본격적인 사기행각에 들어갔습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모텔 주인에게 큰 판이 벌어질 것이라며 수표를 교환할 돈 1억 원을 준비해 줄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1억 원이면 수수료만 백만 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는 말에 모텔 주인 윤 모씨는 적금을 해약하고 대출까지 받아가며 돈을 마련했습니다. <녹취>윤00(피해자): “정기적금을 4천만 원 넣어놓고, 해약한 것... 적금 넣은 것 해약한 것이 4천만 원... 그러니까 8천만 원이잖아요. 해약한 것 8천 5백이 되는데 나머지는 천만 원 대출을 받았어요. 1억을 채우려고...” 그리고 범행 당일 평소와 같이 도박판이 벌어졌고, 사전 계획대로 모든 돈은 연전연승을 거듭한 일명 송 회장의 007가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가방을 들고 옆방으로 간 송 회장은 미리 준비한 가짜 가방과 바꿔치기한 뒤 방으로 돌아왔고 이내 혈압이 높다며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주인 윤씨는 돈이든 가방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윤00(피해자): “가방을 보고 이 사람이 아파서 못 가는가 보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왔으니까 안심이 되잖아요. (가방을) 여기다 놓고 갈 테니까 내가 3시 반까지 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돈으로 알았다는 거예요.” 사전 각본에 따라 일당은 119에 신고하는 척하며 소란을 피우다가 모텔 밖으로 빠져나와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윤씨는 다음날에서야 가방이 바뀐 사실을 알았습니다. 가방 속에는 돈의 무게만큼의 종이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1억 원은 유씨의 눈앞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녹취>윤00(피해자): “황당하죠. 돈 1억 원이 날라 갔는데 내가 안 황당하겠어요. 아주 정떨어지죠. 저런 사람들한테 속아서 너무 억울하고 분통하지 저런 사람한테 속았다는 것이...” 지난 4일 인천과 경기, 전주 등 전국을 돌며 사기극을 벌여온 이들 5인조 노인 절도단의 꼬리가 붙잡혔습니다. 또 다른 범행을 위해 전주에 왔다가 한 모텔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지난 2005년에도 모텔 2곳에 서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극을 벌여 각각 5천만 원의 돈을 챙겨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로를 박 회장, 김 선생 등으로 호칭한 이들은 68살에서 75살의 노인들이었습니다. 경로당에서 만나 ‘한판 벌려 보자’며 영화 같은 사기극의 시나리오를 짰다고 합니다. <녹취>한00(피의자): “그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경로당 이런 곳에서... (범행은 어떻게 계획하셨어요?) 누가 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맞아서 한 거죠. 어려운 사람들이... 우리가 머리 짜서 한 거예요.” 현재까지 경찰에 접수된 피해 사건은 8건, 피해액은 4억여원에 이릅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들은 도박장을 전전하다가 사기극을 생각해냈습니다. <녹취>피의자 부인: “수선도하고 그냥 양복 기술 있으니까 그런 것 했는데... 나이가 먹고 세월도 흐르고 잘 안되니까 그만두고 매일 도박판에만 돌아다니고...” 두 개의 가방과 가짜 환자, 달아날 때 탈 차량 등 치밀하게 준비한 각본에 따라 마치 영화를 찍듯 사기극을 벌였습니다. 경찰의 추적을 막기 위해 대포 휴대전화기와 가발까지 준비했습니다. <인터뷰>이상열(전주덕진경찰서): “주범은 있고 멤버들이 자꾸 바뀌기고 하고... 그 다음에 대포 통장, 대포폰, 가발 등을 사용하고 절대 흔적을 안 남기기 때문에 추적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2002년에 같은 수법으로 1억 원을 사기당한 또 다른 피해 업주 김 모씨입니다. 나빠진 경기로 살던 아파트를 팔고 임대 아파트로 이사할 계약금까지 모두 사기를 당한 탓에 당장 살 집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김00(피해자): “말도 못해요. 나중에 그 돈 천만 원 우리가 적금 들어가는 것 빼서 일부 아파트 돈 주고... 아무튼 그 돈 챙기느라고 말도 못해요. 1억 그 돈을 다 잃어버렸으니까 다 챙겨야 하잖아요. 아파트 다 날아가 버렸잖아요.” 이들이 던진 이른바 꽁지돈이라는 미끼보다, 또 대기업 회장을 사칭한 것보다 피해자들을 더욱 믿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바로 노인들이라는 점입니다. <인터뷰>이상열(전주덕진경찰서): “젊은 사람들이 4,50대라면 안 속겠지만 나이가 일흔이 된 사람들한테 누가 안 믿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설마 저 사람들한테 속아 넘어 가겠냐 그 생각 하겠죠. 그랬던 것이에요.” 이렇게 가로챈 수억 원의 돈은 모두 생활비와 유흥비로 탕진했습니다. 경찰은 71살 신모씨 등 5명에 대해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